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인 수술 보고서를 읽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아서 이 책이 도대체 어떤 책일지 읽기도 전부터 긴장을 하게 만든다!
송미경 작가는 작년에 <어떤 아이가>를 통해서 알게된 작가인데,
그때도 책을 읽으며 신비롭게 책을 쓴다는 생각을 했었다.
난해한 장치를 한겹, 두겹, 세겹씩 쌓아놓고
이야기를 구성해서 보기드문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역시나 <어떤 아이가>에 이어서 내놓은 작품인 <광인 수술 보고서>도
전작의 느낌만큼 특이한 구성의 책이었다.
광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아이와,
그 광인을 수술하는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가 담담한 수술 보고서 형식으로 담겨져 있다.
책을 읽으며 연희가 광인이 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 이해를 할 수 있어서
마음 한편이 참으로 아픈 책이었다.
우아한 거짓말의 '천지'와는 또다른 연희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 사회에
집단 따돌림의 문제를 다시한번 깊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다.

학생들의 왕따문제에 관한 많은 책이 있지만 <광인 수술 보고서>는
특이한 보고서 형식으로 담담하게 담아내서 시선을 끈다.
광인이 된 연희가 수술 보고서를 작성하고, 수술을 집도한 김광호는 보고서의 각주에 본인의
생각을 적어두고 있어서 책을 보면서 두사람의 시점에서 수술실의 장면을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나, 이런 왕따가 있어요~ 라고 왕따문제를 제시만 하는게 아니라,
정신과 의사가 환상적인 수술을 통해서 치료를 하는 과정이 등장을 하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희 또한 수술을 통해서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아이들이 연희의 모습을 통해서 본인의 현재의 모습을 되돌아 볼 수도 있고,
반대로 왕따를 시켜서 괴롭히던 아이들은 사소한 장난과도 같은 일들이 친구를
광인으로 몰아갈 수도 있겠다는 점을 인지할 수 있다면 남는게 많은 책이 될것 같다.
책속에 수술대의 모습도 나오고 광인이라는 말을 통해서 나는 얼마전 읽었던
프랑켄슈타인 책이 자꾸만 연상이 됐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본인이 만들어 낸 창조물의 모습을 보면서 점점 광인이 되어가게 됐으니까..
특이한 수술 보고서 형식이 책의 이야기가 책의 재미를 더해준다.
송미경이라는 특이한 작가를 우리가 알게 된것 같다.

책속의 광인인 연희는 환상적인 최초의 광인 수술에 의해서 친구들과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마음의 병을 치유하게 되는 원동력을 얻게 된것 같다.
우리 사회가 연희와 같은 피해자를 광인으로 만들어 가는게 원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자는 늘 숨죽여서 생활을 하게 되는 현실이 마음이 아픈 책이었다.
한올 한올 풀린 스웨터의 실이 다시 원래의 스웨터로 돌아오듯이 머릿속의 뒤섞인 기억들도
원래의 상태로 돌아온다면 광인 수술은 성공을 하게 되는것 같다.
우리 사회가 이런 광인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친구들과 선생님의 암묵적인 침묵으로 인해서 연희처럼 마음의 상처를 받는 학생들이
줄어들기를 바란다.

전에 아이가 법체처에서 진행하는 토론대회에 참가한적이 있었다.
토론의 주제는 역시나 학교내의 왕따 문제였다.
아이들이 왕따를 없애기 위한 해결책을 모듬별로 발표를 하는데,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광인 수술 보고서에 나오는 연희의 담임선생님처럼 왕따를 당하는 아이를 보고도 못본척 하는
선생님들에 대해서 아이들의 신랄한 비판이 터져 나왔다.
초등학생들의 시선에서 볼때도 선생님들이 학교, 특히 교실에서 벌어지는 집단 따돌림의 상황에
좀더 적극적으로 개입을 해준다면 왕따 문제가 조금이나마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부분이다.
어른의 묵시와 방관은 왕따를 해도 된다는 무언의 허락과도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우리는 원하게 된다.
교육자이기전에 아이의 언니, 오빠, 자식과도 같은 마음으로 나서준다면 바랄께 없을듯 하다.
또한 왕따를 시키는 아이들의 문제를 들여다 보면 부모들에게 원인이 발견될때가 많다.
아이들의 인성 교육에 조금이나마 관심과 신경을 쓰는 부모의 모습을 보인다면 연희와 같은
광인이 되는 아이들은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나의 생각이다.
다른사람에 대한 배려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어릴때부터 키워준다면,
집단 따돌림과 같은 파렴치한 일은 안하리라 하는 믿음을 가져본다.
송미경 작가의 광인 수술 보고서는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지침서와도 같은 책이 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