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즘과 과학
친애하는 각하,
이탈리아에서 존경받는 저명한 과학자 두 분이 양심의 문제를 저에게 호소하면서, 자국의 학자들을 위협하는 잔인한 막해를 가능하다면 멈출 수 있도록 각하에게 편지를 써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파시스트 체제에 충성을 서약하는 선서에 관해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이탈리아 지성의 꽃들이 이런 모욕을 당하지 않도록 무솔리니 각하에게 조언해 주기 바랍니다.
정치적 신념이 비록 달라도, 한 가지 사실에는 우리가 동의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유럽의 정신이 이룩한 업적 속에서 우리가 가진 최상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사랑한다는 사실 말입니다. 진실을 향한 열망이 다른 모든 욕망에 우선한다는 원칙에 따라, 사상과 가르침의 자유 위에서 이룩한 업적입니다. 바로 이 자유에 근거하여 그리스에서 우리의 문명이 태어났고, 르네상스의 이름으로 이탈리아에서 다시 부활한 것입니다. 이 지고의 가치는 순수하고 위대한 순교자의 피를 대가로 얻은 것입니다. 그들 순교자 덕분에 이탈리아는 오늘도 여전히 사랑과 존경을 누리고 있습니다. 인간의 자유 중 어떤 부분이 국가를 이유로 침해당해도 무방한가를 놓고 논쟁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 필요한 실용성과는 별개로, 과학 진실의 추구는 모든 정부가 신성시해야 할 일이며, 진실을 섬기는 순수한 종복을 평화롭게 내버려 두는 것이 모두에게 최선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 이탈리아에 이익이 되고, 국가의 위상에도 도움이 되리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저의 요청에 귀 기울여 주시기 바라며, 각하의 충실한 종복이 올립니다.
A. E.
무솔리니 정부의 로코 법무교육부 장관(1925~1932)에게 보낸 편지 - P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