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SF가 우릴 지켜줄 거야 1
김혜진 지음 / 허블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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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 백화로 이루어진 짧은 단편 소설이다.

이 중에서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 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다. 소설 초반 부터 간병 로봇인 TRS가 사람들에게 그저 도구로만 인식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소설에서는 뇌경색으로 쓰러져 10년째 요양병원에 있는 어머니를 보필하는 성한과 7년째 그러한 어머니를 간호하는 TRS 그리고 신부로 이야기가 이끌어진다.

​치매에 걸린 남편을 돌보던 70대 할머니의 자살 이후 성한은 조금씩 달라진다. 고급언어 기능 추가 및 돌봄의 대상을 어머니와 자신으로 둘 다 설정해 놓았기에 TRS은 성한의 말한마디 또한 놓치지 않았고, 가족이 어머니 뿐인 성한에게는 좋은 말벗이 되었다.

그러했기에 TRS는 성한의 변화를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이후 성한을 살리기 위해 TRS는 그의 어머니를 죽인다.
로봇의 오류를 고치기 위해 로봇회사가 회수한 걸 알게 된 최신부는 회사로 찾아가 TRS를 만난다.

TRS는 최신부에게 자신이 기도하는 동안 죽여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로봇의 오류를 고치기 위해 실험대에 묶여 있게 될 것이라는 말과 함께 옆구리에 있는 스위치를 끄고 파기해달라고..

최지석 신부는 TRS의 간절한 표정 앞에 '생명을 살리는 전화'를 받는 동안 자신이 TRS를 버렸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소설의 마지막은 덜덜 떨리는 손을 다른 손으로 붙잡는데 눈물과 함께 두려움이 솟아올랐다. 라는 문장으로 끝났다.



로봇을 기계로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의 모습이 여러군데 들어난다. 예를 들면 기도가 로봇에게는 필요하지 않다는 최신부의 말이나 로봇은 학대하지 않습니다. 라는 광고문구뒤에 로봇에게 발길질을 하는 여성의 모습이 등장하는 것, 사실은 어머니의 간병에 지쳐서 죽음까지 생각하였던 성한이 어머니의 죽음을 알자 슬픔을 느끼기 보다는 개운함을 느꼈지만 진실을 알게 되자 이내 로봇을 탓하며 분노하는 모습이라던지...



여러모로 로봇에 대한 생각을 많이 가지게 하는 소설이었다. 단순히 간호 로봇으로서의 사명이 아니라 자신을 형제라고 불러준 성한을 살리기 위해

어머니의 죽음을 선택하는 TRS가 그 순간 최신부에게 건 생명의 전화는 어쩌면 본인 또한 두렵기 때문에 건 전화는 아니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마지막에 최신부가 TRS의 부탁에 의하여 스위치를 끄려고 할 때, 느낀 두려움이 일반 기계라고 생각한다면 상상이 안가는 모습이다.

그저 로봇일뿐이라고 생각한다면 스위치를 끄는 행동이 사실 상 너무나도 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순간 최신부가 눈물을 흘리며 감정을 가지는 모습은 로봇 또한 감정을 가진 하나의 생명으로 인정하는 걸 보여주기에 인상적인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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