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를 찾습니다 - 관계맺기에 서툰 청춘에게
몸문화연구소 엮음 / 양철북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교과서 같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좋은 주제를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지만 좀 따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아래 인용한 부분까지 읽게 됐을 때 알게 됐어요. 제가 생생하게 겪고 있는 일과 책의 내용이 연결될 때에야 책이 확 다가온다는 걸요.

 

이런 사람들은 남들의 주목과 칭찬을 받기 위해 아주 과장된 행동을 하거나 자신의 이상적 모습을 그리면서 여기에 맞게 자신을 연출하고, 남이 자신을 비판하면 아예 관계 자체를 회피합니다. 이상적 자아가 현실적 자아보다 지나치게 커졌을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들은 자신에 대해 애착이 많고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자존감이 부족하고 다른 사람도 전혀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은 남을 배려할 수 없고, 남들이 자신에게 무관심하거나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끼면 강한 분노와 피해의식을 느낍니다. 충분한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111)

 

요즘 제가 학교에서 만나는 학생 중에 꼭 이런 학생이 있거든요. 17년을 중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별의별 유형의 아이들을 만나봤지만 이런 아이는 처음이에요. 제가 보기엔 별 것 아닌 친구들의 뒷담화를 듣고선 그 뒤부터 교실에 있는 걸, 친구들과 함께 있는 걸 너무 힘들어하면서 학교에 안 나오거나 나와도 교실에 못 들어가고 보건실이나 상담실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배가 아프거나 머리가 아프거나 다리가 아프거나 하면서 계속 몸도 아프다고 하는데 그게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예요. 마음이 몸을 아프게 하는 악순환이랄까. 그런 아이를 대하면서 답이 없는 저한테 답답하던 차에 인용 부분을 읽고선 영감을 얻었습니다. ‘억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거구나’, ‘아이가 마음의 힘을 회복할 때까지 편안하게 지지해 줘야겠구나이렇게요. 그런 생각을 하며 제 마음이 편해졌고, 그 마음으로 아이를 대하니 아이도 좀 편해졌습니다. 책이 고마웠어요.

그러고나서는 책의 주제와 더불어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고 있는 고정관념(예를 들어 모성애같은)들이 자연스럽게 타고난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만들어져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기쁨으로 다가왔습니다.

 

수업시간에 제가 이 책을 읽고 있는 걸 보고선 똘똘한 한 아이가(중학교 2학년입니다) 저한테 와서 책 좀 보자고 해요. 그래서 줬더니 차례를 살펴보다가 스마트폰과 SNS’ 부부만 읽고 돌려드리겠다고 합니다. 일단 이 책이 다루는 관계의 영역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건드리는 데는 성공. 그 녀석이 쉬는 시간 십여 분만에 그 부분을 다 읽더군요. 와우! 재미있냐는 제 물음에, 웃으며 답합니다. 잘 몰랐던 역사적 사실들을 알게 돼서 좋다고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인 듯합니다. 청소년들이, 또 어른들 다수도, 잘 모르고 있는 역사적 사실과 과학 지식들을 관계라는 주제와 연결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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