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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유영 ㅣ 창비청소년문학 149
최현진 지음 / 창비 / 2026년 10월
평점 :
📖 심장, 유영 ㅣ 최현진 ㅣ 창비 [도서 제공]
이야기의 시작은 태국 방콕의 한 호텔.
* 죽고 말 것이다. 반드시. *
깊은 상실을 겪은 태국인 소년 ‘한’은 호텔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해야하는 페이지 보이로 일하고 있다. 그러던 중 호텔에 장기 투숙하고 있는 한국인 스타 배우 ‘Y’의 쪽지를 발견한다. 방황하던 한국인 소녀 ‘윈터’를 통해 쪽지의 내용을 알게 된 한은 Y를 구해야겠다는 강렬한 마음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 어디 마음 둘 곳 없는 세 사람이 만나 각자의 상처를 나누면서 삶의 방향을 조금씩 찾아가는 이야기🫧 한과 윈터는 Y를 구할 방법을 찾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각자의 삶을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상실과 외로움이 자리하고 있던 두 사람이 그동안 외면해 왔던 아픔과 마주한다. Y에게 손을 내밀려던 한과 윈터는 어느새 서로의 마음속에 감춰 두었던 상처까지 들여다보게 되는데, 타인을 구하려던 여정이 결국은 자신을 돌아보는 여정으로 이어진듯하다.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무게감. 그 무게감에 짓이겨 타인의 아픔을 알아보는 일에는 서툴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서로에게 다가가고, 이야기를 듣고, 손을 내밀려는 자그마한 시도들이 쌓이면서 변화가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계속 읽으면서 각자에게 짊어진 아픔을 과연 넘어설 수 있을까 하는 궁금한 마음에 한장 두장 빠르게 넘겼는데 -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건 사건을 추리하는 것에 그치지않고, 서로를 향해 내민 따스한 손길이 어떠한 변화를 만들어 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물들이 자신의 마음을 어떠한 형태로 마주하게 됐는지🤸🏻
‘심장, 유영’
유영 : 물속이나 물 위에서 떠다니며 움직이는 것.
그렇다면 심장이 유영한다?
이 표현을 가만 생각하면, 끊임없이 흔들리는 마음이 떠오르는데 - 때로는 가라앉을 것 같고, 또 때로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움직이는 마음. 우리의 하루, 우리의 인생도 그러하다. 매일매일을 단단하게 중심을 잡고서 살아갈 수는 없는 법. 예상하지 못한 일에 흔들리기도 하고, 소중한 것을 잃은 뒤 한동안 힘차게 방황하기도 한다. ‘남들은 모두 앞으로 잘만 나아가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듯하지?’ 히는 서글픈 느낌. 하지만 지금 잠시 헤매이고 있다고 해서 삶이 끝난 것은 아니지 않을까? 어느 거창한 기적이 일어난다기 보디는 서로에게 내어보인 마음에서 시작되는 작은 변화들로 누군가를 도우려던 손길이 결국 자신을 다시 삶으로 이끌 수도 있다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서로가 다시금 떠오를 수 있도록 시간을 갖고 곁을 내어 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라앉은 마음을 단번에 쉬이 끌어올릴 수는 없어도, 다시 떠오를 때까지 손을 내밀어 줄 수는 있으니까! 누구나 마음속에 쉽게 꺼내 놓지 못하는 상처 하나쯤은 가지고 살아가기에 괜찮은 척 하루를 보내기도 하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혼자 끙끙 앓으며 견디기도 한다. 그럴 때 완벽한 해결책이 아닌 내 마음을 알아봐 주는 누군가 가 필요한 걸지도 모르겠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청소년 문학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는 혼란과 불안함, 서툰 관계의 어려움,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 차츰 알아 가는 시간들을 촘촘하게 담아내는데 -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에 쉽게 흔들리고, 흔들리기 때문에 더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는 시기의 이야기🐢 이 책을 읽으며 좋았던 부분이 바로 청소년들의 이야기 속에서 오히려 어른인 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었다는 것.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인물의 감정을 천천히 따라가보거나, 누군가의 상처를 깊이 헤아릴 기회가 많지 않은데, 잠시 멈춰 인물들의 마음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 소설을 읽는 큰 즐거움이자 청소년 문학이 지닌 거대한 힘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