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되고 싶었던 호랑이 온그림책 3
제임스 서버 지음, 윤주희 그림, 김서정 옮김 / 봄볕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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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작가 마크 서버는 마크 트웨인을 잇는 20세기 미국 최고의 유머 작가로 불리고 있으며, 1961년에 세상을 떠날때까지도 계속해서 글을 썼다고 한다. 마크 서버의 작품이 내게는 처음이지만 이 한권의 짧고 간결한 문장속에서 그의 우화와 풍자를 느끼기는 어렵지 않았다.

나는 그림책을 볼때 대부분 글부터 먼저 읽는다. 그런데 요즘은 글을 읽기도 전에 표지그림에 반해서 또는 분위기에 반해서 무작정 책을 사기도 한다. 그림에 대해선 진짜 아는게 1도 없는 나인데 어쩌자고 이렇게 넋을 놓고 보게 되는지 ㅎㅎ 이 그림책 또한 처음으로 알게 된 윤주희 작가님의 그림에 홀딱 반했다 !!!

'왕이 되고 싶었던 호랑이' 의 단순한 스토리는 깊은 밀림속 팽팽한 긴장감까지도 놓치지 않는 윤주희 작가님의 세심함 속에서 현장감을 더했다. 작가님은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 뉴욕에서 판화작가로 ,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발히 활동해오고 계셨는데, 검색을 통해 알게 된 다른 작품들도 둘러보고 실크스크린으로 작업하는 과정까지 엿볼수 있어서 오전은 그야말로 후딱 지나갔다. 청록색과 주황색...단 두가지 색상만 썼는데 그림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화려하단 느낌까지 받았다. 단조로운 색때문에 제각기 생긴 동물 캐릭터들이 어떻게 표현될까 궁금했는데, 밀림속 전투장면을 보면 붉게 흩뿌려진 잉크의 파편들과 무고한 초록의 동물들이 대비되면서 혼돈의 아수라장이 아주 실감나게 그려진다.

어느날 갑자기 자신이 왕이 될 운명이라는 호랑이. 대단한 그 무엇이 되기위해 잔뜩 예민해진 호랑이는 아기 호랑이 발바닥에 박힌 가시는 신경쓰지 않는다. 검은 줄무늬의 노란 달이 떠서 자신을 축하해줄거라고 철썩같이 믿는 호랑이는 뭔가 자신만의 세계에 갖힌듯 보인다. 호랑이는 새 질서를 만든다는 명목으로, 사자는 구 질서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명목으로 싸움은 시작되고, 호랑이는 살아남아 바라던대로 왕이 된다. 모든 싸움이 그러하듯 그럴듯한 명분은 있었지만, 전쟁의 진짜 이유를 찾은 동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책 마지막 장에 교훈을 집어넣은 작가님의 유머에 피식 웃음이 난다. 작가님 너무 귀엽잖아 ㅎㅎㅎ

이 세상에 존재하는 호랑이 같은 사람들을 향해 대놓고 한방을 날리고 싶으셨던 걸까 ?^^ ㅎㅎ 그러게 아무리 향기로운 꽃도 알아봐주는 존재 하나 없다면 아름다움이라는 가치가 무슨 의미일까 .

개인의 사사로운 권력욕에 선택권도 없이 사지로 내몰린 약자들... 변화가 왜 필요한지, 왜 지금인지 질문하기 보다는 이 싸움의 마지막 승자가 누가될지 살피는 일이 먼저가 될까봐 두렵다.

책을 읽는 내내 시리아 내전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이 떠올랐다. 수없이 죽어가는 죄없는 난민들의 비참한 행렬들을 보면서 그 누가 전쟁의 정당성을 입증할수 있을까 . 호랑이처럼 무력을 써서 쟁취한 권력은 절대 오래가지 못한다는것도 아픈 경험으로 너무 잘 알고있다. 그럴듯한 이유를 앞세워 맹목적이 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상처뿐인 이 전쟁을 과연 봉합할수는 있을지 막막하기까지 하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는 식의 편가르기가 과연 전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

왕이 되길 꿈꿨던 호랑이를 나는 비난하고 싶지 않다. 다만 그 방식이 아쉬울 뿐. 호랑이가 진짜 원했던것이 왕관이 아니라 모두로부터 인정받는 왕이었다면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해면 된다. 누군가를 잘 다스리는 일은 결국은 내 아이 발바닥에 박힌 가시를 제거해주고 , 아내의 말을 귀담아 들으며 , 항상 함께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거니까. 리더들이 갖추어야 될 소양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는 그림책이다. 추진력 있게 행동하는 호랑이도 좋지만 제임스 서버처럼 날 웃게만들어주는 호랑이라면 저절로 귀담아 듣게 되지 않을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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