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 타오르다
우사미 린 지음, 이소담 옮김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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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즘 같은 불취업 시기에 공고도 안 뜨고, 개인적인 악재는 계속 일어나고, 날은 푹푹 찌고, 코로나는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 최악의 상황에서 나는 하루에도 열두 번씩 '죽고 싶다', '나는 지금 왜 살고 있지?', '뭐를 위해 살지?', '상황이 좋아지긴 하는 건가?'라는 생각만 계속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되니 우울을 넘어 그냥 이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빡침만 올라온다.

이런 상황에서 나에게 '그래도 살자!', '이거 보려고 산다!'라는 마음을 들게 하는 것이 바로 나의 '최애들'이다. 그래도 나에게 '최애'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최애는 엔모 그룹의 도모군인데, 진짜 이렇게 죽고 싶다는 생각만 하는 나날들 속에서도 밤에 자기 전에 도모군이 버블 하나 보내주면, 인스타 하나 올려주면, '그래 이 맛에 산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 반대로 내 개인적인 상황과는 별개로 내가 좋아하는 그룹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나 멤버가 아파서 잠시 쉬게 되거나 안좋은 상황이 발생하면 기분이 정말 침울해지고 하루종일 생각나고 그런다... 뭐든지 일장일단이 있는 것이니까... 오타쿠 생활을 통해 행복하기만 한 것은 절대 아닌 것은 맞다. 

이 <최애, 타오르다>는 이런 덕후의 마음을 잘 담고 있는 작품이다. 근데 한국 덕질과 일본 덕질은 비슷한 듯 조금 다르기 때문에  한국 덕질만 해 본 분들은 작품 속 일부분이 상상이 잘되지 않거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아예 이런 덕질이나 오타쿠짓을 안 해 본 분들은 주인공의 행동 자체가 이해가 안 될 수도...  만약  이 책을 읽고 일본 지하 아이돌이나 일본 아이돌 덕질 관련 궁금증이 들었다면, 혹은 덕후가 주인공인 다른 작품이 보고 싶은 분들에게 <그래서 저는 픽했습니다> 라는 드라마를 추천합니다. 


사실 덕후의 마음을 잘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는 했지만, 난 이 작품의 주인공인 아카리의 모든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의 덕질 방법과 아카리의 덕질 방법은 너무 다르다. 아카리의 덕질 방법 중에 제일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최애가 폭행을 저질렀는데 그걸 눈감아주고 덕질을 계속하는 것이 제일 이해하기 힘들었다. 


아카리는 자신이 공부도 못하고 여러 방면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고, 삶의 원동력을 주는 건 마사키, 최애가 전부고, 또한 아카리는 팬블로그 활동을 통해 다른 팬들한테 주목도 받았기 때문에 최애를 쉽게 버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미 아카리에겐 덕질이라는 게 최애가 좋아서 덕질을 하는 게 아니라 덕질하는 내가 좋아서 최애를 좋아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뭐 사실 아카리가 잘못이 아니지... 범죄 저지른 마사키노야로가 잘못했지...  


또 아카리와 반대로 팬도 뭣도 아니면서 이슈 되니까 바로 악플 달고, 루머 끌어오고 하는 인간들도 이해가 안 된다. 자기 마음에 안드는 행동을 하면 바로 알계파서 욕하는 인간들 등 자신들이 정의의 사도가 됐다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 작품에선 거의 아카리 한 명을 집중적으로 보여줬지만 아카리뿐만 아니라 마사키를 최애로 뒀던 다양한 덕후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럼 작품을 읽는 독자들이 더 다양한 시선을 가질 수 있었을 것 같다. 

이 작품이 아쿠타가와상도 받고, 일본에서 많이 팔리기도 많이 팔리며 올해 굉장히 주목 받은 책이라고 한다. 현실의 일부를 잘 보여주고, 묘사 같은 것도 자세한 것도 좋았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나온 글을 짜깁기 한 것 같다는 비판도 있었다고 한다. 근데 짜깁기를 하든 거기에 상상을 추가하든 해서 어떤 작품으로 완성하는게 작가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부분에선 딱히 깊이 생각하지 않았으나 문장은 조금 의문이 드는 부분이 많았다. 글 초반은 문장은 화려한데 알맹이는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중후반으로 갈수록은 이 작가의 문체에 적응을 한건지 내용 파악이 돼서 그런지 이해가 잘 되며 문장에 집중할 수 있었다. 

99년생 작가가 이런 사회적 통찰을 하고, 그걸로 작품을 써서 상도 받았다는 게 신기하다. 이 작품을 통해 허구의 인물이지만 다른 사람의 덕질을 보며 공감도 하고, 저건 아닌데 비판적인 생각도 하며 올바른 덕질은 무엇인가? 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었다. 책을 가제본으로 받았고, 정식 출간은 되지 않아 아직 표지를 모르는데 어떤 표지가 나올지 궁금하다. (표지 생각보다 평범하게 나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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