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어린 나이에 아빠한테서, 언니한테서, 오빠한테서, 감옥에서 애처로운 시선으로 무얼 보았을까? 비참한 진실을 여자애한테 많이 보여주는 게, 혹은 적게 보여주는 게, 그래서 수수께끼처럼 숨기는 게 하느님 뜻에 합당할까? 여기에 대한 대답은, 여자애가 다른 모든 사람과 달라야 한다는, 다른 모든 사람을 위해서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영감을 받았다는 거로 충분하다. 영감을 받았다고? 그렇다. 시인이나 사제가 받는 영감은 있어도, 가장 비천한 곳에서 가장 비천한 일에 열중하자는, 사랑하고 헌신하자는 영감은 있으면 안 된단 말인가!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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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할로 베리티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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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고 달다. 그 맛이 내게는 새롭다. 딱 내 취향은 아니지만, 새로운 맛을 볼 수 있어서 충분히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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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사람들
헨리 제임스 지음, 김윤하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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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는 그 자리에 우뚝 섰고, 그렇게 두 여성은 1, 2분가량 어둠 속에서 서로를 응시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 대치가 끝나고도 올리브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버리나에게 다가가 옆에 앉았다. 그녀는 버리나의 기묘한 태도를 어떻게 - P643

생각해야 할지 몰랐다. 버리나가 이런 태도를 보인 것은 지금까지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아무래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듯했고,
완전히 꺾인 채 의기소침해 보였다. 이것은 거의 최악의 상황-지금까지 일어난 일보다 더 나쁜 상황이 있을 수 있다면 - 이나 마찬가지였다. 올리브는 가엽게 여기고 안심시켜주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이렇게 잡은 손에서 상대방의 감정을 남김없이 읽을 수 있었다-그것은 일종의 수치심이었다. 자신의 의지박약에 대한, 오전에 별 저항 없이 재빨리 굴복하여 제정신이 아닌 일탈을 저지르고 온 것에 대한 수치심이었다. 버리나는 항변 한마디 없이 그 감정을 드러냈다.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의 침묵 그 자체가 애원이었다-그것은(올리브가 비난하는 말을 퍼붓지는 않을 거라고 믿어왔던 마음 그대로) 지금은 아무것도 묻지 말아달라고, 다시 고개를 들 수 있을때까지 그냥 가만히 있어달라고 올리브에게 애원했다. 올리브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이해했다. 아니, 이해한다고 생각하면서 그만큼 참담함이 더 깊어졌다. 지금은 그냥 여기 앉아서 그녀의 손을 잡고 있어주기로 하자, 그것만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 밖의 어떤 방법으로도 서로를 도울 수 없었다. 버리나는 머리를 뒤로 기댄 채 가만히 눈울 감았다. 이렇게 한 시간 쯤 어둠이 짙어지는 방에 앉은 채 두 젊은 여성 중 누구도 입울 열지 않았다. 틀림없이 그것은 일종의 수치심이었다. - P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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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사람들
헨리 제임스 지음, 김윤하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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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마음속에서 자신의 계산이 틀렸다는 한탄이 불처럼 타올랐다. 자신이 그리던 미래에 대한 찬란한 전망에 이제 애도의 막이 내려지는가 싶더니, 우는 소리도 없이 천천히 눈물이 흘러나왔다. 한 방울 한 방울 뚝뚝 떨어지는 그 눈물은 그녀의 마음을 진정하지도, 고통의 짐을 덜어주지도 못했다. 버리나와 나눴던 셀 수 없이 많은 대화, 두 사람이 주고받은 다짐, 둘이 열심히 했던 연구, 두 사람의 충실한 활동, 그로 인해 얻은 어떤 보상, 일찍이 그 어떤 한 쌍의 마음에도 깃들지 않았던 올바른 통찰과 고매한 열정으로 가슴 설레며 램프 불빛 아래 앉아 보냈던겨울밤이 떠올랐다. 이 가엾은 여자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산책을 계속 애매하게 멈춘 채 있는 지금, 그렇게 높이 비상한 뒤에 그렇게 추락하는 비참함과 애석함은 그저 분명치 않은 비통한 중얼거림으로만 표현되었다. - P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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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단 한 가지 단언할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인생을 가린 안개와도 같은 애매함을 걷어 - P640

내는 듯한 어떤 상념으로부터든 몸을 사리는 사람이 아니었다는것이다. 이렇게 맑게 갠 회상의 순간은 모든 남녀가 적어도 한 번은경험하는 것으로, 과거를 현재의 빛으로 읽게 되는 이 순간, 사물의 이치가 마치 못 보고 지나쳤던 이정표처럼, 이전에는 전혀 보지 못하던 곳에서 뚜렷이 떠오를 수 있다. 지금까지의 여정이 잘못된 진로와 엉뚱한 관찰과 현혹되어 착각했던 그 모든 지형과 함께 눈앞에 생생히 그려지는 것이다. - P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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