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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2월
평점 :
작년에 오베라는 남자를 읽고 프레드릭 베크만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에 놀랐습니다.
이야기의 흡입력과 몰입도가 굉장했고 오랫동안 감동과 여운이 남더라구요.
그래서 프레드릭 베크만의 신작을 계속 기다렸고 하얀 백발이지만 소녀 같은 모습의
브릿마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회성이 떨어지고 융통성이 없으니 집에만 있어야 한다는 남편 켄트의 말에
순종적으로 따르기만 했던 브릿마리는 남편의 외도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꿈꾸게
됩니다.
브릿마리에게는 아픈 과거가 있습니다.
집안의 자랑이었고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언니 잉그리드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됩니다. 같은 뒷 좌석에 앉아 있었고 안전벨트를 착용했던 브릿마리는 살아
남았지만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던 잉그리드는 피범벅이가 된 채 깨진 유리 파편
속에서 숨을 거뒀고 그 순간에도 언니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고 싶었던 브릿마리는
그 상황들을 과탄산소다를 부어 모조리 닦아버리고 싶었지만 기절해버립니다.
사고의 기억과 그 후 가족들에게 늘 인정받지 못했던 브릿마리는
가족들의 태도에 많은 상처를 받으며 과탄산소다에 더 집착하게 됩니다.
엄마의 죽음 이후 더 괴로워했던 브릿마리는 같은 건물에 살았던 아이가 둘 있는
이혼남인 켄트를 만나 결혼을 하고 자신의 아이도 포기한 채 두 아이를 헌신적으로
키우며 집에서 살림만 하라는 남편의 말에 순종적으로 따르며 나름의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인정받지 못하고 아이들에게도 남편 켄트에게도 버려집니다.
결혼 후에도 늘 인정받지 못하고 자신의 의견대로 펼쳐보지 못하고 살아서였는지
브릿마리는 과탄산소다에 계속 집착했고 아픈 마음을 닦아내 줄 것 같은
유리 세정제 펙신을 끔찍이도 좋아합니다. 어쩌면 그 둘이 브릿마리에게 영원한 친구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ㅠ.ㅠ
자신의 죽음 이후 아무도 모른 체 몇 달이 지난 후 많이 썩은 상태로 그녀의 시신에
남들에게 발견되지 않을까 하며 혼자인게 너무나 두려웠던 브릿마리는 일자리를 원했지만
살림만 오래했던 그녀에게 맞는 일자리는 없습니다. 그러나 무슨 용기인지 계속 고용
센터에 방문하고 결국 아무도 찾지 않은 관심 밖의 마을 보르그의 1월말 폐쇄 예정인
레크레이션 센터 임시직 일자리를 얻게 됩니다.
보르그의 첫날부터 시작이 좋지 않습니다. 차는 폭발을 일으키고 미지의 인물이 있는
까페, 피자가게, 우체국, 보건소, 주류판매점 잡화점, 자동차 수리점 등 뭐라 딱히 집어 말할 수
없는 상점의 주인인 휠체어를 끄는 미지의 인물을 만나 차 수리를 맡기고
보르그 축구공에 머리를 제대로 맞아 보르그 축구와 첫 대면식을 하고 보르그의
레이크레이션센타 관리직의 첫 근무를 시작합니다.
레크레이션 센터는 보르그의 마을 분위기처럼 정리가 안된 채로 나뒹굴어져
있었고 브릿마리는 과탄산소다를 풀어 곳곳을 닦고 정리해나갑니다.
제대로 된 매장도, 우체국도, 주유소도 없는 먼지가 쌓일데로 쌓인 잊혀진 마을 같은
보르그의 레크레이션 센터는 마을의 모습처럼 형편없이 지저분하고 정리가 안된 채로
나뒹굴어져 있습니다.
커피 퍼컬레이터가 보여 커피 한 잔을 마시려했지만 기계 작동에 늘 미숙했고
늘 남편 켄트가 해주며 무시를 당했던 브릿마리는 커피 퍼컬레이터를 고장나게 만듭니다.
이래서 새로운게 싫고 여행이 싫다며 울어버리며 레크레이션센터에서 밤을 맞는
브릿마리에게 암담하게 느껴질 수 있는 보르가가 새로운 기회를 주고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이야기로 펼쳐집니다.
장기 불황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보르그의 사람들 그래서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마을의 황량함처럼 무관심과 보호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방치된 채
살아가는 듯한 마을의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축구가 희망이었고
브릿마리는 그들의 축구 감독이 되면서 아이들의 아픔을 함께하고 정신적 교감을 하며
혼자가 아닌 공감할 수 있는 여러 친구들을 얻게 됩니다.
잡아야 할 쥐에게 스니커즈 바를 주며 쥐에게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소심함을 보이지만 남편 켄트와 달랐던 지역 경찰관인 스벤에게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고 새미의 아픔에 공감하며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전환점이 될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늘 암담했던 마을에 비록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했지만 축구로 인해 단합하고 새로운
희망을 보게 되었고 늘 새로움을 두려워했던 브릿마리도 늘 꿈에서만 그렸던 파리
여행을 보르그 마을의 아이들이 작은 정성으로 파리 여행의 꿈을 그릴 수 있었고
단조롭고 어쩌면 편안해 보이는 기존의 삶의 아닌 새로운 삶은 꿈꾸며 스벤의 집 문을
두드리는 이야기로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브릿마리 여기있다 책 뒷면에 아마존 독자의 서평이 나와 있습니다.
“[오베라는 남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었다. 하지만 브릿마리를 만난 뒤
오베는 그 자리를 내줘야 했다.” 정말 이 문구가 제 마음 같구요.
두께감은 있지만 프레드릭 배크만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가 책장을 쉽고 빠르게 넘기게
해주면서 정말 감동과 여운이 대단합니다.
저는 지금 브릿마리씨가 자주 했던 행동인 양쪽 볼을 쏙쏙 집어넣고 있어요.
책 표지의 브릿마리는 소녀같이 예쁜 할머니지만 저는 그렇지 않아 웃길 수 있지만요. ㅋ
브릿마리처럼 새로움이 두려웠던 저에게도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준 이야기이구요.
브릿마리가 늘 사용했던 과탄산소다를 꼭 한번 사보고 싶습니다.
책을 읽은 며칠 동안 브릿마리가 될 수 있었고 그녀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2017년 꼭 소장하고 읽어야 할 책으로 강력 추천하구요. 프레드릭 배크만의
새 작품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