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랑을 가볍게 여기며 인생을 쉽게 사는 이온이 남장여자인 재제와 천천히 조심스럽게 행복해지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엄청난 반전이 있는 이야기가 너무 충격적이고 안타까웠습니다. 행복을 알아야 불행을 알 수 있다며, 이온에게 거짓으로 행복을 만들어 준뒤 잔혹하게 배신하며 이온을 나락을 떨어뜨리는 재림의 치밀함에 치가 떨립니다. 사람의 온기를 원해 여러 사람 사이를 전전하지만 언제나 상대방에게 자신이 필요할 때 까지만 머무르고 미련없이 떠나버리는 이온은 삶에 대한 의욕도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살아가는게 아니라 그저 엄마가 말했던 시간까지 버텨내는 거였습니다. 재제의 계략으로 누명을 쓰고 온갖 그 모진 일을 당할 때도 삶을 놓치 않던 이온이 엄마가 말했던 30살을 넘기자... 할머니가 지켜주고자 했던 30살이 지나자... 미련없이 삶을 포기하려는게 너무나 안타까웠고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재림의 잔인하고 비뚤어고 엇나간 복수를... 왜 수은에게 학대 당했던 이온에게 한건지... 사실 이온이는 가해자가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였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복수였을까 생각하니 이온이 더 가엽게 느껴지네요. 수은이는 왜 병원에서 그런말을 했던걸까? 처음에는 이온이가 가해자라고 생각해서 나쁘게 보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수은이가 이온이 죽는걸 바라지 않아서 재림이에게 이온이를 부탁한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 이온이의 외로움을 이용해 재림이 복수를 위해 접근한 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이온에게 접근해서 같이 지내는 동안 재림은 이온을 사랑하게 되었지만 재림은 사랑을 받은 적이 없는 인물이라 자신이 이온을 사랑하는 걸 모르고 무자비하게 복수라는 이름으로 이온을 몰아가고... 뒤늦게 자신의 감정을 깨닫고 후회하면서 이제는 이온을 잃을 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에 재림이 좀 더 빨리 깨달았다면 이온도 재림도 많이 아프지는 않았을텐데...처음에 제목을 보고 무슨 뜻일까 했는데 속이 빈 슈게트처럼 이온도 재제도 비어있는, 채워지지 않은 인물들이라는 뜻 같아요.이온과 재림이란 결여된 부분이 많은 두사람이 꽉 찰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서로의 빈곳을 조금씩 채워주는 동반자가 되길...
본편인 문제적 취향에서는 주인공들이 툭탁거리며 싸우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면 외전에서는 민기와 주열이 일상에서 달달하게 연애하는 이야기입니다. 싸우면서 정든다더니 이제야 주인공들이 제대로 된 연애를 하는데, 아플 때 기대고도 싶을텐데 주열이 감기들까봐 알리지도 않고 혼자 앓고 있던 민기와 언제나 자신의 끼니를 챙겨주고 자신을 위해 잔소리 하는 민기의 모습을 문득문득 생각하는 주열의 모습이 사랑에 빠진 연인들 같아서 보기 좋았습니다. 처음에 티격태격하던 민기는 많이 다정해지지만 아직까지 주열은 망설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처음에 같이 살자는 민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던 주열이 결혼식에 민기와 함께 가는 것을 시작으로 점점 마음을 여는 같고 완전한 연인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 보여 다행이었습니다. 주인공들이 한참을 헤매다가 이제야 산을 넘은 것 같달까... 죽을 때 까지 서로만 바라볼 것 같은 민기와 주열이 계속 행복할 것 같은 외전이었어요. 내용도 달달하고 만화도 너무 귀여웠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소개글을 보며 상상했던 내용과는 많이 다른 글 이었습니다. 원래 좀비물을 싫어하는데 생각보다 좀비의 비중이 많지 않은게 저는 더 좋았습니다. 좀비 바이러스로 인해 혼란스러운 세상이 배경이지만 워낙에 살인에 특화?된 주인공들이라 좀비들이 널려있어도 별로 위험하다거나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든지 하는 긴장감이 별로 없다는 점은 많이 아쉬웠습니다. 이 작품에서 좀비들의 비중이너무 적은데 그냥 주인공들의 이동을 제한하는 역할 정도가 다 인것 같아요. 게다가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치료제를 개발해서 좀비 확산을 막고 좀비들을 소탕하려는 정의로운 인물이 아무도 없다는 점이 왠지 씁쓸하게 느껴졌습니다.그나마 여자 주인공 커플이 사이코 연쇄살인마 남자 주인공 커플을 정부 몰래 도망치게 하고 끝까지 도와주는 의리가 멋있게 느껴졌고 도망치는 남자 주인공 커플이 이 혼란 스러운 세상에서 자신들이 꿈꾸던 아프리카로 향하는 여정이 몹시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아픈 과거를 가진 사이코패스와 연쇄 살인마 커플이 안타깝게 느껴지다가도 둘의 똘끼 넘치는 행동들 때문에 좀비들이 판치는 세기말적 상황인 걸 자꾸 잊게 되네요. 세기말적이고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주인공들 캐릭터가 심각하지 않고 오히려 가벼워서 배경상황보다 인물들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키워드 설정보다는 많이 약하지만 그래서 덜 피폐하고 밝은 분위기라 더 재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