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물만두 > 인간의 탐욕은 어디까지인가...
솔라리스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안종설 옮김 / 집사재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런 SF 작품은 처음 읽는다. 철학적이라고 일컬어지는 로저 젤라즈니의 작품을 읽으면서도 이런 느낌은 받지 못했다. 이것이 상업적 SF 작품의 창조자와 비상업적 SF 작품의 창조자의 차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상업적이라는 말은 자본주의적이라는 뜻이다. 왜냐하면 작가가 동구권 출신이기 때문이다. 유물론을 배척하는 환경에서 자라고 배운 작가의 내면적 생각이 SF 작품에도 다분히 담겨 있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작품이 오히려 영어권 작가의 작품보다 신선하고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는 점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솔라리스라고 명명된 우주의 어느 행성... 인간이 보기에 생명체는 없어 보이고 바다만이 생명체로 인식되는데... 그 바다를 과연 인간과 같은 생명체라고 말해야 하는가, 아니면 인간과 다른 어떤 존재로 명해야 하는가... 그 바다 같은 것은 인간의 적인가, 동지인가... 그는 파괴적 존재인가, 아니면 우주의 은둔자와 같은 침묵의 존재인가... 

인간은 우주를 탐험하려 한다. 그리고 무언가 발견하려 한다. 그것을 인간이 규명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려고 한다. 인간이 규명할 수 없다면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아무 것도 아니다. 과연 그럴까... 작가는 우주에 과연 인간만이 대단한 존재로 존재할 필요가 있는지 묻는 듯 하다.

자신들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존재가 미지의 어떤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고... 지금까지 읽어본 SF 작품 중 가장 인간과 우주를 잘 표현한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내 짧은 머리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함이 아쉬울 뿐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나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도대체 인간이란 동물은 어떤 것이든 제 것이어야 하는 탐욕 그 자체인가... 이 작품을 읽고 그런 생각을 했다. 바다가 전부인 행성을 탐사해서 얻으려는 것이 무엇인가... 바닷물이라도 쓰겠다는 것인가...

하지만 이런 논리도 우습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유용하고 가치 있는 행성은 정복해도 된다는 것인가... 도대체 이웃집을 터는 것과 남의 나라, 남의 행성을 터는 것이 어떻게 다른 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라크에 석유가 없었다면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했을까... 우리나라가 중국과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지 않았다면 그들이 우리의 독립에 신경이나 썼을까... 그들은 평화와 이라크인들을 독재자의 손에서 구출한다는 명목으로 전쟁을 했지만 아무 것도 없지만 도움이 절실했던 아프가니스탄은 외면했다. 아프가니스탄에 석유만 있었다면 미국은 즉각 그들 땅을 밟았을 텐데... 우리보다 이 책을 먼저 읽고 영화로도 만든 미국인들이 이런 이치를 깨닫지 못하다니 그들의 아둔함이 지구를 황폐화시키는 원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솔라리스의 바다가 그들을 삼켜 버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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