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이발관 - 6집 홀로 있는 사람들 [Special Edition 초판 한정반] - 디지팩&슬리브 케이스
언니네 이발관 노래 / 블루보이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언니네 이발관의 노래를 듣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었다. 작년 8월 달쯤에 가장 보통의 존재에 꽂혀서 5집을 샀던 게 시작이었으니까 1년도 지나지 않은 셈.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전성기와 함께 젊음을 보낸 사람들에 비하면 내 처지가 매우 애석하게 느껴질 뿐이다. 그 당시의 나는 인디밴드라는게 뭔지도 몰랐을 테니... 한편으로는 늦게라도 언니네 이발관을 알게 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뒤늦게 앨범을 모아 봐도 절판된 1집과 2집은 구할 수도 없고, 콘서트 한 번 가보지 못했지만 그저 '알고 있는 것' 하나만으로 이렇게 만족스러움을 주는 뮤지션이 또 있을까. 비록 이 6집이 내가 그들과 함께 한 처음이자 마지막 순간이라 해도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밴드는 내 마음 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줄무늬를 남겼다. 빨강과 하양, 파랑의 그 정겹고도 쓸쓸한 줄무늬를.

앨범 커버는 반투명 플라스틱 케이스로 싸여 있다.
그래서 처음에 보통 시디케이스처럼 열려고 하다가 당황했었다.
커버 상태가 석 좋지는 않았다.오래 쓴 클리어파일처럼 겉에 잔기스가 많아서...ㅠㅠ

뒷면에는 한정판 특전 일련번호 스티커가 붙어있다
내 번호는 1144

플라스틱 케이스를 뺀 앨범 커버.
창문을 제외한 건물은 그림인것 같다. 실제로 있으면 멋있을 것 같은데

앨범 내부
왼쪽에 부클릿과 한정판 기타피크가 들어있다.
내가 받은건 b타입

근데 기타피크 두께가 생각보다 얇아서 쓰다가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기타 못치는데... 연습할게요 석원이형...




부클릿 내부
언니네 이발관 앨범 중 최초로 부클릿에 멤버들 사진이 들어갔다. 이것은 역사가 높게 평가!
마지막 앨범인 만큼 자신들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려고 했던 걸까
어쨋든 후까시 잡고 역광으로 찍은 덕분에 20년은 더 젊어 보이십니다. 허허


1. 너의 몸을 흔들어 너의 마음을 움직여

5월 17일에 선공개된 곡. 근데 그 후 1주일이 넘게 지나고서야 알았다. 하이킥 엔딩마냥 끊어 놓은 티져만 듣고 셔서히 몸에 암세포가 생겨나던 참이어서 참지 못하고 결국 듣고 말았다. 앨범이 도착할 때 까지 듣지 말껄 그랬나 싶기도 하지만 보험으로써의 역할도 해준 고마운 곡이다. '역시 언니네 이발관이야 이번 앨범도 사야겠구만' 하고. 곡 제목은 언니네 이발관 공식 홈페이지 이름인 shake your body move your body 에서 마지막 '몸'을 '마음'으로 바꾼 것이다. 언니네 이발관이 23년동안 걸어온 길을 마무리하는 곡으로써 오랬동안 운영해 온 홈페이지 역시 그들에게 소중한 존재로 남아 있었던 것 같다. 한때는 이게 앨범 제목이 될거라는 소문도 돌았었지만...  
담담한 기타소리로 시작되는 전주와 점점 빨라지는 a파트, 격정적인 후렴의 b파트의 분위기가 모두 다른 게 특징. 이번 앨범에서는 각각의 곡들이 서로 다른 느낌을 주면서도 하나의 앨범으로 통일되는 효과를 주고 싶었다고 하는데 그런 장치가 첫번째 트랙부터 등장하는 것 같다. 또한 8번 트랙인 '홀로 있는 사람들' 과 함께 석원형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가사에 담고자 했던 것 같다. '난 싫어 이런 내 세상이', '그렇지만 이 세상도 나에게 바라던 곳은 아니었지' 처럼 삶에 대해 염세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이번 앨범에서는 실낱같은 희망이 보이기도 했다. 비슷한 분위기의 곡인 5집의 '인생은 금물' 이 싱글벙글 웃으면서 천장에 밧줄을 거는 느낌이라면 '너의 몸을 흔들어 너의 마음을 흔들어'는 마포대교 난간을 붙잡고 한숨을 푹푹 쉬다가 결국 집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랄까.

2. 창밖엔 태양이 빛나고 ★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들 중 가장 변화무쌍하고 긴 곡. 마치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쓴 소설을 읽는 것 처럼 다음 파트가 어떤 분위기일지, 어떤 멜로디일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점에 꽂혀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이 되고 말았다. 곡 제목은 예전에 보았던 드라마 제목에서 따왔다고 한다. 제목에서는 태양이 빛나고 있는데 노래 속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다. 그대 없는 나는 기쁨에 겨웠고 그대 없는 나는 외로워진다. 아이러니하다...
소름이 돋은 파트가 총 두번 있었는데 첫번째는 '그대 없는 나는 기쁨에 겨워' 에서 막 상승하려가다 갑자기 훅 꺼져버리는 부분이었고, 두번째는 불안함과 안정감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석원형 최고의 고음파트 '난 미치도록 알고 싶다.' 였다. 이번 앨범이 마지막라고 하셨는데 어째 노래실력이 점점 더 느시는것 같습니다만.

3.누구나 아는 비밀

아이유와 언니네 이발관이 함께 작업을 한다면 심정지로 죽지 않을까 했는데 노래를 듣기 위해 목숨을 겨우 부지했다. 과연 아이유의 목소리가 언니네 이발관 노래에 어떻게 녹아들까 궁금했는데 두 사람의 목소리나 창법이 많이 다른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피쳐링이다 보니 아이유의 목소리가 솔로앨범 작업할 때 보다는 차분했다. 거기에 맞춰 곡의 전체적인 멜로디도 차분할 지언정 우울하지는 않다. 역시 아이유! 언니네 이발관 유일의 여성 객원보컬이야! 정말 데단해~

4.마음이란

비오는 카페에서 나오면 분위기 죽여줄 것 같은 느낌의 곡.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 처럼 배경에 깔리는 전자음이 매력적이다. 멜로디 하나하나가, 가사 하나하나가 마음을 물들이는 느낌. 후반에 '넌 나를 흔들어, 나를 물들여' 와 '너는 나란 겨울에 내린~'을 동시에 부르는 파트가 나오는데 기묘할 정도로 둘 다 선명하게 들린다. 멍하니 듣다 보면 어느 새 아스라이 사라져 버리는 노래. 방금 꾼 꿈처럼, 지난 봄처럼...

5.애도

'혼자 추는 춤' 과 함께 싱글로 발매됬던 곡. 처음 들었을 때는 혼자 추는 춤의 뽕짝끼에 취해서 많이 듣지는 못했던 곡이었는데 앨범 하나로 완결된 상태에서 다시 들어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이렇게 좋은 곡이었었나? 싶다. 어찌보면 우려먹었다...고도 할 수도 있는데 정규 앨범에 추가해줘서 새삼 고마웠다. 싱글을 못 샀단 말입니다.

6.나쁜 꿈

도입부가 빨려들어갈 듯 매력적이다. (특히 베이스라인이) 상당히 직설적이고 강도높은 가사가 특징이다. 너는 잘 해낼꺼고 넌 대단하고 예에~ 누군가가 옆에서 비아냥거리는듯한 가사가 많은데 '니 몸과 영혼 모두 쓸모가 없어', '너라는 사람 기억 나는게 없어' 라니...흙흙. 거기에다 한술 더 떠서 노래부르는데 끼어들기까지 한다. '바보들이 가득한 이곳(니가 제일 바보야^^)'. 무서운 꿈도 아니고 정말 나쁜 꿈을 꾼다면 이런 느낌일 것 같다.
 중반에 '그래도 난 그저 듣고만 서 있네' 다음에 드럼 소리랑 기타소리가 굉장히 무질서하고 탁하게 들리는 파트가 있다. 슬프고 화나고 짜증나는 상황인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답답한 심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았다.

7. 영원히 그립지 않을 시간
조용한 기타반주 하나로 시작하는 곡이어서 5집의 '100년 동안의 진심'이 생각나는 곡이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세션이 하나씩 추가되어 강렬해진다. 맨 마지막의 '다시는 외롭지 않겠다. 이대로 날 버려두지 않겠다' 가 마치 녹음을 꺼 두었다고 생각하고 작업실을 나가면서 혼자 중얼거리던 게 몰래 녹음된 것 처럼 들린다. 석원형의 저서 '보통의 존재'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건 자신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이 노래는 석원형이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을까. 아니면 내가 집밖에 잘 안나가는 찐따라서 그렇게 들리는 걸지도 모르고...흑흑

8. 홀로 있는 사람들

대망의 타이틀곡. 일렉트로니카 장르까지 손을 뻗으셨는데 정말 그만 내실 겁니까아. 
쓸쓸하지만 동시에 굉장히 희망찬 곡이다.여태까지 언니네 이발관 노래에 직접적으로 희망에 메세지를 던지는 경우는 없었는데, 확실이 석원형이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예전과는 다른 심경의 변화를 가지게 된 것 같다. 허탈함, 후련함, 아쉬움을 느낄지는 몰라도 적어도 더 이상 불안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노래는 언젠가 끝나야 겠지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홀로 있는 사람들이지만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밴드도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되었지만 어디서나, 언제까지나 함께 노래할 것이다.

9. 혼자 추는 춤

"마지막 앨범의 마지막 곡입니다. 소리벗고 팬티지르는 대신 언니네 이발관 팬들은 울면서 달립시다."
마지막 트랙으로 이 곡을 선택한 것은 정말 신의 한 수였다. 이 곡이 이렇게 쓸쓸한 곡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몸은 춤을 추고 있는데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흘러나오게 만든다. 역시 언니네 이발관은 앨범 구성까지도 철저하게 계획해서 듣는 사람의 감정을 쥐락펴락한다. 제에발 부탁이니까 만약 콘서트가 열린다면 이 곡을 들으면서 박자에 맞춰 다 같이 박수를 쳐 보고 싶다. 석원형은 우울한 분위기로 모든 것을 마무리하고 싶지는 않았나 보다. 너무 신나는데 너무 서글프다...


'마지막이라도 괜찮아.'라고 한다면 그건 역시 거짓말일 것 같다. 앞으로 살 날이 살아온 날 보다 몇배는 더 남았는데 언니네 이발관같은 뮤지션은 등장할 수 없을것 같다. 이제 이들의 음악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몹시 불안하고 막막한 일이 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붙잡지 않기로 했다. 더 이상 예전과 같은 결과물을 내 보일 수 없다는 석원형의 불안함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거니까.
그래도 기다리고 있을 거다. 심심풀이라도, 막간의 기분 전환이라도 우리에게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면 언제든지 다시 돌아와 주길 바란다. 아마 본인 성미에 절대로 완벽하지 못한 결과물은 내보이지 않으려 하겠지만... 외면하거나 등돌리는 일은 없을 거다. 음악, 글, 짤막한 일기라도.

1년도 채 안 되었지만 당신들을 알게 되어서 기뻤습니다. 석원이형, 능룡이형, 대정이형,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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