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속에 핀 꽃들_문학 속에서 야생화를 읽는다!
오랜만에 꽃에 관련된 문학작품을 만나게 되서 마음속 깊이 따스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한국문학 작품속에 이렇게도 많은 꽃에 관련된 부분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어린시절부터 한국문학전집을 끼고 살아서 그런지,
문학 속에 핀 꽃들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너무나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영화 <시네마 천국>의 잊지못할 마지막 감동을 책속에서 제가 느끼게 되는것 같습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함께 길을 걷다보면 길에 핀 꽃들의 이름을 묻곤 하는데,
매번 모르는 이름의 꽃들을 보면서 아이에게 알려주지 못하는게 참으로 안타까울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아이들을 위해서 꽃에 대해서 공부를 하게 됐다고 합니다.
아빠는 위대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후에 문학작품속에 있는 꽃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고 하네요.
문학작품을 읽으며 많은 준비를 하고 집필을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문학작품에 대한 이해와 함께 작품속에 등장하는 꽃들에 대해서도 완벽하게 알려주고 있기 때문에
문학 속에 핀 꽃들을 통해서 우리는 한국문학과 꽃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은 당연히 소설의 제목과 같은 동백꽃이 나옵니다.
소설속 '동백꽃'은 '생강나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를 동백나무, 동박나무라고 불렀다고 하네요.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그만 아찔하였다"
꽃을 매계로 문학작품을 이렇게 만나게 되니까 정말 새로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한 작가는 문학작품 속에 등장하는 마을로 직접 찾아가서 꽃의 존재여부를 확인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서 문학속 꽃을 찾아 떠나는 여행도 테마가 있어서 마음에 듭니다.
결국 이책을 통해서 한국문학을 만나고, 우리나라의 꽃들에 대해서 알 수 있으며,
문학 작품과 작가들이 거주했던 공간으로의 여행까지 할 수 있는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에 대한 부분이 있어서 더욱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바람에 나부끼는 눈을 보는 동안 잎싹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아, 아카시아꽃이 지는구나!'
잎싹이의 눈에는 흩날리는 눈발이 마치 아카시아 꽃잎처럼 보였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근래에 본 작품이기 때문에 저도 이 부분이 생생히 기억이 납니다.
초록이를 떠나보낸 후에 잎싹이는 본인의 몸을 족제비에게 내어주는 마지막 장면이었습니다.

아카시아나무의 정식 명칭은 '아끼시나무'라고 합니다.
저 또한 알고는 있지만 굳이 아카시나무라고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아서
그냥 아카시아나무라고 했는데, 작가도 저랑 같은 생각을 갖고 있어서 공감이 됐습니다.
어릴적부터 사용하던 아카시아나무 그대로 불리우는게 훨씬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장면을 짜장면으로 바꿨듯이 아카시나무를 아카시아나무로 다시 명칭을 바꿔주면 좋겠습니다.
신경숙의 베스트셀러 <엄마를 부탁해> 속에도 꽃이 나오는데 기억이 나시나요?
바로 장미꽃이 나오는데, 소설에서 장남이 서울에 집을 장만했을 때
엄마가 담장 밑에 장미 묘목을 심어주는 내용이 나옵니다.
"꽃 중에서는 장미꽃이 제일 이쁘지야."
이 책의 작가의 엄마 또한 이렇게 장미꽃이 제일 이쁘다고 하셨다고 합니다.
어린시절 서울 외할머니집에 가면 한쪽 담장에 이렇게 빨간 장미꽃이 수두룩하게 피어있었습니다.
담장 밖에서도 장미꽃의 향기가 진동을 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제게 장미꽃은 옛추억에 빠져들게 하는 꽃인것 같습니다.

이승우 작가의 <식물들의 사생활>에는 소나무를 껴안은 관능적인 때죽나무가 나옵니다.
"정말로 옷을 벗은 여자의 매끈하고 날씬한 팔이 남자의 몸을 끌어안듯 그렇게
소나무를 휘감고 있는 관능적으로 생긴 나무가 있었다."
굵은 소나무 줄기를 두팔로 감싸 안은 듯한 때죽나무.
남양주 홍유릉의 홍릉과 유릉 사이 오솔길에 있다고 합니다.
작가는 소설속에 등장한 이 나무를 찾기위해 여러번 시도를 하다가
결국 이렇게 찾아서 책속에 담을 수 있게 됐습니다.
대단한 열정을 볼 수 있는것 같습니다.
저는 책을 읽는데서 끝나지만 이 책의 작가는 직접 나무의 존재 여부를 찾으려는 열정이
정말 부럽게 느껴집니다.
이승우 작가는 때죽나무와 소나무의 모습을 보고 <식물들의 사생활>이라는 문학작품을
착상한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전 앞으로 어떤 꽃을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능소화'를 좋아한다고 대답을 하게 될것 같습니다.
책을 통해서 만나게 된 능소화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박완서의 <아주 오래된 농담> 속에 화려한 팜므파탈의 꽃 능소화가 나옵니다.
"흐드러진 능소화가 무수한 분홍빛 혀가 되어 그의 몸 도처에 사정없이 끈끈한 도장을 찍으면
그는 그만 전신이 뿌리채 흔들리는 야릇한 쾌감으로 줄기를 놓치고 밑으로 추락하면서 깨어났다."
능소화는 '기생꽃'이라는 별칭도 가졌다고 합니다.
저는 저녁노을 같은 파스텔톤 연한 주황색을 가진 능소화가 요염함 보다는 차분한 느낌을
주어서 마음에 드는것 같습니다.
능소화는 '어사화'이면서 '양반화'라고 불리운다고 합니다.
참으로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 북촌에 가면 이 집 저 집에 만발한 능소화를 볼 수 있다고 하니,
저는 능소화를 보러 여행을 떠나볼 생각입니다.
문학작품속에 등장한 꽃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를 대표하는 꽃은 바로 '해당화'라고 합니다.
일본이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감격한 서희는 해당화 가지를 휘어잡고 주저앉는 장면으로
대미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해당화는 <토지>에서 여러번 등장하는 꽃입니다.
1편에서 간난 할멈이 별당 뜰 연못가에서 풀을 뽑을 때 '해당화가 연방 피고 진다.
분홍꽃잎이 마당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라는 묘사가 나오고
어린 서희는 이 해당화 꽃잎을 주워 치마폭에 담으며 논다고 합니다.
그중 조준구의 곱추 아들 병수가 서희에게 연정을 품고 별당 구멍으로 서희를 엿보다
길상에게 들키는 장면에도 해당화가 나옵니다.
"병수는 잠시 동안 망설이다가 그 구멍에 눈을 갖다 댄다.
해당화 잎들이 아랫도리는 가렸으나 별당 전부가 환하게 눈에 들어왔다."
바로 사진속에 보이는 풍경과 같은 모습으로 서희를 훔쳐봤을 거라고 하네요.
<토지>에 반복적으로 해당화가 나온건 그만큼 해당화가
우리 주위에 많이 피었던 꽃이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해당화가 당료병 등 성인병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뿌리채 뽑아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참으로 이런 글을 읽을때마다 답답한 마음이 듭니다.
결국 멸종 위기에 처한 해당화를 살리기 위해서 많은 노력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군락 단위로 '해당화 심기 운동'을 통해서 다시금 되살아 나고 있다고 소식에

문학 속에 핀 꽃들은 우리가 사랑한 문학과 문학이 사랑한 꽃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작가는 10여 년간 수집해온 100여 점의 사진과 함께
33편의 한국문학 속 야생화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책을 통해서 우리 한국문학에 이렇게도 많은 꽃이야기가 등장을 하는지 새삼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한국문학의 작품들을 다시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바닷가 근처에 핀 해당화를 보러 떠나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꽃을 통해서 본 한국문학!
정말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