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작부터 죽은걸로 나오는 오필리아의 존재감은 이 소설에서 대단히 크다. 처음부터 끝까지 에밀리아와 세 남주후보, 그리고 오필리아가 계속 함께 이야기를 끌어간다.
오필리아(특: 원작 게임 여주)라는 캐릭터 특성상 죽어서 더 아련한 첫사랑/전여친 롤에 가까운데, 이런 캐릭터가 나오면 대체로 정말..... 짜증났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남주들이 얘한테만 매달리고 얘와의 추억에서 헤어나지 못하니 말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남주들과 에밀리아의 관계보다 오필리아와 에밀리아(특: 이 소설 여주)의 관계가 더 빛난다. 에밀리아가 오필리아의 대체재처럼 여겨지기도 하는데, 오필리아보다는 남주들에게나 화가 날 뿐이다.
이는 오필리아가 에밀리아에게만 진심을 다 했고, 에밀리아 역시 그에 응해서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 귀히 여긴 탓이다. 2권에 나오는 오필리아가 카시오경에게 보낸 편지가 여기에 방점을 찍는다. '그 애는 내가 가진 것 중에 가장 귀한 거야.'.....
로판 보면서 남주한테 하나도 신경이 쓰이지 않는 작품은 이게 처음 아닐까. 분명 남주 찾기같이 남주후보가 추려지고 있는데... 오필리아와의 서사보다 절절한게 하나도 없어서 성에 차지 않았다. 내가 로맨스보다 우정에 더 진심이었구나... 를 깨닫게 해준 작품이다.
다른거 다 필요없고 수많은 시공 가운데 한곳에서 오필리아가 부디 살아서 에밀리아와 우정을 나누고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