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
장영희의 열두 달 영미시 선물을 읽었습니다.
감수성 예민한 고교시절에는 정말 용돈을 모아서 시집을 사서 늘 가방안에 넣고 다니며
읽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때 부터인지 시집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제 자신을 느끼곤 합니다.
특히나 영미시는 더욱 읽을 일이 드물었습니다.
유명한 '영미시'들을 읽어도 딱히 마음에 와닿지가 않아서 더욱 읽지를 않았던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는 윤동주 시인이나 김해인 수녀님의 시처럼,
읽고나면 가슴이 울리는 시를 즐겨읽는 편입니다.
시를 머리로 파해치는걸 그닥 좋아하지 않고,
영시를 해석해서 읽으면, 제대로된 시의 묘미가 반감이 되서 읽지 않게 됐습니다.
장영희 교수가 쓰고, 김점선 화가가 그린 <다시, 봄>은 영미시를 잘 모르는 저에게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도와주는 요소를 내포하고 있어서 부담감 없이 시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꽃이 노란색 튤립인데, 꽃말이 아마 '헛된 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고
기억이 됩니다.
어릴때는 이렇게 비극적인 사랑을 갈망했던것 같습니다.
대표적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처럼요~
표지의 노란 튤립이 저에게 자꾸만 읽어 달라는 손짓을 하는것 같아서,
정말 오랜만에 시집, 그것도 '영미시'를 읽게 됐습니다.
1월 부터 12월까지 각 달에 맞는 영미시를 소개해 주고 있는 책입니다.
한편에는 번역을 해주고, 그 다음장에는 시와 어우러지는 그림과 함께
시를 바라보는 장영희님의 해설이 함께 나옵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말씀으로는 이책을 만든 장영희님과 김점선님이 고인이 되셨다고 하네요.
5주기를 맞아서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장영희님과 김점선님이 하늘나라에서 우리에게 보내는 봄 편지, 희망과 위로의
러브레터라고 합니다.
글을 쓰신분과 그림을 그린분의 마음이 느껴져서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책이었습니다.
지금이 5월입니다.
책속에서 소개된 5월은 너무 옅지도, 짙지도 않은 청순한 푸름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아픈 추억도 어두운 그림자도 다 뒤로하고 싶어지는 꽃비 내리는 5월을 느껴보게 됩니다.
영미시와 더불어 작가의 해설편에서는 피천득 선생님의 <오월>도 소개가 되서
좋은 작품을 다시금 읽어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산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정말 마음에 와닿는 글입니다.
바로 제 마음을 대변해주는듯 해서 계속해서 입속으로 읊조려봅니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단순한 글귀 하나에 제 마음은 큰 위안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시를 읽게 되는것 같습니다.
다시, 봄을 읽으며 미국의 대중음악 가수 밥딜런의 시가 가장 마음을 울리는것 같습니다.
바람속에 답이 있다.
얼마나 많은 길을 걷고 나서야
그는 진정 사람 취급을 받을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바다 위를 날아야
흰 비둘기는 백사장에서 편안히 잠들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포탄이 휩쓸고 나서야
세상에 영원한 평화가 찾아올까.
얼마나 오랜 세월을 살아야
다른 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친구여, 그 답은 바람 속에 있습니다.
그건 바람만이 대답할 수 있습니다.
밥딜런의 시를 읽으면서 노래하는 시인이라는 수식어가 왜 그에게 붙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마음을 촉촉히 울리는 그의 시가 제 마음까지 흔들어 놓는듯 합니다.

'아름답게 나이들게 하소서'는 읽는내내 내 이야기를 하는것 같았습니다.
이제 중년에 접어든 제게 바로 어떻게 늙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글들이었습니다.
아름답게 나이 들게 하소서.
수많은 멋진 것들이 그러하듯이.
레이스와 상아와 황금, 그리고 비단도
꼭 새것만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오래된 나무에 치유력이 있고
오래된 거리에 영화가 깃들듯
이들처럼 저도 나이 들어감에 따라
더욱 아름다워질 수 없나요.
해설편에 보면 되돌릴 수 없는 청춘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의 내 계절을 받아들임은 아름답다고 합니다.
육신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영혼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눈이 아름답다고 합니다.
저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도록 해야할것 같습니다.
제 계절은 봄을 지나 여름이 가고 가을을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 찾아올 겨울에, 가을을 회상하며 그때가 그리울 수 있게 살아가야 할것 같습니다.
봄이 빗속에 노란 데이지꽃 들어 올리듯
나도 내 마음 들어 건배합니다.
고통만을 담도 있어도
내 마음은 예쁜 잔이 될 겁니다.
새러 티즈데일, <연금술> 중에서...
시는 마음을 치유하는 최고의 명약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읽지 않던 영미시를 작가의 해설에 도움을 받아서 편한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형식으로 마음을 울리는 다시, 봄을 통해서 제 마음도 치유가 되리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앞으로 제게 찾아올 겨울을 기다리면서 자주 시집을 찾아보며 위안을 받게 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