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 타오르다
우사미 린 지음, 이소담 옮김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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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불취업 시기에 공고도 안 뜨고, 개인적인 악재는 계속 일어나고, 날은 푹푹 찌고, 코로나는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 최악의 상황에서 나는 하루에도 열두 번씩 '죽고 싶다', '나는 지금 왜 살고 있지?', '뭐를 위해 살지?', '상황이 좋아지긴 하는 건가?'라는 생각만 계속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되니 우울을 넘어 그냥 이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빡침만 올라온다.

이런 상황에서 나에게 '그래도 살자!', '이거 보려고 산다!'라는 마음을 들게 하는 것이 바로 나의 '최애들'이다. 그래도 나에게 '최애'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최애는 엔모 그룹의 도모군인데, 진짜 이렇게 죽고 싶다는 생각만 하는 나날들 속에서도 밤에 자기 전에 도모군이 버블 하나 보내주면, 인스타 하나 올려주면, '그래 이 맛에 산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 반대로 내 개인적인 상황과는 별개로 내가 좋아하는 그룹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나 멤버가 아파서 잠시 쉬게 되거나 안좋은 상황이 발생하면 기분이 정말 침울해지고 하루종일 생각나고 그런다... 뭐든지 일장일단이 있는 것이니까... 오타쿠 생활을 통해 행복하기만 한 것은 절대 아닌 것은 맞다. 

이 <최애, 타오르다>는 이런 덕후의 마음을 잘 담고 있는 작품이다. 근데 한국 덕질과 일본 덕질은 비슷한 듯 조금 다르기 때문에  한국 덕질만 해 본 분들은 작품 속 일부분이 상상이 잘되지 않거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아예 이런 덕질이나 오타쿠짓을 안 해 본 분들은 주인공의 행동 자체가 이해가 안 될 수도...  만약  이 책을 읽고 일본 지하 아이돌이나 일본 아이돌 덕질 관련 궁금증이 들었다면, 혹은 덕후가 주인공인 다른 작품이 보고 싶은 분들에게 <그래서 저는 픽했습니다> 라는 드라마를 추천합니다. 


사실 덕후의 마음을 잘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는 했지만, 난 이 작품의 주인공인 아카리의 모든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의 덕질 방법과 아카리의 덕질 방법은 너무 다르다. 아카리의 덕질 방법 중에 제일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최애가 폭행을 저질렀는데 그걸 눈감아주고 덕질을 계속하는 것이 제일 이해하기 힘들었다. 


아카리는 자신이 공부도 못하고 여러 방면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고, 삶의 원동력을 주는 건 마사키, 최애가 전부고, 또한 아카리는 팬블로그 활동을 통해 다른 팬들한테 주목도 받았기 때문에 최애를 쉽게 버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미 아카리에겐 덕질이라는 게 최애가 좋아서 덕질을 하는 게 아니라 덕질하는 내가 좋아서 최애를 좋아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뭐 사실 아카리가 잘못이 아니지... 범죄 저지른 마사키노야로가 잘못했지...  


또 아카리와 반대로 팬도 뭣도 아니면서 이슈 되니까 바로 악플 달고, 루머 끌어오고 하는 인간들도 이해가 안 된다. 자기 마음에 안드는 행동을 하면 바로 알계파서 욕하는 인간들 등 자신들이 정의의 사도가 됐다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 작품에선 거의 아카리 한 명을 집중적으로 보여줬지만 아카리뿐만 아니라 마사키를 최애로 뒀던 다양한 덕후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럼 작품을 읽는 독자들이 더 다양한 시선을 가질 수 있었을 것 같다. 

이 작품이 아쿠타가와상도 받고, 일본에서 많이 팔리기도 많이 팔리며 올해 굉장히 주목 받은 책이라고 한다. 현실의 일부를 잘 보여주고, 묘사 같은 것도 자세한 것도 좋았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나온 글을 짜깁기 한 것 같다는 비판도 있었다고 한다. 근데 짜깁기를 하든 거기에 상상을 추가하든 해서 어떤 작품으로 완성하는게 작가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부분에선 딱히 깊이 생각하지 않았으나 문장은 조금 의문이 드는 부분이 많았다. 글 초반은 문장은 화려한데 알맹이는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중후반으로 갈수록은 이 작가의 문체에 적응을 한건지 내용 파악이 돼서 그런지 이해가 잘 되며 문장에 집중할 수 있었다. 

99년생 작가가 이런 사회적 통찰을 하고, 그걸로 작품을 써서 상도 받았다는 게 신기하다. 이 작품을 통해 허구의 인물이지만 다른 사람의 덕질을 보며 공감도 하고, 저건 아닌데 비판적인 생각도 하며 올바른 덕질은 무엇인가? 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었다. 책을 가제본으로 받았고, 정식 출간은 되지 않아 아직 표지를 모르는데 어떤 표지가 나올지 궁금하다. (표지 생각보다 평범하게 나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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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와의 정원
오가와 이토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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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이름이 <토와의 정원>인 만큼 주인공은 토와다. 토와는 눈이 보이지 않는 소녀인데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토와는 집 밖으로는 10살 생일 때 빼고 한 번도 나가 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음식들, 읽어주는 재미있는 이야기들, 정원의 식물과 찾아오는 새들이나 곤충들을 친구 삼아 엄마랑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엄마가 이제는 토와와 살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며 밤마다 돈을 벌러 나간다. 그 뒤로부터 엄마는 조금 예민해지고 예전과 달라진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는 <약속의 네버랜드>가 생각났다. <약속의 네버랜드> 애들도 고아원을 탈출하기 전까지 고아원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고, 자기들끼리는 즐겁고 재미있게 살았지만 고아원의 비밀을 알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다. 이 작품은 그렇게 어두운 분위기는 아니지만 토와가 눈이 보이지 않으니까 토와의 시점으로 책을 읽는 나도 단편적인 부분만 상상할 수 있고, 뭔가 이미지가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자꾸 상상할 때도 일본식 집을 상상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서양식 집을 상상하게 되고, 주변 배경들도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실 엄마가 친엄마가 아닌가? 과연 토와의 정원의 비밀은 ...?! 이런 생각이 계속 들며 궁금해서 계속 책장이 넘어가서 빠르게 읽었다.

그리고 토와가 눈이 안 보이니 냄새나 소리 등의 묘사가 섬세했다. 특히 토와의 정원에 있는 꽃향기들이 많이 묘사되었는데 내가 그 꽃향기들을 잘 알지 못해서 아쉬웠다. 잘 알면 더 잘 느낄 수 있었을 텐데... 또 토와는 색깔 같은 것은 자신의 감정에 빗대어 어떤 색깔일지 상상하는데 그래서 나도 기존에 알고 있던 색깔에 토와의 감정을 넣어서 생각해 보니 그 색깔들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엄마가 달라지고 얼마 뒤 엄마가 토와를 버리고 집을 떠난다. 그렇게 토와는 점점 쓰레기만 쌓이는 집에서 몇 년 간 혼자 산다. 그러다 한 번 엄청난 지진을 느낀 후 세상 밖에 나가기로 결심한다. 그 뒤로 토와는 구조되고, 치료와 교육도 받고 혼자 살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엄마의 비밀도 알게 된다. 세상은 엄마를 자식을 버린 파렴치한 엄마로 몰아가지만 토와는 그런 엄마가 밉지 않다. 엄마랑 둘이 행복했을 때는 엄청 행복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토와가 그전까지 세상 밖으로 나가지 못했더래도 세상의 재미를 알고 있었던 것은 엄마가 읽어주던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토와가 이야기가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라고 할 때 공감했다. 나는 지금도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예전에 디자인과 수업 들을 때 정말 처음으로 진지하게 휴학할까, 학교 못다니겠다, 어떡하지 ? 라는 생각으로 매일 매일 종강날만 기다리던 적이 있었다. 그때 하루치 과제 목표를 다 달성하고나면 일부러 더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디자인 생각을 안하려고, 책으로 도망을 갔다. 그래서 아마 내가 그 잘 알지도 못하는 디자인과 수업을 들으며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좋아하는 곳은 이곳이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곳은 이곳이라는 책이라는 돌파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엄마가 토와를 낳기 전에 했던 일들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지만, 또 토와한테도 해서는 안 될 짓들을 했지만, 토와의 엄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최선을 했다고 생각한다. 토와를 그렇게 버리지 말고 어디에 신고라도 해주고 갔으면 좋았을 것 같지만... 그만큼 본인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토와는 엄마를 미워하지 않고, 때때로 엄마를 생각한다.

토와는 혼자 살게 된 뒤로 예전처럼 혼자만의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보육기관에 자신을 보살펴줬던 스즈와도 계속 친하게 지내고, 이웃집 마리씨와도 계속 교류하고 지내고, 남자친구도 잠깐 사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친구, 안내견 조이. 조이가 토와에게 온 뒤로 토와의 인생은 많이 변했다고 한다. 이렇게 토와는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나가며, 또 바느질을 하면서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발견해나가며 살아간다.

토와는 죽을뻔한 적도 있고, 힘든 적도 있었지만,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한다. 나도 습관처럼 '죽고 싶다...'라는 말을 많이 하긴 하지만, 괴로워도 일단 살아남아야 하는 것 같다. 이런 썩어빠진 세상, 짜증 나는 세상, 되는 것도 하나도 없는 세상 도대체 왜 살아! 싶을 때도 있지만, 요즘은 언젠가 이 세상이 좋아지는 것을, 세상이 아니더래도 내 상황이 좋아지는 것을 계속 노력해서 그 보답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노력도 보답도 결국 나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주는 것일 테지만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

진짜 나 이런 생각 웬만하면 잘 안 하는 사람인데 이 책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계속 만들어나가며 세상을 넓히는 토와를 보면서 나도 오랜만에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제 또 집을 떠나려고 하고 있는데 집을 떠나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잘 지낼 수 있게, 소중한 인연이 될 수 있게 토와처럼 노력해야겠다.

<토와의 정원>, 추리, 미스터리, 로맨스, 드라마를 다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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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엄마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9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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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국 소설은 최근 몇 년간 여성 서사나 엄마와 딸의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그런데 내가 잘 몰라서 그런지 몰라도 일본에서는 엄마와 딸, 혹은 할머니부터 손녀까지의 이야기를 본 적이 거의 없어서 이 책의 소개를 보자마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서평단 신청을 했는데 좋은 기회로 당첨되어서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책이 도착했는데 책 표지의 일러스트부터 귀엽고, 책 안의 색감도 좋아서 책을 받기 전보다 더 기대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가장 먼저 펼쳤을 때 보이는 것이 작가 소개다. 당연히 '2003년 일본 도쿄에서 데뷔했다' 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태어났다'였다. 충격이었다. 일본에서 2019년에 이 책이 나왔으니까 작가는 한국 나이로 17살 때 이 책을 낸 것이다. '나, 지금 천재의 작품을 읽고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데 전혀 중학생이 쓴 글 같지가 않았다. 주인공이 중학생이니까 당연히 중학생의 시선이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유치하거나 사춘기 감성이 묻어있는 것이 아닌 표현도 재미있고, 스토리 또한 흥미로웠다. 근데 또 작가의 말을 보면 자기는 어떤 플롯 같은 것을 생각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등장인물이 움직여주는 대로 글을 쓴다고 한다. 한마디로 머릿속에 상상력과 이야기가 넘친다는 것 같은데... 그저 천재라고 말할 수밖에... 왜 일본 작가들이 이 어린 작가에 집중했고, 좋은 상을 받고, 이렇게 한국까지 번역돼서 책이 나오는지 알 수 있었다. 왜 나는 이제야 이 작가를 알게 되었나 싶다.

책 제목이 <엄마의 엄마>여서 책 소개에 나와있는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우당탕탕 스토리가 한 권의 책으로 되어있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 책 전체가 '다나카 하나미'의 세계관은 맞는데 할머니와의 에피소드는 '태양은 외톨이'이고, '신이시여, 헬프'는 하나미의 초등학교 때 친구인 미카미의 이야기 '오 마이 브라더'는 하나미의 초등학교 때 선생님인 기도 선생님의 이야기다. 처음엔 할머니와의 에피소드가 더 나오지 않아서 솔직히 실망했는데 뒤의 두 작품도 재미있어서 그런 생각은 금방 접게 되었다. 아마 언젠가 엄마와 할머니의 에피소드는 또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그리고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이라는 하나미의 초등학생 시절의 이야기가 나오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읽어보면 미카미나 기도 선생님의 이야기도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 한 번 읽어봐야겠다.

'태양은 외톨이', '신이시여, 헬프', '오 마이 브라더'는 다 결국은 '가족'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나미는 중학생이 되어서 처음 만나게 된 외할머니, 그리고 엄마와 외할머니의 관계, 하나미의 이웃집 청년 켄토씨와 친구 야쓰시타 씨가 중학교 시절 겪은 일, 또 엄마의 재혼 후 가족에서 겉도는 사치코, 여름방학에도 집에 오지 않는 미카미를 집에 오게 하려고 거짓말까지 치는 가족, 미카미와 계속 시간을 같이 보내려는 가족에게서 거부감을 느끼는 미카미, 마지막으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형이 갑자기 실종된 뒤 형을 항상 그리워한 기도 선생님 등 다양한 가족의 갈등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평소에 가족의 평화, 가족 관계에 대해 정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가족은 떨어져 있어야 사이가 좋다는 말에도 적극 동의한다. 그런데 이건 성인이 되어서야 자리 잡은 내 생각이고,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사춘기 시절에는 '우리 가족은 왜 이렇고, 나는 왜 이런 집에서 태어났고' 이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부모님이 싸움을 많이 하거나, 내가 차별을 받거나, 찢어지게 가난했거나 그런 것도 아니었는데 사춘기 때는 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 하나미는 그런 생각을 안 했지만, 미카미와 사치코는 자신들의 가족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듯한 태도를 보여서 나의 중학생 시절도 어렴풋이 생각이 났다. 이 친구들도 고등학교를 올라가면 생각이 달라질까? 사실 가족에 대한 생각이 정리가 되는 것은 역시 타지에서 혼자 살아봐야 결정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이것은 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지방에 살고 있으니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친구들이 취업을 하기 위해 서울로 가거나 아니면 더 큰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한다. 내가 고향에서 취직을 하지 않는 이상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선택지는 나에게 없다. 그래서 그런지 이 작품에서 가족과 떨어져 자신의 세계를 만든 인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족과의 절연을 선택하고 자기만의 세계로 떠난 기도 선생님의 형, 어떤 숨겨진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미의 할머니도 자신의 세계로 돌아갔고, 미카미도 가족과 떨어져 학교로 돌아갔고, 사치코도 언젠가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떠날지도 모른다. 하나미의 할머니에 대한 감정은 조금 복잡하지만, 그래도 이 모든 인물들이 자신의 세계에선 조금 더 평화롭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는 내 세계를 만들어 떠났다가 코로나로 인해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왔는데 1년 동안 부모님 집에서, 부모님 돈으로 편하게 있었고, 이제는 더 이상 이렇게 있을 수는 없다. 또 나의 세계를 만들러 떠나야 한다. 나는 또 다른 나의 가족을 만들 계획은 없지만, 항상 내가 꿈꿔 온 나의 집 같은 건 있다. 그래서 얼른 목표했던 것을 이루고 예쁜 나의 세계를 만들고 싶다.

단순히 3대에 걸친 여성 서사를 읽어보고 싶어서 읽은 책인데, 그것보다도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좋은 작가, 재미있는 이야기도 알게 되었다. 앞으로 나올 스즈키 루리카 작가의 작품들도 궁금하고, 다나카 하루미의 세계관이 어떻게 넓혀질지도 궁금하다. 마음 같아선 하루미가 대학에 들어가고 취업까지 하는 것도 보고 싶네!!! (대학에 안 갈 수도... 취업이 아니라 창업을 할 수도 있지만...) 2021년 첫 소설로 좋은 작품을 읽어서 기분이 좋았고, 올해 독서 생활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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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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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사실 성장소설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고등학생이 주인공인 소설은 진짜 오랜만이다. 그래도 덕분에 작품을 읽으며 나의 고등학생 시절을 추억하게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고등학생 때 공부만 했던 기억 때문에 고등학생 때가 별로 그립지 않다고 하는데 나는 고등학생 땐 공부가 힘들긴 했지만 힘든 만큼 재미있던 일들이 엄청 많았기 때문에 고등학생 때를 돌아보는 것은 언제나 재미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분명 어두운 소재를 다루고 있는데 어둡지만은 않은 이야기로 느껴졌다. 그리고 책 표지 속 두 인물이 바다를 보고 있고, 입고 있는 옷이 여름옷이라  그런지 여름 분위기도 물씬 느껴져 슬슬 더워지는 이 날씨가 조금은 미화되는 기분이었다. 


  이 작품은 주인공 유원, 원이와 관련된 사건과 인물들과의 관계로 진행된다. 죽은 언니와 원, 부모님과 원, 신아 언니와 원, 아저씨와 원 등등 많은 관계가 등장하지만 난 수현, 정현과 원의 관계에 집중해서 읽었다. 수현으로 인해 원이가 처음 해보는 것들 예를 들면 옥상에 올라가 보기, 친구 집에 초대해서 같이 자기, 학원 빼먹기, 친구랑 같이 여행하기 등등을 하는 것을 보며 글에선 원이의 표정이 보이지 않지만 그리고 원이는 담담한 척 얘기하지만 원이가 너무 즐거워하는 게 느껴져서 좋았다.

  근데 이런 처음으로 마음을 연 친구가 자기가 정말 싫어하는, 자기를 살려준 아저씨 딸이라니...! 하지만 이 작품의 좋은 점은 그것을 알고 그것에 대한 고민을 오래 하거나 갈등을 심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원이가 혼자 생각도 해보고 또 둘이 대화를 통해서 빠르게 그리고 잘 해결하는 것이 좋았다. 또 그것을 계기로 아저씨와의 관계도 정리가 되어서 좋았다. 그리고 이 작품을 읽으며 좋았던 부분은 원이가 수현이 아저씨 딸이라는 것을 알고 살짝 거리를 두었을 때 수현을 만날 일이 없었다는 것. 수현과 친해지고 싶을 땐 일부러 수현과 마주치려고 노력해서 마주쳤는데 안 마주치려고 하니까 정말 우연히라도 잘 마주치지 않았다는 것이 원이가 수현이랑 친해지기 위해서 노력한 부분이 느껴져서 좋았다. 혼자 있는 게 편했고, 그것이 좋았던 원이가 새로운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새로운 변화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기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글을 쓰다 보니 깨달은 건데 원이와 수현은 둘이 친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고 때문에 온 동네 사람들이 나를 아는데 나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다. 그냥 유원이라는 사람에 대해선 관심이 없고 사고에서 언니는 죽고 살아남은 아이로 바라보고 기억한다. 하지만 수현만큼은 그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이고, 어찌 보면 수현도 그 사고의 피해자라면 피해자니까 누구보다 원이를 이해하고 원이를 원이라는 사람 그대로 받아들여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이 작품의 마지막에 결국 원이는 높은 곳에 올라가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언니도 만나고, 죽은 언니에게서 벗어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패러글라이딩이 끝난 이후엔 밑에서 기다리는 친구들 ... 정말 인간 세상이라는 게 웃긴 것이 인간으로부터 상처받고 다시 인간으로부터 치유 받는다. 그래서 아직 인간세상이 굴러가고 있는 것 같지만!

  난 수현과 원의 관계에 집중해서 읽었지만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는 원이가 오랫동안 힘들고 괴로워했던 문제이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 원이가 극복하고 이겨내는지를 지켜보는 것은 조금 마음이 아프면서도 그래도 그것을 잘 극복하는 모습에 원이가 대견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나는 원이의 언니 시점으로 이 작품을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2020년에 목표로 했던 것을 이루는 것을 앞에 두고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성공을 앞에서 놓친 상실감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온전히 치유 되지 않은 상태이다. 나는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 성장해 나가야 할지 고민해야 같다. 원래 2020년을 계획 했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힘들게 성장해야 하지만... 그래도 아직 나는 젊고, 인생은 기니까 좋은 기회가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며 (눈물 찔끔) 원이가 수현을 만나고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 패러글라이딩을 하듯 나도 미련을 훌훌 떨쳐버릴 기회를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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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18주년 축하합니다!!! 앞으로도 쭉 애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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