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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과 고기 국수 - 옛사람과 함께하는 음식 이야기 ㅣ 우리 고전 생각 수업 2
김미려 지음, 김태형 그림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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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고전 생각수업의 두번째 이야기는 바로 '이순신 장군과 고기국수'에요.
<1.나를 갈고 닦는 예절, 동자례>를 보고서 저희 아이의 예의범절을 잡아줬었는데,
이번에 2편은 옛사람과 함께하는 음식 이야기를 통해서 음식에 얽힌 우리조상들의 멋과 향취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것 같아요.
특히나 아이가 가장 존경하는 이순신 장군님의 이야기가 나와서 더욱 재밌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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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인물들이 그 시대에 어떤 음식을 먹었을지 상상의 나래를 펴게 되는 책의 내용에
저와 저희 아이는 책속으로 흠뻑 빠져 들게 되네요.
꼭 옛사람들이 작가가 책에서 제시한 음식을 먹었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 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들여다 보면 정말 서동은 마를 이용한 음식을 선화공주와 먹었다는 말이
딱 맞아 떨어진답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아주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되는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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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 공주님은
남 몰래 시집 가 두고
서동을
밤에 몰래 안으러 간다.
서동은 백제에서 온걸 숨기기 위해 스님처럼 머리를 깎고 아이들에게 달콤한 마를 나누어 주면서
자기가 만든 노래를 부르고 다니게 합니다.
아주 유명한 이야기죠~
서동과 산화공주의 만남이 시작되는 부분에도 '마'라는 음식이 등장을 하네요.
백제의 무왕은 어릴때부터 '마'를 캐서 팔았기 때문에 주위에 가장 흔한 음식이 '마'였을것 같다고 하네요.
일리 있는 말인것 같아요.
작가님의 상상으로 선화공주는 남편이 된 무왕에게 어린시절부터 친숙한 음식인 '마'를 이용해서
[서여병]이라는 바로 만든 떡을 요리했을거라고 하네요.
이때는 기름이 귀하던 시절이어서 아주 공들인 정성 가득한 음식이었답니다.
마로 만든 떡이 어떤 맛일지 정말 먹어 보고 싶어요.
마를 생으로 씹어 먹은적은 있는데, 이렇게 떡을 만드는건 상상도 못했던 음식이에요.
저도 마를 구입해서 선화공주가 무왕에게 해준 서여병을 가족들에게 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서여병을 먹으며 백제와 신라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된것 같아요.
전쟁으로 얼룩진 역사뿐만 아니라 이렇게 서로 화합을 하려는 마음을 알게 됐기 때문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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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 하면 요새 저희 아이들은 5만원권 지폐속에 있는 인물로 기억을 하네요.
저희 때는 신사임당 하면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 배웠는데요.
신사임당은 단순한 이이의 어머니가 아니라고 말하죠.
그러기에 신사임당은 워낙 뛰어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신사임당이 있었기 때문에 이이같은 대학자 아들이 생겨난 거죠.
신사임당에 대한 재평가를 해야 한다고 해요.
그녀는 단순한 현모양처가 아니라,
눈물이 많고, 자기주장이 강하고, 그림을 잘 그리는 예술가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흰머리 어머님을 고향에 두고
한양으로 홀로 가는 이 마음
돌아보니 북촌은 아득도 한데
흰 구름 지는 곳에 저녁 산만 푸르네.
밤마다 달을 보고 비노니
살아 있을 때 뵙게 해 주소서.
-본문 30페이지..신사임당의 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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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이 태교 음식으로 무엇을 먹었을까? 라는 상상의 나래를 펴게 됩니다.
작가는 죽순해삼이라는 결론을 내렸네요.
신사임당이 살았던 오죽헌 주변에는 대나무가 많았고,
가까운 바다에서는 해삼을 쉽게 구할 수 있었으니 태교음식으로 죽순해삼을 먹었을거라는
상상에 힘이 더해지는것 같습니다.
해삼은 바다의 인삼이라고 불리우며,
칼슘 덩어리로 성장기 아이들과 임산부 , 노약자에게 좋은 음식이라고 하네요.
진작에 알았으면 저도 태교 음식으로 죽순해삼을 챙겨 먹었을텐데, 아쉬움이 남습니다.
제가 만약 죽순해삼을 먹었다면 우리 아이가 이이처럼 대학자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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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탈하신 이순신 장군님이 즐겨 드셨다는 통영 장국밥이에요.
장국밥은 드라마속 사극에서 보면 주막에서 늘 먹는 그 음식인듯 보여져요.
지금도 충청도 아산에 위치한 이순신 장군의 종가에서는 제삿날이면 몇 백명이나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장국에 밥을 말아 대접을 한답니다.
저도 가서 한그릇 얻어 먹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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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은 이순신 장군님이 명량대첩을 치루기 전날 어떤 음식을 드셨을까?라는 상상의 나래도 펴시네요.
사실 듣고 보니 저도 참 궁금하네요.
난중일기에는 드신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안나오나봐요.
작가님은 이순신 장군님께서 고기국수를 드셨을것 같다고 하세요.
왜??
뜬금없이 고기국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책을 정말 열심히 읽어 보았어요.
이순신 장군이 처한 상황을 읽어 나가다 보니 정말 이순신 장군님은 명량해전 바로 전날
고기 국수를 드신게 맞는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고기가 국수 모양을 한 고기 국수를 드시며 긴장도 푸시고 몸도 추스렸을 것입니다.
두 어깨에 진 깊은 중압감과 슬픔을 국수 가닥과 함께 후루룩 삼키면서 내일의 승리를
다짐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내가 죽고 네가 사는 것이 이치에 마땅한데,
네가 죽고 내가 살았으니 어쩌다 이처럼 이에 어긋났는가?
천지가 깜깜하고 해조차도 빛이 변했구나.
슬프다. 내아들아!
나를 버리고 어디로 갔느냐!
영리하기가 보통을 넘어섰기에 하늘이 이 세상에 머물게 하지 않는 것이냐!
이순이 장군님이 아들의 죽음에 슬퍼하는 마음이 난중일기에 담겨져 있습니다.
천하무적처럼 용맹하기만 한줄 알았던 이순신 장군님의 아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모든 부모의 마음은 똑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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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엔 많은 인물이 나오는데,
가장 특이한건 허균의 최초의 한글소설인 <홍길동전>의 주인공인 홍길동이 먹었을 음식도 나오네요.
서얼인 홍길동은 그 유명한 말이 전해내려오죠.
아버지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리지 못한다는~
그래서 작가님은 홍길동이 형과 함께 된장찌개와 알뚝배기를 함께 해서 식사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고 해요.
가족이 함께 밥을 먹으면 그동안 쌓였던 감정이 자연스럽게 풀어지는 경험을 통해서
두 형제의 마음도 함께 밥을먹는 과정을 통해서 싸악 녹아내리기를 바라는 마음때문에 그러신것 같아요.
보글보글 끓인 된장찌개와 알뚝배기는 저도 좋아하는 음식인데,
신랑과 싸운후에 꼭 한번 먹어 봐야 할것 같아요.
마음이 싸악 녹아내려 갈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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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체를 창시한 김정희 선생님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는 워낙 유복한 가정에서 살았기 때문에 유배지에서도 입맛이 까탈스러웠다고 해요.
아내에게 제주도 유배지에서 이런 편지를 보냈다고 해요.
"민어를 연하고 무른 것으로 가려서 사 보내세요.
보내온 것은 상해서 먹을 수가 없습니다.
겨자는 맛난 것이 있을 것이니 넉넉히 얻어 보내십시오.
어란도 좀 좋은 것을 골라 보내주시고요.
좋은 곶감도 보내세요.
김치도 보내되, 제대로 된 그릇에 담아 보내세요.
옮기면 맛이 변합니다."
이런 남편이라면??
전 어땠을지 상상이 안가네요.
유배지에서 대충 먹을 것이지 유람간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후 세월이 흐른 후에 아내에게 쓴 편지를 보면 많은 변화가 찾아 오네요.
"이번에 보내 주신 반찬은 다 괜찮습니다. 분수에 넘치는 듯하니 도리어 부끄럽습니다."
완전 바뀐 글의 내용에 남자로 태어나서 유배도 한번씩 다녀봐야 할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작가님은 추사 김정희에게 옥돔죽과 전복회를 대접해 드리고 싶다고 하네요.
옥돔과 전복은 귀한 것들입니다. 제주도의 자연을 그대로 드러내는 재료들입니다.
제주도의 거친 유배 환경을 이겨내고 [세한도]를 탄생시킨 김정희에게 축하의 선물을 접하고 싶다네요.
저도 이토록 크게 마음이 바뀐 김정히 선생님에게 축하의 선물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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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의 마지막 새벽 수라상을 상상한 작가님은 흑임자죽과 동치미라고 합니다.
담백하고 고소한 흑임자죽과 새콤하고 시원한 동치미 국물은 나라의 국운을 염려하느라
지친 국모의 심신을 부드럽고 포근하게 위로해 줬을것 같습니다.
작가의 상상에 전 그저 고개를 끄덕이게 되네요.
음식을 통해서 역사적 배경을 알게 되면서 공감이 이루어지는것 같아요.
이렇게 인물들이 먹었을 음식을 상상하면서 역사 공부가 자연스럽게 되는게 이 책의 큰 장점인듯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렵지 않게 옛 문화를 받아 들일 수 있는 책입니다.
요새 편의점에 가면 아침부터 삼각김밥을 사러 오는 중.고등학생을 볼 수 있습니다.
편의점 직원의 말을 들어보면 매일 방문하는 단골고객이라고 하네요.
집에서 따뜻한 밥을 먹고 등교를 해야 하는데,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즉석 식품을 매일 사먹는게 우리들 현재의 모습인것 같습니다.
책을 통해서 음식에 담긴 깊은 의미와 맛을 음미하는 과정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시간이
꼭 주어지길 바래보네요.
우리의 역사는 음식으로도 이어진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되는 생각수업 책이었습니다.
다음 3권은 <우리 그림 속 생각 찾기>가 출간 된다고 해요.
그림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