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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 시절 ㅣ 소설Q
금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금희 작가님의 글은 이번에 처음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제목이 되는 <천진 시절>의 '천진'은 중국의 '천진'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 책은 주인공 '상아'가 과거 '천진'에서 지냈던 시절과 현재 '상해'에 잠시 머물면서 '정숙'과의 만남을 기다리게 되는 시점이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천진에서 지내던 시절에는 상아와 그의 남자친구 무군, 정숙과 희철 이렇게 네 사람이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가 진행된다.
작품 속에서 상아와 무군은 꽤 운명적으로 만나서 사랑하게 된다. 상아가 잘못 가지고 온 도시락통을 무군이 다시 제대로 가져다 주면서 두 사람을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그 대화를 계기로 점점 더 가까워지다가 무군의 사촌이 소개해준 일자리를 선택하면서 둘이 함께 살게 되기까지 한다. 그곳에서 만난 정숙과 희철까지 총 네 사람이 삶의 한 시절을 함께 보내게 되지만, 달리 큰 욕심이 없어서 현재 생활에 만족하는 희철이나 무군과 달리 정숙과 상아는 더 나은 세계를 갈망하게 된다. 그리하여 상아는 무군이 아닌 다른 일자리를 찾아서 무군을 떠나게 되고, 무군이 아닌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하여 아이를 낳게 된다.
나는 작품 속의 상아가 굉장히 솔직한 캐릭터라 무척 마음에 들었다. 상아는 무군을 사랑하지만, 자신이 무군을 사랑하는 감정에 대해 회의감을 느낀다. 왜냐하면 상아가 겪어본 사람이 많지 않고 특히 남자는 무군 이외에는 거의 없는 것과 다름 없기 때문이다. 무군을 사랑하는 스스로에게 의혹을 가지는 상아를 보면서 많이 공감했다. 나도 어떤 사람을 보며 어떤 감정을 느낄 때, 그 감정이 애정이든 미움이든, 그런 감정을 가질 때 내가 다른 상황에서 이 사람을 만났다면 나는 이 감정을 여전히 느꼈을까 가끔 스스로에게 물을 때가 있었다. 그래서 상아가 마침내 스스로의 감정에 결론을 내리고 무군을 떠났을 때, 자기가 스스로 판단한 자신의 삶을 선택하여 무군을 떠났을 때 나는 상아의 선택에 깊게 공감했다. 더 나이를 먹고 더 많은 것들에 눈을 뜨게 되면서 더 나은 세상을 향하고 싶어하는 감정은 내게도 무척 친숙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또 이 작품은 과거 시절을 그리워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그래서 계속 나는 '천진'이라는 장소에 대해서 어떤 그리움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예전에 상해에 잠시 교환학생을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그 시절 생각도 많이 났고, 그래서 상아를 조금 더 가깝게 느꼈다. 왜냐하면 그때의 나는 상해에서 지내면서 상해 생활이 정말 즐거웠기 때문에, 그리고 거기에서 내 스스로가 내적으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았어서... 그런 내 마음이 천진을 떠나던 상아의 마음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 책을 쓴 금희 작가님이 조선족이라는 것은 알고 책을 읽었는데 글을 쓰는 솜씨나 문장력이 굉장히 좋아서 무척 감탄했다. 정말 최근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고 몰입해서 읽었기 때문에 더욱 놀라웠다. 최근 나는 뭔가에 잘 집중하지 못하고, 깊게 빠져들지 못했는데 천진시절을 읽는 동안에는 이 책에 푹 빠져서 앉은 자리에서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다. 정말 정말! 너무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