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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마신 소녀 - 2017년 뉴베리 수상작
켈리 반힐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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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숲에 사는 마녀에게 갓난아이를 제물로 바치는 보호령 사람들.

그들의 두려움을 볼모로 그들을 굴종시키며 권력을 유지하는 장로들.

그들의 슬픔을 먹고 사는 마녀.

아이를 빼앗기고 탑의 감옥에 갇힌 미친 여자.

특권을 누리는 장로의 삶 대신 목수의 삶을 선택한 앤테인.

숲에 버려진 아이를 구해 자유도시에 입양시키는 마녀 잰.

버려졌으나 입양되는 대신 달빛을 마시고 마녀로 자라는 루나.

늪에 살며 시를 읊는 괴물 글럭.

루나의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작은 용 피리언.

 

등장인물들을 번갈아 보여주는 앞부분을 읽을 때는 이야기가 끊어지는 탓에 집중하기 좀 힘들었지만, 등장인물이 파악되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면서부터는 단숨에 끝까지 읽었다.

 

왜 이 일을 계속해야만 하는 걸까? 가슴이 아렸다.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다.(52)

질문을 던질수록 의문은 커졌다. 의문이 커질수록 희망도 커졌다. 희망이 커질수록 슬픔의 구름은 걷히고 안개는 빛나는 햇볕에 날아갔다.(325)

 

가장 인상적인 문장들이다. 상상력은 질문하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그 힘은 희망이 있을 때 가능하다는 것도.

마법이 곧 상상력의 상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야기 속에서 마법은 두려움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힘이다. 작가는 기왕 발휘하는 상상력이라면 두려움을 키우는 쪽으로 발휘하기보다는 두려움을 이기는 쪽으로 발휘하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는 거다.

상상의 세계 이야기인데 읽다 보면 실은 진짜 세상의 모습이 어떤지 어떤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하는지 어떤 삶이 가치 있는 삶인지 알게 된다. 가르쳐주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이런저런 교훈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보았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놓치는 부분이 많을 것 같기도 하고 어른과 아이가 같이 읽고 이야기 나누면 좋을 것 같다. 수업용 텍스트로 써도 좋겠고.

읽고 이야기 나누다 보면, 어른은 자기가 만들어온 세상과 지금까지의 삶을 성찰하고 더 나은 선택을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겠고, 아이는 자기를 키우고 세상을 바꾸는 질문하는 힘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화산은 폭발하고 세상은 바뀌기 마련이야. 그게 사물의 이치야. 하지만 우리는 지킬 수 있어. 나 혼자는 안 돼. 이제는. 너도 혼자 힘으로는 한 될 거야. 하지만 함께. 힘을 한데 모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383)

 

이 책을 함께 읽은 어른과 아이가 수직 관계가 아니라 동지로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삶의 어떤 결정적 순간에 마녀 잰이 한 말을 서로 주고받으며 자신의 선택을 뿌듯해 하고 서로의 선택을 격려할 수 있으면 좋겠다.

 

권력보다는 사랑을 택하는 사람도 있지. 사실 대부분이 그래.”(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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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하게 살기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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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타니 겐지로 선생님의 새 책이 나왔다니! 돌아가셨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깜짝 놀랐다. 제목이 상냥하게 살기라니 선생님답다 싶으면서도 상냥함이 어떤 의미로 쓰인 건지 확실히 알고 싶어졌다.

 

열한 살 된 딸이 이가 상해서 치과에 데리고 가면서 책을 들고 갔다. 치료를 기다리며 의자에 누워 있는 딸 앞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의사선생님이 책 제목이 뭐냐고 물었다. ‘상냥하게 살기라니까 상냥하게 살면 다 된다는 이야기겠네요.’라며 무슨 자기개발서 쯤으로 이해하는데 , 제목만 보면 그렇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겠구나.’ 싶었다.

 

책을 읽으며 책이 점점 망가졌다. 무슨 얘기냐면, 읽다가 , 이건 정말 맞아.’ ‘참 재밌다.’ ‘, 따뜻해.’ ‘, 이렇게 잔잔하면서도 힘 있는 울림이라니.’ 하는 곳이 나오면 책 모서리를 접어가며 읽었는데, 접다 보니 너무 많은 곳을 접어버린 거다. 접힌 곳이 겹쳐 책장이 뜨니까 꾹꾹 눌러 얇게 만들었는데, 너무 세게 눌러 접는 바람에 곧 떨어져 나갈 것 같다.

 

그만큼 좋은 책이다.

 

아와지 섬 시골 마을에서 작물을 기르며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배워가는 1부의 이야기를 읽으며, 하이타니 선생님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동안은 내가 흠모하며 우러르던 스승하이타니 선생님이 왠지 친구같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농촌에서 겪는 일상을 그럴싸하게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려내면서도 때때로 깊은 깨달음이 담겨 있는 이야기들을 전하며 이야기 뒤에 종종 덧붙이는 익살때문이었다. , 이렇게 익살스러운 면이 있는 분이었구나 싶으면서 훨씬 가까운 사이가 된 것 같았다. 고맙게도.

 

내 코흘리개 시절을 알고 있는 사람이 이렇게 하나둘씩 줄어간다.

올해도 매화꽃이 피었다.

나는 희고 작은 꽃을 쓸쓸히 바라보고 있다. 이 중 어떤 꽃이 사카키바라 씨일까 생각한다. 이모는 어떤 꽃일까 생각한다.

언젠가부터 매화나무 밑에 작은 생명을 묻는 버릇이 생겼다.

작은 생명은 붕어나 잉어 머리일 때도 있다. 유리문에 부딪혀 죽은 작은 새일 때도 있다.

어릴 때 많이 했었지, 생각하며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조촐한 장례식을 치른다. (94)

 

1부에서 지인의 죽음을 전해 듣고 매화꽃을 보며 명상하는 이 장면을 옮겨 보았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선생님의 마음이 잔잔하게 전해져 온다.

 

사회와 교육 문제에 관한 쓴소리와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건져 올린 깊은 생각이 가득한 2부와 3부의 이야기는, 내가 교사이기도 해서 그랬겠지만 절절하게 공감하면서 읽었다. 읽다가 여러 번 울컥해서 눈물을 흘리고 닦고 했다.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고통 받고 소외당하는 사람들이 있는 세계 모든 나라의 이야기이기도 한 이야기들이었다.

상냥함의 근원이란 소제목 아래 이어진 아래 글을 읽고 상냥함이 어떤 뜻인지 정리할 수 있게 됐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이 아이는 점심값을 아껴 장난감을 사고 아기가 돌아오면 이 장난감을 줄 거다. 빨리 돌아와.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라고 소리쳤습니다.

이 아이의 상냥함 앞에, 나는 인간으로서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가혹한 상황에서도 훌륭한 인간이고자 하는 어린 영혼의 모습에 절망에서 희망으로 가는 다리를 놓는 어린 전사를 본 것입니다. 내가 그토록 찾던 인간상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고사명 씨, 세쿼이아와 임영길 씨, 그리고 아오야마 다카시의 공통점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더욱 아름다운 인간이고자 하는 정신을 지닌 인간이라는 점입니다. 이 사람들의 존재가 나에게 얼마나 큰 용기를 주는지 모릅니다.(262~263)

 

상냥하게 산다는 건, 모든 생명을 대등하게 바라보며, 차별 없이 사랑하며, 절망적인 상황에서 더욱 아름다운 인간이고자 애쓰는 것이다.

2015년을 시작하며 이 책을 읽게 되어 참 고맙다. 적어도 올해는 더욱 아름다운 인간이고자 애쓰며 살아야겠다. 절망으로 뒤덮인 이 땅에서.

 

끝으로 교사로서 하는 반성 하나 덧붙인다.

하이타니 선생님이 보복과 본보기의 시대에서, 학교에서 비행 학생들에게 징계를 내리고 그 사실을 실명으로 교내에 공고하고 교내 봉사활동을 시키는 것을 비판하면서 교사들이 죄를 짓는 꼴이라고 하는 부분을 읽으며 교사로서 내 행동을 깊이 반성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상에 대해 벌을 주어야 한다니, 얼마나 오만한 말인가. 그것이 교사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에 전율을 금할 수 없다.(220)”고 꾸짖는 하이타니 선생님의 말이 앞으로 귓가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그리고 다짐한다. 이런 선생님이 되겠다고. 이런 어른이, 이런 사람이 되겠다고.

 

내게도 기억나는 선생님이 있다.

전쟁이 끝나고 모든 것이 부족하던 시절, 나는 배고픔을 못 이겨 학교 뒤편 밭에서 옥수수를 훔쳤다. 그리고 숙직 선생님에게 붙잡혔다. 그날 숙직 선생님은 내 담임 선생님이었던 후쿠다 선생님이었다. 후쿠다 선생님은 나를 꾸짖기는커녕 자기 집으로 데려가 흰 쌀밥을 배불리 먹여주었다.

나는 그때 다시는 도둑질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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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를 찾습니다 - 관계맺기에 서툰 청춘에게
몸문화연구소 엮음 / 양철북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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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교과서 같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좋은 주제를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지만 좀 따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아래 인용한 부분까지 읽게 됐을 때 알게 됐어요. 제가 생생하게 겪고 있는 일과 책의 내용이 연결될 때에야 책이 확 다가온다는 걸요.

 

이런 사람들은 남들의 주목과 칭찬을 받기 위해 아주 과장된 행동을 하거나 자신의 이상적 모습을 그리면서 여기에 맞게 자신을 연출하고, 남이 자신을 비판하면 아예 관계 자체를 회피합니다. 이상적 자아가 현실적 자아보다 지나치게 커졌을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들은 자신에 대해 애착이 많고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자존감이 부족하고 다른 사람도 전혀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은 남을 배려할 수 없고, 남들이 자신에게 무관심하거나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끼면 강한 분노와 피해의식을 느낍니다. 충분한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111)

 

요즘 제가 학교에서 만나는 학생 중에 꼭 이런 학생이 있거든요. 17년을 중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별의별 유형의 아이들을 만나봤지만 이런 아이는 처음이에요. 제가 보기엔 별 것 아닌 친구들의 뒷담화를 듣고선 그 뒤부터 교실에 있는 걸, 친구들과 함께 있는 걸 너무 힘들어하면서 학교에 안 나오거나 나와도 교실에 못 들어가고 보건실이나 상담실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배가 아프거나 머리가 아프거나 다리가 아프거나 하면서 계속 몸도 아프다고 하는데 그게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예요. 마음이 몸을 아프게 하는 악순환이랄까. 그런 아이를 대하면서 답이 없는 저한테 답답하던 차에 인용 부분을 읽고선 영감을 얻었습니다. ‘억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거구나’, ‘아이가 마음의 힘을 회복할 때까지 편안하게 지지해 줘야겠구나이렇게요. 그런 생각을 하며 제 마음이 편해졌고, 그 마음으로 아이를 대하니 아이도 좀 편해졌습니다. 책이 고마웠어요.

그러고나서는 책의 주제와 더불어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고 있는 고정관념(예를 들어 모성애같은)들이 자연스럽게 타고난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만들어져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기쁨으로 다가왔습니다.

 

수업시간에 제가 이 책을 읽고 있는 걸 보고선 똘똘한 한 아이가(중학교 2학년입니다) 저한테 와서 책 좀 보자고 해요. 그래서 줬더니 차례를 살펴보다가 스마트폰과 SNS’ 부부만 읽고 돌려드리겠다고 합니다. 일단 이 책이 다루는 관계의 영역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건드리는 데는 성공. 그 녀석이 쉬는 시간 십여 분만에 그 부분을 다 읽더군요. 와우! 재미있냐는 제 물음에, 웃으며 답합니다. 잘 몰랐던 역사적 사실들을 알게 돼서 좋다고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인 듯합니다. 청소년들이, 또 어른들 다수도, 잘 모르고 있는 역사적 사실과 과학 지식들을 관계라는 주제와 연결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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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별 아이들
안드리 스나이어 마그나손 지음, 신수진 옮김, 토끼도둑 그림 / 양철북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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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남짓 전철을 타고 가야 하는 길을 나서면서 무슨 책을 읽으면 좋을까 하다가 집어들고 나왔다.

전철 안에서 조금 읽다가 재미 없으면 그냥 눈 감고 쉬어야지 했는데, 다 읽을 때까지 펼친 책을 덮지 못했다. 재미있고 놀라웠다.

 

우주 저 멀리에 있는 푸른 별.

그 별에 살고 있는 늙지 않는 아이들.

끝 없는 모험.

해마다 한 번 동굴 밖으로 나왔다가 되돌아가는 경이로운 나비들의 하루 비행.

 

"어른이라고는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며 살았다. 이래라저래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른이 없는 상황에 놓이는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몇 편 읽은 기억이 있다.

어른들이 사라진 자리를 어른 노릇하며 메꾸려고 하는 아이들과 그 반대인 아이들과의 대립과 갈등, 문제해결의 과정들..

그런데 푸른 별 아이들한테는 아예 어른이 없다. 그러므로 갈등도 없고 날마다 신명나는 놀이와 그 놀이를 통해 계속되는 생명력만 있다. 여기에 한 명의 어른이 갑자기 등장한다는 것, 이 점이 참 신선하다.

어른 한 명이 푸른 별의 아이들, 환경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이야기하는 과정은 지금 이 세상이 아이들을 어떻게 괴물처럼 키우는지 떠올리게 한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어떻게 아이들 스스로의 힘으로 올바른 삶의 길을 되찾고 어른과 평화롭게 지낼 수 있게 되는지 보여준다는 점이 이 이야기의 놀라운 힘이다.

 

아이들을 괴물로 키우는 세상에서 나는 어떤 어른으로 살아가야 할지

아이들에게서 배우라고 가르쳐주는 좋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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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로켓파크 카르페디엠 32
이시다 이라 지음, 김윤수 옮김 / 양철북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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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든 공기

 

단숨에 읽었다. 이야기는 빠르고 재미있다.

다섯 살 아이들이 스무 살 청년들이 되어 가는 동안 겪는 일들은, 주인공 중 한 명인 간타의 말을 빌리자면, 지금 우리 사회의 공기가 어떤지 알려준다. 드러나지 않고 늘 우리 주변에 있으며 어디를 가든 우리를 따라다니는 공기’. 그 공기는 때로 독가스처럼 느껴지는 공기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하고 일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드러나선 안 되는 공기를 드러내 버린 주인공들은, 그 공기를 지키려는 사람들에게 상처 받고 상처를 주기도 하면서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

 

발달장애를 지닌 간타의 등장을 보면서 처음엔 장애를 주제로 쓴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작가는 내 선입견을 무너뜨렸다.

 

학교에서는 모두 똑같은 급식을 먹고 똑같은 교과서로 공부를 해. 줄넘기 연습, 라디오 체조도 마찬가지고. 똑같이 움직여야 하는데 다른 사람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 아닐까?”

 

어쩌면 모두 억지로 똑같은 척해야 하니까 아주 괴로운지도 몰라. 아키히로와 유타로, 겐은 다른 애들과 똑같은 걸 잘 못해. 그래서 자기네보다 더 눈에 띄는 간타를 괴롭히는 걸 거야. 그러면 자기들이 눈에 띄지 않을 테니까. 그래. 역시 히메 말이 맞아. 눈에 띄는 건 나쁜 거야.”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주인공들이 대화하는 위의 장면을 읽으면서, 남과 똑같아 지라고 요구하는 사회에서 눈에 띄는 건 나쁜 거라고 받아들이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아이들이 사회의 공기를 배우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누가 더 센지 싸우고, 교실에서는 누구 머리가 좋은지 시험 점수로 경쟁한다. 그것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강해도 반드시 더 센 사람이 나타나고,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더 똑똑한 사람이 늘 있기 마련이다.

 

중학생이 된 주인공들이 만나는 공기이다. 똑같은 걸 요구받는 건 결국 똑같은 조건에서 누가 더 센 사람인지 가리기 위한 것이다. 다수와 똑같지 않은 사람들은 배척받고 간타처럼 두려움에 떨거나 노조미처럼 독종이 되지만 소외받는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래서 남들처럼 청소를 하지 않는 간타와 노조미를 두고 다수가 쌓인 감정을 쏟아내는 학급회의 장면에서 작가가 제시하는 해법은 단순하지만 정답이다. 남다른 한 사람에 대해 알고 그 사람에게 맞는 방식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진리는 평범하다. 그 평범한 진리가 한 사람을 바꾸고 연결된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고 사회의 공기를 바꾼다. 노조미의 마음이 열리고 학급의 공기가 바뀌는 순간이다.

 

, 나도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를 때가 있다. 앞으로 청소는 최대한 열심히 할 생각이다. 간타와 마찬가지로 제대로 말해 준다면 말이지.”

 

이렇게 학창시절 잠깐 빛나는 순간이 있지만, 주인공들을 둘러싼 공기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공기는 무겁고 마음 깊이 파고들고 인간성을 바꾸려고 덤벼든다. 그 공기에서 자유롭고 싶은 주인공들이 사회에 도전장을 던지고 나서도 공기는 오히려 주인공들을 점점 가둬간다.

 

이야기의 결말은 해피엔딩일까. 결국 공기를 바꾸는 건 간타의 말을 빌리면 공기보다 무서운 사람이리라. 이 공기에서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까. 이 공기를 만든 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라는 걸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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