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R. R. 마틴 걸작선 : 꿈의 노래 1 - 머나먼 별빛의 노래 조지 R. R. 마틴 걸작선 : 꿈의 노래 1
조지 R. R. 마틴 지음, 김상훈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서평단을 모집해서 신청했다가 책의 일부를 받아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전체는 아니고, 한 파트 부분을 떼어낸 분량만큼 읽어서 전체 스토리 리뷰는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내가 읽은 부분에서 느끼기에 이 책이 상징이 무척 훌륭하게 되어있다는 거다.

 요새 배우고 있는 구조학에서 기표와 기의에 대해서 좀 알아가고 있는데 그 부분들을 응용해보면 상징이 지닌 의미에 대해서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몇 가지 상징들을 두고 기표와 기의를 치밀하게 짜내린 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선 네크롤의 입장에서(이 파트에서는 네크롤의 시선을 따라가며 소설이 전개된다) 바라보는 악의 무리들을 '천사'라고 부르는 점이나, 이들 즉 천사들이 죽이고 있는 젠시족을 성체라고 칭하는 것까지. 사실 천사들은 젠시족을 굉장히 하찮은 종족으로 취급하고, 생명체라기보다는 어떤 물체로 간주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칭하기를 성체라고 칭해서 聖體 라는 기호와 굉장히 어긋나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소설의 전체적인 부분은 제노사이드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우선 이념과 사상, 종족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강자가 약자들에게 일방적으로 폭력을 휘두르고 학살하고 추방하는 장면은 이 작품이 SF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와 굉장히 닮아있고, 지금도 지구 건너편에서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기 때문에 완전히 남의 이야기같지 않게 느껴진다. 다만 배경이 SF라서 레이저건이라거나 뭐 그러한 이질적인 것들이 등장하지만, 작가가 최종적으로 투영하고자 했던 현실은 결국 지금 우리가 앓고있는 문제들이었다고 볼 수 있을듯하다. 

 사실 천사들이 젠시족을 학살하는 데에 대단한 이유는 없다. 그냥 영토싸움이고, 약육강식이라고 천사들의 입장에서는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게 약간 미국의 역사와 맞물리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발달한 기술과 지식을 가진 종족이 원주민들을 쫓아내고 있는 구도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일단 젠시족과 천사만 두고 비교하면 젠시족은 조금 미개한 입장이고, 천사들은 기술과 힘을 다 갖추고 있기 때문에.... 그렇지만 평화롭게 살던 젠시족들을 모두 죽인 다음에 매달아놓고 다른 젠시족들을 잡아서 그 시체를 보게하는 다소 끔찍한 방식으로 젠시족들을 퇴치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이라고 보이는) 네크롤은 그런 천사들로부터 젠시족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데 네크롤에게 그럴만큼 강력한 힘은 없어서 라이서에게 기대고 있다. 그렇지만 라이서도 그렇게까지 막강한 존재는 아니라서 계란 두개가 바위를 때리고 있는 격. 어쨌든 과연 이 투쟁이 어떻게 이어질지는 흥미로운 부분이다. 

 주인공의 이름들이 좀 생소해서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걸렸다. 일전에 치아누 아차베 소설을 읽었는데 이름들이 너무 낯설어서 정말 속도가 더뎠고 괴로웠떤 게 다시 떠오를 정도로 이름을 외우기 어려웠음. 미국작가 아니었나 싶었는데 SF니까 색다른 이름들이 등장할 수 밖에 없었다. 

 파트 이름이 아주 관건이다. <일곱 번 말하노니, 살인하지 말라.> 내가 알기로는 성경의 구절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 '천사'에 대해서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나님과 천사들, 아주 개운할 정도로 상징설정을 잘해놔서 읽다보면 벅차오르는 감이 든다. 이런 구조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좋아할 것 같다.

 부분만 떼어 읽었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낯선 작가인데 시리즈물이라서 좀 더 읽어볼만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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