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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탄생 - 알파고는 어떻게 인간의 마음을 훔쳤는가?
레이 커즈와일 지음, 윤영삼 옮김, 조성배 감수 / 크레센도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올해 3월,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프로그램 ‘알파고’가 바둑천재 이세돌9단을 꺽으면서 ‘인공지능(AI)’ 바람이 세계를 휩쓸었다. 고차원적이고 직관적인 사고가 필요한 바둑조차 인간이 컴퓨터에게 무릎을 꿇으면서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인공지능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오늘날 인공지능의 꿈을 적극적으로 실현해나가는 사람을 한 명 꼽자면 구글에서 인공지능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발명가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다. 그리고 이번에 크레센도에서 번역 출간된 <마음의 탄생>에서 커즈와일은 인간의 뇌, 특히 신피질의 작동 원리를 역분석해 인공신피질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독자에게 건네는 주요 질문들은 이렇다.
인간의 뇌를 리버스엔지니어링 할 수 있을까?
언제쯤 우리는 인간의 지능를 복제하거나 또는 과감하게 뛰어넘을 수 있을까?
인공지능은 결국 의식을 가진 존재가 될 것인가?
‘지능(intelligence)’란 무엇이고 ‘의식(conscious)’은 또 무엇일가?
이 질문들은 해답을 구하기 어려운 매우 심오한 질문들이다. 하지만 <마음의 탄생>에서 레이 커즈와일은 물리학, 화학, 신경과학, 컴퓨터 공학의 최신 연구 성과를 다각적으로 분석해 흥미롭고 통찰력있는 해답을 제시한다.
특히 커즈와일은 신경과학의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인간 두뇌의 메커니즘을 효과적으로 설명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초월한다거나 인간과 기계가 융합될 것이라는 커즈와일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뇌의 신피질에서 일어나는 사고의 메커니즘(패턴인식마음이론)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첫 4~5장만 읽어도 매우 신선한 ‘지적 자극’을 받을 것이다.
책을 읽다가 발췌한 대목 몇 개를 인용한다.
“신피질의 주요 기능은 계층적으로 구성된 정보의 패턴을 다루는 것이다.”
“훌륭한 인공지능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과학적 지식과 데이터의 정확한 ‘코딩’과 패턴인식 마음이론에 기반한 ‘계층적 지능’을 결합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그 자체로서 컴퓨터(코딩)을 활용하는 인간(계층적 기능)을 상징한다.”
“복잡한 인간의 뇌를 성공적으로 모방한 컴퓨터라면, 인간과 같은 수준의 의식을 만들어낼 것이다.”
“내가 이 책의 제목에 ‘뇌’나 ‘지능’이 아닌 ‘마음’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마음은 ‘의식을 가진 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은 ‘영적인 기계’다 아직은 우리의 능력을 확장시켜주는 기계들이 대부분 몸과 뇌 밖에 존재하지만, 이제 인간과 밀접하게 결합할 수 있는 도구들이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
“생물학적 진화가 이뤄낸 마지막 발명-신피질-은 결국 인류가 이뤄내야 할-울트라지능기계-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특이점(sigularity)’이나 ‘수확가속법칙(law of accelerating returns)’의 개념이 낯설지 않은 독자들은 <마음의 탄생>을 읽기에 전혀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분야가 생소한 독자들에게는 약간의 두통을 동반하는 책이 될 수도 있겠다. 내 경우 자연과학 분야에 생소하지만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듯이 즐겁게 책장을 넘겼다.(머리가 아플 때는 내 뇌의 뉴런에 있는 패턴인식기들이 작동하는 상상을 했다.) 우리 인간의 뇌가 궁금한 사람들이라면 <마음의 탄생>을 읽어보기를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