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위다의 <플랜더스의 개>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제가 어린시절에는 청계천에 중고책방이 줄줄이 엄청 많았고, 거기서 아버지랑 손잡고 가서 동화책 전집에서 보고싶은 것만 골라서 샀던 책 중의 하나라서 더 기억에 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후에는 티비에서 만화영화로도 방송됐었고 주제곡도 인기 있었죠. 당시엔 어린나이였으니 감상을 조리있게 표현하지 못했겠지만, 세상의 때가 묻은 지금에서의 표현을 빌리자면 세상 참 더럽구나, 라는 느낌을 가졌던 거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좋은 영향을 끼친게 아니고 세상에 대한 부정적 마음이 조금 싹텄다고 해야 할까요? 그러니까, 그땐 어떻게 표현할지 몰랐겠지만 아마도 그동안 봤던 수많은 동화책 속의 권선징악적인 모습이나, 착하게 살면 언젠가는 복을 받는다는 순수함에 상처를 입었던 거 같습니다. 사실 이 책은 지금 보면 성인들의 통속적이고 진부한 코드(부잣집 딸과 가난뱅이 자식의 비극적 사랑)가 좀 녹아있으니까요. 주인공이 순수한 소년과 개라는 것만 빼면 말이죠. 쓰다 보니, 어린시절 동화인줄만 알았던<장발장>이 사실은 <레미제라블>이었던 것처럼, <플랜더스의 개>도 사실은 동화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아마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동화는 어른이 쓰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이상한 생각도 해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