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나의 고장난 시간
마가리타 몬티모어 지음, 강미경 옮김 / 이덴슬리벨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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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에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은 책입니다*


시간을 주제로 하는 이야기는 항상 즐겁다. 과거나 미래로 시간여행을 하기도 하는 이야기도 재미있고, 과거나 미래의 사람과 소통하게 되는 소재도 소설이나 드라마로 많이 만들어지고 그때마다 흥미롭게 보아왔다. 이 소설도 시간여행을 다루고 있지만 그동안 봐왔던 많은 이야기들과는 다르게 19살이 되던 생일부터 매년 생일날 자정, 인생의 어느 시점으로 '리프'해 1년을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반복하는 주인공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지점이 이 소설의 특별한 점으로 다가왔다. 우나의 운명은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거나 앞으로 가서 계속 살아가거나, 혹은 어떤 사건을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떠나는 시간여행이 아니라, 매년 1월 1일 마다 다른 시간으로 리프해 그 해를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 말은 다른 시간여행 소재의 이야기들과 다르게 우나의 인생에서는 연속성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어떤해는 50대로 1년을 살다가 다시 어느 1년은 20대의 우나로 살아가야 하고 다음해는 40대로 살아갈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은 우나가 연속적인 인간관계를 맺고 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가령 2000년의 우나가 관계를 맺은 사람을 2001년의 그는 기억하지 못할 확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2001년 그의 몸속에는 그 사람을 만나기전의 우나가 리프해 들어와있을 수도 있으므로! 바로 이런 리프의 특성이 책속의 우나가 힘들어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책이 꽤 두꺼운 편이지만 소재 자체가 흥미롭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재미있어서 금방 읽게 된다. 우나와 함께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것처럼 읽는 경험도 이 책을 읽어나가는 재미 중 하나인데, 우나의 시점과 시간대로 책이 진행되기 때문에 같이 타임리프를 하는 것처럼 읽힌다. 우나가 어리둥절한 부분에서는 나도 저 인물이 누구인지 전년도의 우나와 어떤 관계였는지 같이 어리둥절해지고, 우나가 당황스러운 상황 역시 내가 겪는 것처럼 당황스럽다. 그리고 그렇게 이해되지 않던 상황이나 인물들이 여러 번의 타임리프를 통해서 엮인 실타래가 풀리듯이 아귀가 맞아갈 때 느끼는 감정도 우나가 느끼는 기쁨, 슬픔, 분노와 다르지 않아서 우나에게 완전히 이입하게 된다. 어느 해의 우나는 술과 마약, 파티에 빠지고, 다음 해의 우나는 사랑에 미친다. 그리고 또 다른해의 우나는 가족에게 모든 시간을 쏟고(스포금지!), 또 어느해는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떠돌며 여행을 다닌다. 이렇게 파도처럼 휘몰아치는 감정들과 그 마음을 버티기 더 힘들게하는 (시간을 들여 해결할 수 없기에!) 뒤죽박죽인 시간을 지내며 우나는 감정을 컨트롤하는 방법과 연속성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익혀나간다. 그렇게 우나의 시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에 이른다.


이 책을 덮으면 삶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보게 된다. 시간표대로 흘러가는 인생이든, 뒤죽박죽 널뛰는 시간으로 보내는 인생이든 삶은 찬란하고 특별하며 지금 이 시간은 한 번뿐이다. 이 힘들고 지난한 시간들도 언젠가는 지나가거나 극복해낼테고, 이렇게나 행복하고 빛나는 순간들도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어떻게 매 순간순간을 최선을 다할 수 있겠는가? 가끔은 슬픔과 힘든시간을 견디지 못해 잠시 삶을 외면하기도 하고, 분노를 에너지로 바꾸는 방법을 배우기도 하고, 환희의 순간을 온전히 즐기는 시간도 가지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지! 어쨌거나 살아간다는 건 이렇게나 굉장한 모험이다. 스포금지된(아무도 알 수 없으니!) 앞날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근두근 상상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험. 그리고 오늘도 내 옆에는 나를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옆을 지켜주고 있으니 서로를 의지해 그 미지의 세계로 한발을 들여놓아 본다.


"안 돼, 그럼. 실수를 안 하려고 사는 삶은 안 돼. 살다 보면 실수를 하기 마련이지만 실수로부터 배우고 실수와 더불어 살아가는 게 인생이란다." -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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