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일기 -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
김연수 지음 / 레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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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랬다 치고, 그럼 아버지는 아들이 마음에 흡족했을까? 필경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가족이란 본래 그런것이니까. 가장 친밀한 동시에 가장 오해하기 쉬운 관계니까. 표면적으로 서사를 이끌어가는 료타의 욕망이 꺼림칙하게 느껴지는건 바로 이 때문이다. 영화 초반에 그들 역시 서로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점만 보면 그들은 지극히 정상적인 가족이랄 수 있다. 그럼에도 료타는 불협화음의 원인을 가족이 아니라 혈연에서 찾고 있기 때문에 그의 욕망은 애당초 좌절될 수밖에 없다. 대신 그는 좌절을 통해 뭔가를 배우게 될 텐데, 그건 가족 서사에서 얼룩이란 제거해야하는 불순물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정상적임을 보여주는 근거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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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니까 이해야지˝, ˝내아들이,딸이 어떻게 그럴수 있니? ˝ 부류의 이야기를 수 도 없이 들었다. 가장 많은 시간을 공유하고 드러내는 관계이기에 미움이나 갈등이 그 어떤 대상보다 많은 관계이면서. 스무살. 성인 이라는 증명서를 들고 가장먼저하고 싶었던건 탈출이었다. 기대로 부터의 탈출, 간섭이나 만족시켜야한다는 책임감으로 부터, 또는 전혀다른 독자적인 나로 새로히 출발하기 위한 부모탈출.

가장 친밀하리라 기대하지만 나도 나의 부모도 서로다른 기대치로 둘다 흡족하지 않았다. 사십 중반이 된 나역시
아들과 나 사이를 그리 바라보아야하지않을까. 부분부분 얼룩진 별개의 개체로 받아들일때 진정한 가족으로 묶일수 있을지 모른다.

나는 그랬다 치고, 그럼 아버지는 아들이 마음에 흡족했을까? 필경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가족이란 본래 그런것이니까. 가장 친밀한 동시에 가장 오해하기 쉬운 관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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