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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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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창비 블로그에서 서평단을 신청할 때 주어진 키워드는 #하와이 #여성연대 #100년_전 #세_여자_이야기 #놀라운_몰입도 였다. 이 키워드를 보고 내가 상상할 수 있었던 이야기는 없었다. 일제강점기 시대 한국인들의 고통과 억울함을 다룬 소설들을 우리는 많이 접하였으나, 100년전 하와이에서 한국인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못가던 시절에 태평양을 건너 하와이까지 간 한국인들이 있었다는 사실부터 믿기 어려웠다.


그리고 소설은 나에게 새로운 역사를 말해주었다. 100년 하와이에 한국 노동자들은 사탕수수 농장에서 노예처럼 일하였으며, 사탕수수 노동자들이 결혼을 하지 못하고 문제를 일으키니 사진신부들을 합법적으로 하와이에 데려와 결혼을 시켰던 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의 3명의 주인공 버들, 홍주, 그리고 송화는 사회적 경제적 고통을 피해 도망치듯 하와이로 왔다. 지상천국이라고 들었던 하와이는 동양인을 그저 이주노동자 이상으로 보지 않았고, 일을 고되고 힘들었으며, 남편들은 사진에서 봤던 인물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들은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웃는 날보다 우는 날이 더 많았지만 악착같이 자식들을 키우고, 남편을 챙겼으며, 한 푼이라도 더 돈을 벌기 위해 쉬지 않고 일을 했다. 고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하와이였지만, 독립운동에 뜻이 있는 남편을 중국에 보내야 했고, 한인들 사이에서도 이승만파, 박용만파로 나뉘어 번번이 갈등을 일으켰다.


이 책에서 가장 공감이 많이 되었던 부분은 버들의 딸 진주(펄)의 시점으로 소설이 시작할 때 부터였다. 그전까지는 전지적 관찰자 시점으로 세 여성과 주변인의 삶을 묵묵하게 서술할 뿐이었다. 그리고 후반에 이르러서는 진주의 1인칭 시점으로 바뀐다. 시대적 배경 탓이기도 하지만, 버들은 가부장재를 내재화 하고 있는 여성이었으며, 정치적 가치 판단에서 한 발자국 물러난, 그저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를 하던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지금 세대의 입장에서는 억압적이고 보수적인 기성세대로 비춰질 모습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버들의 딸 진주의 시점을 소설 후반부에 넣어, 진주의 입을 통해 현재 시대의 독자들의 생각을 대변해주었다.


그리고 소설은 버들과 진주가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며 카네이션 꽃밭에서 화해를 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마지막까지도 버들은 누군가를 환영하고 따뜻하게 안아줄 카네이션들을 키운다. 그 누구도 그녀들에게 환영한다며 꽃목걸이를 걸어 준 적 없지만, 악착같이 살아가며 서로를 따뜻하게 환영한 그녀들의 목에 레이를 걸어주고 싶다.


#알로하나의엄마들 #창비사전서평단

"누가 내한테도 이쁘고 향기 나는 꽃목걸이 쪼매 걸어 줬으면 싶었다." 엄마는 카네이션의 꽃말이 사랑이란 사실을 알고 있을까. 엄마가 키운 카네이션들은 예쁘고 향기 나는 레이가 돼 누군가를 환영하고, 축하하고, 위로하며 따뜻하게 안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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