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떨어지는 것은 절대로 중요한 일이다. 당선되지 않았다는것은 당선의 의미만큼이나 중요하며 역시나 안 되었다는 것은 되기 위한 과정으로도 중요하다. 내가 그리는 그림이 남에게 이해될 수 없다는 것도, 내가 간절히 바라는 마음만으로 도달할수 없다는 것도, 그리고 그 길을 가기위해서는 커다란 상실감과 오기 또한 필요하다는 것까지 알게 해주니까. 낙선된 다음에 쓰는 글은 태도부터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안 될 수도 있는 일에 말도 안되는 확률이 도사리고 있었음을 인정하는 것으로 한 사람의 어느 단면은 바뀐다. 그 상황은 자신의 현재를 확대해서 볼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내부의 힘까지도 뭉근하게 키운다. 어딘가에 떨어져보지 않은 우리는, 어디에선가 망해보지 않은 우리는 결코 성장할 수 없다.

...


성숙하지 못하다는 것은 마음이 시키는 것이 있을때에도,몸이 시키는 일이 있음에도 하지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우리는 마음의 사용법과 몸의 사용법 앞에서 숱하게 주저해 왔다. 혼자 헤쳐온 일이 거의 없는 생을 산다면 우리는 자주 난감해 질 뿐더러 인생의 그 어떤 무늬도 만들지 못한다.

...

인생의 파도를 만드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보통의 사람은 남이 만든 파도에 몸을 싣지만, 특별한 사람은 내가 만든 파도에 다른 많은 사람들을 태운다.
pp 14-16




열여섯해 중 가장 열심히 산 8개월의 결과로 <3차시험대상자아님>이라는 이름표를 받았던 작은아이. 첫 낙선 앞에서 쉽게 극복되지 않는 불쾌함과 좌절이라는 감정과도 마주했을 것이다. 아무렇지않을거야...라고 예상했지만 나락은 예상보다 많이 깊어보였다.

아들에게 읽어주고싶었던 구절.
살다보니 한뼘 성장했던 때는 직진할때가 아니라 벽을 만나 멈춰섰을때였다. 벽을 만나고 부닥치고 부닥치고 나아가지지않는다 좌절하다 어느순간 점프라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 것처럼.

하지만 이또한 지나고보니 보이는것들. 어쩌면 열여섯 너에게는 와닿지않을, 마흔여섯 엄마의 끄덕끄덕일 뿐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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