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1주년 한정 리커버 특별판) - 나, 타인, 세계를 이어주는 40가지 눈부신 이야기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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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내가 타자와 관계맺는 방식도 넓은 의미에서의 통증인 것이다. 나와 나의 신체가 그러하듯, 나와 타인도 통증을 통해 관계를 맺고 통증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나는 통증을 통해 비로소 신체의 껍질 안쪽으로 펼쳐진 타인의 내면을 보고, 타인은 통증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보는 나를 본다.

그렇지 않았던가 그와 함께 한다는 것, 그것은 모든 순간이 자극이고 고통이었다. 첫만남, 애착과 마음 씀, 설레며 기다리던 시간, 그를 안던 밤, 익숙함과 오해, 권태와 멀어짐, 이별과 그리움, 나를 휘몰아 치는 강렬한 자극의 한가운데 앉아서 나를 불러낸 그의 맨얼굴을 들여다본다. 그의 예쁜 눈과 코와 입을 기억한다. 우리의 사소한 말과 행위는 언제나 거대한 이유와 목적으로 해석되어 서로의 가슴을 물어 뜯었고, 풀리지 않는 오해는 해명의 기회도 허락받지 못한 채 영혼의 깊은 상흔으로 자리잡았다. 그래, 내가 여기 있다. 통증이 마련해준 자리에 마주 앉아 우리는 그저 서로의 슬픈 얼굴을 주시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는가를 생각한다.
...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채사장,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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