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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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절로 폭소를 터뜨리게 하는 유쾌한 할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하는 글을 만났다. 작가의 첫 작품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몰입도있게 읽을 수 있는 탄탄한 스토리와 전개.. 읽는 내내 입술에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처음 책을 받아들고는.. 헉..이란 아이들 말을 절로 내뱉을 수 밖에 없었던 건 책의 두께가 예상을 윗돌았기  때문..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쉽게 읽을 수 있을까란 생각과 달리 이틀동안 책은 손을 떠나지 않았고, 100세 할아버지의 여정이 현실과 과거를 넘나드는데도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재밌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100세 생일 양로원의 창문을 뛰어넘은 주인공 알란 칼손.. 그의 이야기를 다 따라가고 나니 문득.. 예전에 보았던 영화 [포레스트 검프] 가 떠올랐다.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살기만 했던 주인공 포레스트가 각종 세계사의 다양한 장면에 나온 것처럼 짜집기 되었던 연출법이 상당히 재미있었는데.. 100세 할아버지의 알란 칼손 역시 지난 100년동안 그의 인생은 세계사의 중요한 상황 곳곳에서 목격될 뿐 아니라 중심지에서 그 모든 일을 일으키는 역할까지 한다. 단 포레스트와 정말 다른 점은 그는 인생을 열심히 살았다기 보단 무심하게 하고 싶은대로 행동했을 뿐인데.. 오히려 그가 한 실수로 인해 그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는 것.. ^^

그의 과거사를 따라가다보면,  세계 1차대전, 러시아 혁명,스페인 내전, 미국 핵폭탄연구와 루스벨트 대통령의 사망, 트루먼 대통령, 중국의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 윈스턴 처칠의 영국 총선 패배, 소련 핵 실험, 발리아궁화산 폭발, 수하르트 인도네시아 대통령, 프랑스68혁명, 세계2차 대전, 냉전체제, 소비에트 연방 해체, 독일 통일등 굵직한 각 나라의 사건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흥미로운건 알란의 직업이 폭파 전문가이고, 초등3년밖에 다니지 않았음에도 여러나라의 말을 하고,폭탄에 관한 지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것.. 이 세계의 곳곳을 뛰어다니는 그의 과거사 속에 등장한 각 나라의 대통령과 그 시대를 풍미한 인물들을 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다. 특별히 김정일과 김일성에 대한 부분은 아무래도 한국사람이다보니 더 흥미로웠던듯..

현실속의 양로원을 탈출한 그의 인생 역시 흥미롭다.  즉흥적이고, 남을 배려하기보단 자신의 생각만 하는 그에게 트렁크를 맡긴 갱..볼트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그와 엮이고 꼬이게 되는 갱들과, 경찰, 검사, 그리고.. 다양한 인물군.. 과거에 높은 사람들과 유명인만을 만난 것에 비해 좀도둑, 욕쟁이 아줌마, 학위없이 학위따기 전까지 30년을 공부만 한 동생, 동생때문에 유산을 못받아 억울해 하다 성경을 읽게된 형, 코끼리, 개 한마리.. 의 묘한 조합은 결국 발리로의 휴가로 마무리가 된다.

두명을 살해했음에도 아무런 죄책감도 없는 노인 알란.. 언젠가 사람은 죽으니까..란 논리가 묘하지만 가끔 와닿기도..

정치는 머리가 아파 멀리하는 그에게 101살이 되어도 그의 재능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찾아오는 것으로 끝을 낸 책.. 그의 100세가 넘은 인생도 참 궁금하기만 하다.

세계사를 유쾌하게 바라보기도 좋고.. 웃음을 지으면서 사이사이 숨어있는 대사나 상황속의 농담도 즐길 수 있는 100세 노인의 시한폭탄같은 여행.. 더운 여름  시원하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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