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나는 김재규의 변호인이었다 - 170일간의 재판 기록으로 밝힌 10.26의 진실
안동일 지음 / 김영사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락된 과거, 되살리는데 40년

1979 10 26일에 국민들은 제각기 다른 평가를 내린다국가원수 암살과 민주주의 부활이라는 극한의 가치대립은 10.26에게 사태와 혁명’, 두 가지 이름을 붙여주었다.

저자는 ’10.26 사건이 탄핵 정국에 들어서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재평가를 받았다며네티즌들이 붙여준 수식어를 그 증거물로 삼았다. ‘의사를 비롯해 열사’, ‘민주투사’, ‘재규어’ 등 김재규의 넋을 기리는 화려한 수식어들그러나 필자는 그것이 김재규의 명예회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그들이 붙여준 별명은여전히 김재규의 공보다 박정희의 과를 비웃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인터넷을 보면아직 그를 부역자로 취급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그들에게 김재규는 독재정권 밑에서 일하다가 사사로운 감정에 휩쓸려 상관을 죽인 부역자’ 이상의 대접을 받지 못 한다그렇기에 김재규의 묘소는 약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흠집 나고 찢기는 등 바람 잘 날 없다옹호여론이 약하기에 겪을 수 밖에 없는 설움이다저자는 그런 김재규의 변호사로서그에게서 느꼈던 민주주의의 열망을 솔직히 이야기한다.

어쩌면 우리는 그 당시의 기록에 여전히 세뇌 되어 김재규를 규탄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책에서 드러나는 누락된 법정 기록들은 대부분 독재정권을 규탄하고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김재규의 모습이었다.

제가 만일 집권하게 되면 저도 틀림없이 독재합니다독재가 싫다고 혁명한 사람이 다시 독재할 요인을 만들 턱이 없습니다. (중략또 혁명이 성공하면새로운 민주정권이 서게 됐을 때 민주정권을 옹호해야 할 책임이 제게 있습니다그것은 저 아니고는 안 됩니다.” (p. 90)

실제로 극심한 간경변을 앓아 권력을 잡을 이유가 없었다는 김재규그는 역시나 진심을 의심하는 검사와 판사에게 과거의 행적을 해명한다긴급조치 10호 건의는 악독한 긴급조치 9호 해제를 위한 어쩔 수 없는 발판이었고김영삼의 제명을 가로막은 것도 자신이었다자신이 살아야만 하는 이유는혁명이 끝난 뒤 그 혁명이 엇나가지 않게 관리할 필요가 있어서라고 했다.

유신 체제는 한국적 민주주의라고 했습니다저는 여기에 대해서도 전혀 이해가 안 갑니다민주주의의 핵심은 민주민권자유평등입니다그리고 3권 분립이 특징입니다결국 한국이나 서유럽 어떤 나라든 간에 민주주의가 둘이 있을 수 없습니다.” (p. 101)

불교신자인 김재규는 평생 살생을 반대하는 사람이었다. (p. 343) 그럼에도 불구하고그는 박정희 대통령 각하께서 자유민주주의 회복과 자신의 희생과를 숙명적 관계로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p. 301) 대통령 암살을 자행했다그러나 가장 객관적인 심판이 되어야 할 재판이수많은 편파와 왜곡으로 훼손되어 그의 기치 또한 빛을 바랠 수 밖에 없었다여덟 차례에 걸친 공판조서는 단 한 차례도 열람이 허용되지 않았고재판 중 주어진 시간 또한 촉박했다피고인의 불리함을 만회하기 위한 공판 절차 정지 신청서도 때마다 누락 되었다항소이유보충서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주먹구구식 재판에서 김재규가 받을 죄목은 처음부터 내란죄로 정해져 있었다.

당시의 시대상에서 김재규는 결코 영웅이 될 수 없었다무죄 추정의 원칙을 무시한 언론에게 그는 개만도 못한 인간’ 취급을 받으며 모욕을 당했다.

그는 은혜를 원수로 갚고 신뢰를 배반으로 보답했을 뿐이다그 한 가지로서 그는 인간 이하로 떨어진 것이며개만도 못한 인간이 된 것이다왜냐하면 개도 주인을 물지 않는 법이니까.” (p. 45 조선일보 발췌)

미래가 과거를 평가하는데 있어 가장 큰 기준은 기록이다그 기록이 독재정권의 월권으로 누락된 이상 김재규를 향한 사람들의 오해와 조소는 당연한 것이었다피고인에게 내란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재판관 여섯 명의 기록도 권력의 잔재 앞에 사라졌다피해자들이 한탄할 것은독재정권의 끝이 새로운 군사정권으로 이어졌다는 사실뿐이었다김재규또한 최규하가 원했던 자유민주주의 정권으로의 자연스런 이양결국 8년의 세월을 자연스럽지 않게 기다려야만 했다만약 올바른 차기 정권이 들어서 ‘10.26 사건을 이른 시간에 재평가 할 수 있었다면지금의 김재규는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김재규는 그런 국정혼란을 예상하고 있었다최후 진술에서 사태를 미리 경고하기까지 했다.

오히려 빨리 민주 회복을 안 하고 시간을 끌다가는내년 3~4월이면 틀림없이 민주회복운동이 크게 일어나서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봅니다그때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집니다지금은 국가의 핵이 없습니다정부가 통제력이 없고 국민은 자제력이 없습니다이런 상태에서 큰일을 당하면 뭐가 될지 모릅니다저는 그래서 문제가 될 만한 요인을 미리미리 없애라고 권고 드리고 싶습니다.” (p. 305)

결국 사태가 5.17 내란과 5.18 민주화운동까지 치달았던 건 이를 방관한 윗사람들의 몫이었다박정희 시절의 유산인 그 윗사람들 말이다혹자는 박정희가 곧 물러날 사람이었다며 김재규의 행동을 쓸데없는 짓이었다고 격하한다그러나 김재규가 판단한 박정희의 권력욕은 무한했고 평화적으로 막기에는 너무 거대했다박정희를 보좌한 김재규가 알려준 그의 몇 가지 비밀을저자는 40년간 묵혔다가 오늘에서야 풀었다최태민과 박근혜의 관계 또한 그 비밀의 일부였다는 사실 또한 충격적이었다.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을 무너뜨렸다는 그의 말은 더 이상 허투루 받아들여져서는 안 될 것이다그에게 조금이라도 동조했던 변호인과 재판관들은 사형집행과 동시에 수배 되거나 탄압 받아야 했다. 저자 또한 자신이 따로 기록한 재판흔적을 다른 곳에 숨겨두고 장시간 쥐 죽은 듯 지내야 했다. 신뢰할 수 없는 시대의 기록에게 보내는 무조건적인 신뢰는 지양 되어야 한다과만 남겨진 과거의 기록보다는현재 서서히 살아나고 있는 김재규의 공을 평가해 보는 건 어떨까. ‘김재규라는 사람을 평가하는 건 개인의 몫이지만왜곡된 인간상을 되살리고 공정한 심판대 앞에 놓는 건 국가와 우리 모두의 몫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헌법의 주어는 무엇인가 - 헌법 묵상, 제1조
이국운 지음 / 김영사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대한국민'이 가져야 할 자부심


 184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 이 책은 분량 전부를 헌법 1조의 철학적 고찰에 할애한다. '헌법의 주어는 무엇인가'. 책은 단 한 순간도 주제를 벗어나지 않고 주어를 찾는데그런 주제의 특정성을 고려하면 184페이지는 충분하고도 남아 보인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특별하다기나긴 강점기를 벗어난 뒤에도국민들은 이념싸움에 새우등이 터져 수많은 희생을 감수해야만 했다이후에도 군부정권 밑에서 발언권을 잃었고몸을 던진 투쟁 끝에 이를 극복했야만 했다인내와 저항으로 무장한 국민의 역사이기에그런 국민을 품는 국가의 헌법도 특별해야만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작가는 '대한국민'이라는 이름에 자부심을 갖기를 주문한다여타 헌법에 비하면 매우 간결하고 여지 없는 헌법 1그러나 이 짧은 문장은 대한민국의 투쟁을 한 방에 압축한 명문이다'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국민을 대변하는 헌법 1조는 우리에게 민주주의를 보장한다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 대한국민이 탈출의 자유와 광야의 자유똘레랑스의 자유와 중첩적 합의의 자유의 실현으로서 그들 사이에서 헌법을 약속하는것이다. (p. 67)

 

작가는 헌법 1조를 '대한민국 자유의 프로젝트'라고 규정한 뒤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역사를 탐구하며 더욱 멀리 나아간다헌법제정의 시대적 배경은 무엇이며 당시의 의중은 무엇이었는가그렇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헌법과 부합하는가완벽하기만 했던 헌법 1조는 작가의 탐구열에 소소한 허점을 드러낸다일련의 예로, 1987년의 개헌은 '1 3'으로 대변 되는 시대상의 반영이었으며그 때의 이해관계가 결국 지금의 탄핵정국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그렇다미국은 지도자가 공석이면 부통령이 자리를 물려받는데 왜 우리나라는 아닐까. 그 궁금증을 책을 통해 풀 수 있었다.

 

헌법 1조에서 출발한 국가적 고찰은 결국 지나치게 편중화 된 대한민국의 권력체계까지 도달한다헌법의 최대한에 도달했으니 이제는 '민주공화국 프로젝트'를 진전 시키자마침내 내리는 결론은 이것이었다주권이 헌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헌법이 주권을 만든다. (p. 143) 작가는 단순하게 넘길 수 있는 헌법 1조에 의미를 부여하며 영혼을 심는다그리고 에필로그에서 말한다.


 "우리 대한국민이 스스로를 드러내며 타자에 대하여 말을 거는 문장들로 헌법 문서를 읽을 때무미건조한 실정법학의 객관 문체로는 도무지 담을 수 없는 깊고 풍부한 의미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p. 181) 

결국 작가가 원하는 것은 헌법을 문학적 감성으로하나의 작품으로 읽어달라는 것이다헌법에 담긴 화자의 설움과 아픔눈물로 얼룩진 사연을 읽을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대한민국 역사를 통달한 사람이리라헌법의 주어는 대한국민이고 대한국민은 우리다. '헌법'이라는 문학작품의 주인공이자 작가인 우리가그런 자부심을 담아 책을 읽는다면 마지막 챕터인 '헌법 1조 개정론또한 나름의 주관으로 독파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게 나라냐?" 촛불시위에 참석한 200만의 외침이었다국민 대다수의 심정을 대변하는 문구이기도 했다그 물음에 응답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는 3개월을 소비했고결국 대통령 파면이라는 결정으로 그 답을 대신했다대한민국은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이했고그에 따라 헌법도 대대적인 개혁을 앞두고 있다우리가 권력의 주인이라는 자부심으로헌법 1조를 되뇌며 그 미래를 모색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이 우리에게 답을 던질 수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나아갈 길은 어디인가


사피엔스를 통해 우리는 인류의 과거를 짚었고이제는 미래를 짚는다. ‘호모 데우스는 이미 과학혁명을 통해 극한으로 발전한 인류사를 언급하며 미래 또한 예측불가의 영역일 것이라고 언급한다과연 우리의 미래는 스스로 구축하는 장밋빛일까알고리즘에 지배 당하는 핏빛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작가 유발 하라리는 데이터를 종교에 빗대며 데이터교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는 경고를 던진다.

 

호모 데우스의 쉬운 이해를 위해서는 인류의 과거를 다룬 사피엔스의 완독이 먼저 수반되어야 한다인류를 여기까지 이끈 허구(eg. 신화종교)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서적이기 때문이다작가 또한 미래를 위한 과거의 중요성을 언급하는데,


몇십 년몇백 년이 지나면 의미의 그물망이 풀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그물망이 만들어진다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이런 의미의 그물망들이 생기고 풀리는 것을 지켜보고한 시대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였던 것이 후손에 이르러 완전히 무의미해진다는 것을 깨닫는 일이다.” – p. 207


“21세기에 허구는 소행성과 자연선택을 훨씬 능가하는지구상의 가장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그러므로 우리가 미래를 이해하고 싶다면게놈을 해독하고 통계수치를 처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우리는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는 허구들도 해독해야 한다.”  - p. 215-216


우리는 이 부분에서 작가가 수도 없이 강조하는 과거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사피엔스’ 완독을 먼저 추천한다.

 


인류는 여타 동물들과 다른 협력체계를 통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시행할 수 있었다예컨대우리는 가상의 신과 신화를 만들어 동기를 부여하고하나의 목적으로 뭉치게 하는데 능했다는 말이다자신의 신을 위해 십자군 전쟁을 감내했고긴 세월이 지나서는 자신들이 만들어낸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집착해 냉전까지 치러냈다먼 훗날의 인류는 우리를 보며 비웃을 지도 모른다. ‘그깟 게 뭐라고 서로 죽이고 으르렁거린 거지?’라고.


인류는 점차 신화로부터 벗어나 인본주의와 과학을 신봉하고 있다일정한 파이에서 분배만 달라진다는 사고방식을 넘어 끝없는 발전을 이룩하면 분배 또한 커진다고 생각한다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해 신기술을 개발한다사람들은 종교보다는 개인에 양심에 의거한 판단을 내리고개인의 지식은 경험과 감수성을 곱한 수치로 대변 된다성경에 논리를 곱한 수치였던 지난날과는 사뭇 다른 계산법이다현대 인간은 본인의 경험과 선택을 앞둔 감정을 두루 고려해 감성적 판단을 내린다사람들이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예술이다.”(p. 320)와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눈에 달려있다”(p. 325)는 인본주의의 적절한 예시다종교로 점철된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작품이 예술로 인정 받는다.


감수성이 얹어진 인간의 선택은 언제나 다양성을 창조한다비단 예술만이 아닌 모든 영역에서 그렇다그러나그 선택은 이성(理性) 100퍼센트를 차지하지 못한 이상 완벽하지 못할 수 밖에 없다.


빠르게 발전하는 미래의 알고리즘은 언제나 완벽하지 못한 인간을 위한 답이다인간의 능력으로 담을 수 없는 모든 데이터와 그를 이용한 응용력으로 실수 없는 선택지를 제공한다작가는 의사와 약사의 예를 들며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오진을 없앨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묻는다인류의 데이터는 방대하고 앞으로도 무한하니그 모든 데이터를 기계가 자가분석 해 적절한 처방을 내릴 수 있다면예측과 오진을 줄이는’ 게 아니라 없애는’, 감히 상상하지도 못하는 세상이 다가오는 것이다.


사실 당장의 전염병도 구글 검색빈도를 분석하면 쉽게 파악 가능하다인간의 전문성은 기계 앞에 무용지물이 된다기계가 감당하지 못하는 유일한 벽이라던 바둑판도 알파고에 의해 무너졌다단순노동은 물론이요 전문직종마저 기계가 사람보다 뛰어나다면인류가 나아갈 길은 어디인가작가는 "인간은 더 이상 자율적 실체가 아닌 거대한 네트워크의 일부가 될 것"(p. 463)이라고 추측한다기계가 성장하는데 변수는 정보의 양 밖에 없다개인이 처한 상황과 배경그리고 지원에 따라 급변하는 인간의 성장에 비하면 탄탄대로다위 문단에서 예로 든 예술영역 또한 결국 알고리즘 앞에서는 수학일 뿐이라고 작가는 말한다바흐풍의 클래식 곡을 몇 백씩 작곡하고운율과 비유를 적절히 이용한 시까지 만들어내는 알고리즘은 인류가 나아갈 길을 모두 차단하는 것만 같다필자는 개인적으로 알고리즘의 비약적 성장에 두려움마저 느낀다인류가 그들에게 의존해 한없이 멍청해진다면알고리즘을 이겨낼 이상의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무너진다면?


인류는 단순성전문성과 예술성까지 모두 알고리즘을 이길 수 없다작가 또한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또한 경계한다그래서 한 가지 예시를 들며 여운을 남긴다.


여태껏 인류의 모든 이득은 기득권층의 차지였고 그 차이 또한 갈수록 벌어졌다기껏 독재자 차우셰스쿠를 몰아낸 루마니아의 국민들은 다시 한 번 공산세력을 맞이하며 찌꺼기 밖에 얻지 못 했다이는 시민들이 권력체계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었기 때문인데만일 실수 없는 알고리즘이 권력체계를 이용해 기득권이 된다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인류에 고착화 된 서열의 윗부분은 언제나 체계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의 몫이었다인간의 허구가 기본 데이터로 입력된 알고리즘은 인간에 비하면 그야말로 무적이다우리는 알고리즘의 주인이 될 것인가노예가 될 것인가그들에게는 지능이 있지만 우리에게는 의식이 있다작가의 조언은 그래서 가치 있다인류는 개발자의 의도와 다른 선택을 창조할 수 있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뮤얼 헌팅턴의 미국, 우리는 누구인가
새뮤얼 헌팅턴 지음, 형선호 옮김 / 김영사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트럼프를 맞이한 미국, 그들에게 숨겨진 속사정


필리핀은 두테르테를 맞았고프랑스에서는 르펜이 결선 투표까지 올라 대통령의 자리를 눈앞에 두었다영국은 유럽연합을 탈퇴했으며미국 또한 그 추세에 맞춰 도날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맞이했다.


세기 초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공약들이 현실화 되고 있다미국은 멕시코와의 장벽을 더욱 높이려 애쓰고테러위험국가 출신 거주민의 비자발급을 막고 있다차츰 잦아들던 혐오범죄 또한 다시 잦아지려는 추세에 있다세상은 트럼프를 미치광이라 부른다그런 미치광이의 당선에는 WASP(백인 앵글로색슨 신교도)의 결집이 큰 역할을 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건국 이래 쭉 미국의 지배계급으로 군림한 WASP의 반란그들은 어째서 트럼프의 손을 들었을까그들이 트럼프에게 바란 미국은 무엇이었을까?


새뮤얼 헌팅턴의 미국우리는 누구인가는 그런 질문을 가진 독자에게 답이 될 수 있는 책이다버무린 샐러드(tossed salad)가 되기 전까지 미국이 지켜오던 신념은 무엇인지그 신념에 의지한 보수적 미국인들의 자부심은 어떤 종류의 것인지 설명하는 작가는 현 세태의 해설자이자 현 세대의 대변인이다미국의 정체성은 다문화로 인해 흐려졌는가앞으로 미국이 나아갈 길은 무엇인가?


건국 초직접 땅덩어리를 넓히던 미국은 이제 이민자가 제 발로 들어오는 꿈의 나라가 되었다근로윤리에 의해 일하기를 좋아하고국가에 의존하기 보다는 개인의 책임을 요구하는 미국의 특성은자본주의의 상징이었고 다른 이들에게는 희망이었다. ‘아메리칸 드림’. 성공을 꿈꾸던 제 3세계 국민은 예외 없이 미국으로 향했고그렇게 미국에서 윤택한 생활을 일구어낸 이민자의 성공담은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어여쁜 이름으로 수식되었다.


그러나 그런 미국은 영원하지 않았다밀려드는 이민행렬과세계대전 이후 급속도로 진행되는 국가적 자긍심의 결핍은 기존의 시스템마저 위협하는 추세가 되었다디아스포라의 탄생히스패닉 문화의 확산 같은 세계화의 변수가 미국을 덮쳤다이민의 지역적 집중화가 종내에는 미국의 다언어화를 이끌어낸다는 시각이 흥미로웠다.


필자의 기억을 되짚어 볼 때도, 7~80년대 매체에선 심심찮게 등장하던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표현이 21세기 들어서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느낌이다. ‘인종간 갈등’, ‘문화적 충돌이라는 부정적인 수식어가 미국을 대체한 지도 제법 오래 되었다미국이 우방국가와 불량국가를 공개적으로 구분하며 편가르기를 하던 것이국민통합의 일환이었다는 사실은 책을 읽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것이다전쟁 없는 미국은 내부적으로 과도기를 겪고 있다기회의 평등과 문화적 존중을 이유로, ‘미국에 포함되었던 보수적 정체성을 버리고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다기존의 정체성을 버리는 WASP의 고조된 불만정치인들은 그런 불만을 애써 무시하고 다문화 사회를 구축해 갔다.


당장 인천에 존재하는 차이나타운이나, LA에 위치한 코리아타운 또한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면 골칫거리가 아니겠는가이 내용을 한국에도 부분적으로 대입할 수 있을 것 같다중국어 간판이 즐비한 명동거리가 화제로 떠오른 적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자국민이 우선’, ‘상인 입장에서는 주요 고객층을 상대하는 게 우선이라는 상반된 입장으로 갑론을박을 벌였는데결국 명동거리는 여전히 중국어 간판을 우선하며 중국어로 손님을 맞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이를 바라보는 한국인의 마음이 현재 이민자를 바라보는 미국인의 시각과 비슷하지 않을까작가는 이 같은 현상을 이렇게 설명한다.


다문화주의를 옹호하는 엘리트들과 공통의 국가적 정체성에 동화될 것을 고집스럽게 주장하는 일반대중 사이에 넓은 바다가 있다.” – p. 402

일반적인 미국인들이 국제 문제에서 미국의 적절한 역할이라고 믿는 것과 외교 정책을 수립하는 지도자들의 견해 사이에 혼란스러운 격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 p. 408


트럼프의 집권의 이유를 찾을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이 곳이다국민의 아픈 곳을 긁어주던 트럼프의 거침없는 언행이 대중을 사로잡았다트럼프 선택은 단순한 객기가 아닌 내재된 분노의 표출이며엘리트주의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라는 사실을 작가는 귀띔한다.


전체적인 미국의 역사를 되짚는 책인 줄 알았는데 건국 이래의 정체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당황하기도 했다여타 서적에 비해 전문적인 요소가 더 많이 들어있어 배경지식이 없으면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 50페이지가 넘는 참조자료의 양이 그 전문성을 대변하는데쉬어간다기 보다는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읽으면 좋을 것이다.


옮긴이의 말에서 옮긴이는, ‘우리는 누구인가가 아닌 그들은 누구인가로 제목을 바꾸면 책의 유용성이 상당히 높아진다고 이야기한다. 170만명의 한국인이 이미 미국에서 살고 있으며미국과 각종 외교적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지금책이 담은 내용은 우리의 현실과도 근접해있다. 2004년에 쓰여진 이 책이 과거를 통해 되짚는 미국의 미래는 현실과 소름이 돋을 정도로 비슷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현 인류를 이해하고 싶은 당신에게


사피엔스를 포기한 자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푸념을 한다. ‘내게는 너무 어려운 책이다’, ‘중간에 이해가 안 돼 접고 말았다’ 같은 넋두리들필자 또한 그런 넋두리를 이해한다. ‘사피엔스를 단순한 역사서로 생각하면 당신의 의욕은 떨어진다그러나현 인류의 행동거지를 연구하기 위해 사피엔스를 읽겠다고 한다면 이 책은 대단히 추천할 만 하다인류의 역사는 곧 우리 사회와 연결 되고미래에도 그 영향력을 널리 떨칠 것이기 때문이다.


사피엔스는 인류가 겪은 세 차례의 혁명을 중심으로 인간 역사를 서술한다인지혁명은 현 사회의 모든 틀과 기초가 되는 허구의 등장을 알리고농업혁명은 향후 음식 저장량의 비약적인 상승을 가져오며 의 개념을 만든다과학혁명은 인류의 생활수준을 수십 단계 진보시켜 세상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사실들만 놓고 보면 사피엔스는 특별할 것 없는 역사서일 뿐이다허나작가는 단순한 과거의 나열보다는 책을 통한 미래의 도모를 꿈꾼다인류의 흐름엔 생각만큼 위대한 의도가 없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작가는온갖 과학의 발전 또한 당시 인류의 종교와 이데올로기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로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를 만든다여태껏 과학에 쏟아지는 모든 자금은 자신의 잇속을 챙기려는 지도자 혹은 종교인에게서 나왔으며당시 그들의 관심사였던 분야가 유독 발전한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인류의 호기심에 따라 세상이 발전했으며과학이 발전할수록 종교는 퇴보했다고 생각한 필자에게는 퍽 충격적인 서술이었다. ‘무지를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 과학혁명을 단순한 순진함으로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우리가 현세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큰 변화를 준다.


사회적 인식 또한 마찬가지다일상 속에 깊숙이 박힌 인식과 규범 또한 현실에서 나온 진실이 아닌 상상의 규칙일 뿐이라고 작가는 서술한다상상의 규칙은 지배자들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지고그 규칙은 점차 굳어져 걷어낼 수 없는 장막을 낳는데우연한 역사적 사건이 견고한 사회구조로 변하는 과정 또한 그렇다작가는 인종차별의 예를 들며 우연한 사건이 그릇된 사회적 인식으로 굳어지는 과정을 설명한다.


백인은 흑인을 지배하고그들을 차별하는 법률을 만든다흑인은 가난하고 교육 받지 못해 백인과 직업적계급적 격차가 생기고 만다훗날 법률은 차별을 철폐하고 모두에게 문을 열지만이미 고위직을 차지한 백인들과 열등했던’ 흑인들 사이에선 암묵적인 편견과 괴리가 존재하게 된다그런 부모 밑에서 교육을 받는 차세대에게도 차별은 결국 사라지지 않는다흑인이 무식하다거나 게으르다는 생물학적 근거 없이통계적 근거만으로 흑인이 열등하다는 연구결과가 속출한다.


그래서 작가는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사회에 굳어진 차이를 알기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어필한다.

우리는 상상의 산물을 잔인하고 매우 현실적인 사회구조로 바꿔놓은 사건들조건들권력관계들을 연구해야만 비로소 그런 현상들을 이해할 수 있다. (p. 211-212)

가령 유럽인이 어떻게 아프리카인을 지배하게 되었을까를 연구하면인종의 계층은 자연스러운 것도 필연적인 것도 아니며 세계는 달리 배열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도 있다. (p. 342)

젠더 의식 또한 그렇다. ‘남자다움과 여성스러움을 가르는 사회적 기준은 무엇인가왜 남자와 여자는 남자다움과 여성스러움을 평생 유지하고 싶어할까. ‘답다와 스럽다가 주는 뉘앙스의 차이는 무엇인가모든 철학적 질문의 답은 인류사에 있었다철저한 약육강식의 세계였던 원초적 세상우리는 아직 당시의 사상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끊임없이 발전하는 기술 속에서도우리의 DNA는 수렵채집 시절의 식욕을 기억한다맛있는 음식을 보면 군침을 흘리며 그 욕구를 억제하기 위해 과거에는 없었던 다이어트라는 개념 또한 만든다초인적 질서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인간의 규범과 가치체계인 종교 또한과학의 발전 속에서도 그 자리를 굳건히 한다창조론이 여전히 진화론 사이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가치관이 되고 있는 것에서 그 증거를 찾을 수 있다.


한 차례 고정된 생활양식에서 빠져 나오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단언하는 작가는 인류사 최대의 사기였던 농업혁명이 혁명으로 귀결될 수 있었던 이유 또한 그런 단순함에서 찾는다사피엔스는 사피엔스가 멸종하기 전까진 과거의 흔적에서 얽매일 수 밖에 없다초현대적인 삶 속에서 원시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갈등을 빚는 일은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 자명하다이는반대로 얘기하면온갖 부작용을 낳는 미래의 어떤 혁명을 우리는 한 번 바꾼 이상 감내하고 살아갈 것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중요하다깊게 남은 세상의 흔적들을 깨닫고이해하는 데에는 사피엔스만한 책이 없다이해할 수 없던 흐름을 이해하고앞으로 예측하는데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책이 사피엔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