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속에 등장하는 영훈이는 아홉살, 초등 2학년의 어린이입니다.
그 나이때 아이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가 뭘까요?
학교에서 내주는 지나친 학교 숙제가 아닐까요?
저희 아이가 영훈이처럼 2학년이 됐을때 할아버지 담임선생님께서는
일년내내 숙제를 안내주실거라는 공약을 거셨답니다.
아이들의 열화같은 환호성에 교실이 떠들썩 해지더라구요.
정말 할아버지 담임선생님은 숙제없는 2학년 생활을 보낼 수 있게 해주셨어요.
숙제가 그만큼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거겠죠.
아이가 어릴때 보면 알림장을 안써 올때가 있어요.
그럼 같은반 아이의 엄마한테 밤마다 전화를 해야 할 때가 참 많았어요.
여자 아이들인 경우에는 알림장도 참 이쁜 글씨로 잘 써서 오는데,
남자 아이인 저희 아들은 알림장 글씨를 읽으려면 많은 인내의 시간을 갖아야 한답니다.
암호 해독 수준의 글씨거든요.
그래도 그런 글씨로라도 써오면 감사할텐데, 그것 마저 안써오면 난감해지게 된답니다.
저희 아이에게 왜 알림장을 안써 왔냐고 물으면 책속의 영훈이처럼 급하게 화장실에 다녀왔더니
알림창이 없어졌다는 말을 할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아이는 책을 읽으며 영훈이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가 있다고 하네요.
요샌 초등 저학년땐 알림을 프린터로 복사를 해서 알림장에 붙여가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그럼 알림을 못 적어서 숙제를 못해가는 일이 없어질테니까요.

학교에 다닐때 가장 꺼리게 되는게 지각이죠.
직장맘들은 아이가 학교에 가기전에 집을 나가는 경우가 많아서 아이 혼자 학교에 갈 경우
영훈이처럼 지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참 많아요.
엄마의 잔손이 필요한데 아이들이 어린 나이부터 고생들이 많은것 같아요.
하지만, 독립심과 자립심이 일찍부터 생기는 점은 참 좋은것 같아요.
책속의 영훈이도 알람만 믿고 자다가 지각을 하네요.
엄마가 쪽지만 써놓고 출근을 하셨거든요.
외동이라서 혼자서 감당해야 할 부분이 참 많은것 같아요.
이점도 저희 아들이 공감이라고 하네요.
저희 아들도 외동이거든요.

헐레벌떡 영훈이는 학교에 갔지만 지각에 숙제까지 해오지 않은 아이가 됩니다.
알림이 없다던 친구의 말은 거짓말이었나봐요.
갑자기 벌어진 사건에 영훈이 눈 밑에 다크서클이 내려앉았네요.
지각을 하거나 숙제를 안한 아이들은 방과후에 선생님과 함께 사자소학을 한시간이나 들어야 하는
엄청난 벌때문에 그래요.
그래도 영훈이는 친구때문에 숙제를 해오지 않았다는 말을 절대로 안하네요.
의리의 사나이인가요?
저희 아들이 고자질을 하면 왕따를 당해서 드런거라고 하네요.
암튼 영훈이는 감기때문에 말보다 재채기를 더 많이 하시는 선생님과 사자소학을 들어야 하는 운명일까요?

선생님은 영훈이에게 변명의 기회를 주신답니다.
어떤 이유로 지각을 하고, 숙제를 못했는지 이유를 발표해 보라고 하네요.
타당한 이유면 벌칙을 면해 줄 수도 있다면서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시는 현명한 선생님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요.
우린 아이들에게 일을 할때 과정 보다는 결과만 보고 판단을 내리는데, 사실은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요.


영훈이는 숙제를 못하고 지각을 하게 된 이유를 반 아이들 앞에서 말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반 아이들 스스로 토론의 장도 열게 되고요.
어떻게 보면 아침 자율 학습을 정말 잘 이용해서 좋은 수업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자 몇개 쓰거나, 영어 단어 몇개 외우는것 보다 친구의 사정을 듣고 친구들과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토론의 시간은 꼭 필요하거든요.
영훈이는 그동안 학교 다디는게 정말 싫었다고 해요.
앞에 나가서 친구들을 바라보면서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친구가 있다는 사실도 깨달게 되네요.
결국, 많은 핑계를 말하지만 영훈이는 지각도 숙제를 안한것도 본인의 탓이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내탓이요! 내탓이요!"라고 천주교에서 하던가요?
남의 탓이 아닌 본인의 탓이라는 엄청난 교훈을 얻게 되는 영훈이와 반친구들입니다.
지켜보는 선생님도 뿌듯하실거에요.

숙제를 안해온줄 알았던 영훈이는 사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숙제를 해갔다고 합니다.
밤에 잠이 안와서 일기장에 적은 글이 바로 숙제였다고 하네요.
일기 숙제가 있었는데, 영훈이는 모르고 있었거든요.
넘 귀여운 2학년 영훈이의 학교 생활이었어요.
참! 영훈이에게 좋아하는 여학생이 생겼어요.
놀이터에서 만난 여자아이의 "오빠"라는 말에 괜시리 가슴이 두근거려서 밤새 잠을 설쳐서
지각을 한거거든요.
알고 보니 옆반에 전학온 친구랍니다.
둘의 로맨스가 이제 시작하겠죠.
제가 다 설레이는 이 기분은 뭐죠~
영훈이의 일기 저만 보기 아까워서 살짝 남겨봐요.
제목 : 가슴이 두근거린 날
놀이터에서 처음 보는 애가 나한테 오빠라고 불렀다.
오늘 이사를 왔다고 했다.
오빠라는 말을 듣는 순간 온몸에 전기가 오는 것 같았다.
나는 여자 동생 갖는게 소원이다.
그런데 이렇게 예쁜 애가 나한테 오빠라고 불러 주다니.
그 애가 집으로 들어가서 나도 학원에 갔는데 자꾸만 그 애가 떠올라서 공부가 안됐다.
라면 먹을 때도 생각났고 아래층 아줌마가 올라왔을 때도 생각났다.
지금도 계속 생각나서 잠도 안 온다.
영훈이의 일기를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네요.
넘 예쁜 일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첫사랑은 이렇게 소리소문 없이 살짝쿵 우리에게 찾아오나봐요!
우리 아이들에게 핑계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의 말에 좀더 귀 기울여주는 어른이 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이유있는 핑계에 대한 좋은 책이었답니다.
우리 어린이들..~
숙제는 꼭 해가고, 지각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