말하자면 내 콤플렉스는 내 눈에만 유독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었다.
그 옛날 언니가 울고있는 내 등을 쓸어주며 ˝다 지나간다.˝고 말했을 때, 내는 그 뜻을 알지 못했다. 우연을 기다리는 힘, 시간을 견디는 힘, 열한살 앤은 아직 이해하지 못했을 이야기다. 물론 내코가 기적처럼 높아지지는 않았다. 제아무리 기다려도 앤의빨강머리가 눈부신 금발머리가 될리는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건 빨강머리가 싫어서 아줌마 몰래 검은색 염색약을 발랐던 앤이 온통 초록색으로 변한 머리카락을 본 후, 절규하듯 외치는 말이다.

˝전 이제까지 빨강머리가 세상에서 최악이라고 생각했어요!˝

머리카락이 초록색이 되고나서야, 앤은 자신의 빨강머리가 그렇게 까지 나쁘지않았다는걸 깨닫는다. 시간이 우리에게 선물하는 건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며 똑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게 하는 힘 아닐까?

pp.2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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