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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3년 - 레벨 1 ㅣ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조성자 지음, 이영림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3년 6월
평점 :
저희 아이도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지금까지 도서관에 다닌지 5년째네요.
학교 도서관, 사회복지관 도서관, 시립도서관 이렇게 3군데를 골고루 다니며 책을 봅니다.
요즘은 지역별로 어린이 도서관이 잘 운영되고 있어서 더욱 도서관 이용이 편해진것 같아요.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프로그램도 참 다양해져서 방학때면
역사 프로그램을 신청하기 위해서 아침부터 긴줄을 서기도 한답니다.
도서관은 아이에게 놀이 공간이 된것 같아요.
꼭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는게 아니라 편안하게 볼 수 있는 편의 시설이
갖춰진 어린이 도서관에서의 책보기는 아이에게 즐거움으로 다가온답니다.

도서관에서 3년의 배경은 바로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서 아무도 없는 불꺼진 도서관이랍니다.
우선 불이 안들어오면 무서움과 공포가 더욱 커지겠죠?
거기다가 불이 들어오는 곳은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화장실 뿐이라면
무서움과 공포는 배가 되리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주인공 상아는 화장실에 갇히는 불운을 겪은 후라서 아직까지 화장실을 혼자서 가지도 못하고
또한 문이 잠겨서 갇혔기 때문에 화장실 문을 잠그지도 못하는 아이랍니다.
저도 어릴적에 동네에 있는 개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었어요.
학교가는 등교길이거나 하원길에 개가 있으면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꼼짝을 못하게 되는 트라우마였어요.
개에 물렸던 기억이 계속적으로 찾아오는 끔찍한 기억이더라구요.
아마 책속의 상아도 그런 공포 때문에 트라우마를 안고 살고 있는것 같아요.

같은반 아이들을 피해 잠시 숨어든 도서관 사물함에서
감기약을 먹고 나른해져서 잠이 든 상아랍니다.
잠을 깨서 둘러보니 집이 아닌 도서관.
아무도 없는 도서관에 홀로 남겨진 10살 어린 소녀의 마음이 어떨지 짐작을 해보아요.
그래도 상아는 울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네요.
어두우니 불을 켜려고 하고, 전화를 찾아서 엄마에게 연락을 하려고 하고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하는 당찬 모습을 보여줍니다.

상아를 통해서 트라우마의 상징이었던 화장실이 가장 안전한 장소가 되는 순간을 우린 경험하게 됩니다.
이제 상아에겐 더이상 화장실의 공포는 없을것 같습니다.
화장실은 음악도 나오고, 엄마와 목욕도 할 수 있고,
내방 처럼 편안하다는 주문을 걸며 윤동주의 시를 외워봅니다.
"태양을 사모하는 아이들아,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밤이 어두웠는데.....!"
생각의 전환을 통해서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상아를 보며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저는 집에 애완견인 '은별'이를 키우면서 개에 대한 공포가 서서히 사라지게 됐습니다.
은별이를 예뻐하고 사랑하게 되니까 지구상의 모든 개가 모두 사랑스럽게 느껴지더라구요.

상아가 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책을 보는거겠죠.
초등 3학년인 상아가 도서관에 다닌지는 3년이라고 하네요.
3년간 책속의 많은 인물들을 만나왔겠죠.
외롭게 남겨진 도서관에서 상아는 책을 통해 위안과 치유를 받는답니다.

안네의 일기를 보며 안네 언니와 저녁 식사를 하고
소크라테스의 책을 통해 소크라테스를 만나게 된답니다.
안네 언니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숨어 지내고 있고,
소크라테스 할아버지는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사람은 갇혀서 두려워만 하지 않고
그 안에서 나름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모습을 상아에게 보여줍니다.
안네 언니가 상아의 귀에 대고 이런 말을 해주네요!
"자유를 잃고 갇힌다는 것은 힘든 일이야.
하지만 이 곳에 있다 보니까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
자신을 만날 시간을 많이 갖게 됐다는 뜻이야.
난, 언젠가 신문 기자가 될 생각으로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펴고
세계를 날고 있단다."
또한 백남준 아저씨를 만난 상아는 어떻해야 상상력이 많아지는지 묻게 된답니다.
"세상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져야 하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일을 겁먹지 않고 해 보는 거야!
그때 상상력이 내게 날개를 달고 날아와."
만화가가 되고 싶은 상아에게 이보다 더 좋은 조언은 없겠죠?

상아가 3년간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들은 진짜 많네요.
이 모두가 상아에게 상상력을 주는 친구들이라고 합니다.
상상력은 결국 책속에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그래서 우리 어린이들이 어릴적부터 그림책을 많이 보라고 하는것 같아요.
도서관에서의 하룻밤을 보낸 상아는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가족과 친구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걱정스레 달려오는 부모님과 친구의 표정과 달리 상아의 얼굴엔 미소가 쓱 번지고 있네요.

도서관에서 3년은 조성자 작가님의 책이더라구요.
조성자 작가님은 <동화작가 조성자와 떠나는 루브르 박물관>을 통해서 알게 된 분이였어요.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에서 멋진 작품을 관찰하듯이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관찰해서 책을 쓰셨다는 느낌이 책을 읽으면서 전해지더라구요.
올 여름 가슴 따뜻해 지는 동화 한편이 또 우리 어린이들을 찾아 갈것 같아서 가슴이 설레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