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의 마지막 꼬리별 - 제15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샘터어린이문고 89
곽혜린 지음, 서유은 그림 / 샘터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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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의 마지막 꼬리별 ㅣ 곽혜린 ㅣ 샘터 [도서 제공]

어른이 된 이후에 동화를 읽는다는 건 어떤 것일까 되뇌이게 된다.
어릴 때는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와 신기한 상상력에 푹 빠져 책을 읽었었다면, 지금 다시 마주한 동화는 사뭇 다른 감정을 건네는 것 같았다🫧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을 넘어서 그 안에 담긴 마음과 메시지를 자꾸만 곱씹게 되고, 순수한 감정까지 일렁이는 오묘한 느낌으로.

이 책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을 통제하고, 수많은 동물이 멸종된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데 - 이 세상에 멸종된 동물들을 복제해 보존하는 동성시에 위치한 특별한 <꼬리별 연구소>🐢 주인공 누리는 그곳에서 복제된 갈라파고스땅거북인 다윈과 찰스를 만난다. 어느 날, 암컷 거북이 다윈이 알을 품게 되는데, 여기서 문제는 알들이 무사히 태어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어른들은 다윈의 생존 가능성을 따지며 알을 포기하려 하지만, 누리는 아파하며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버려지게 될 지도 모르는 알의 모습에서 본인이 느끼는 외로움과 상처를 발견했기 때문.. (p.63 “나 같아. 알이 버려지는게 꼭 내가 버려지는 것 같아.”) 누리는 로봇 고양이 고록스 그리고 친구 로이와 함께 알을 지키고, 복제 거북이들의 본래 고향인 갈라파고스로 돌아갈 수 있도록 여정을 준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어떻게든 동물들의 생명을 지키려는 간절한 노력뿐만이 아니라 가족 안에서 받은 상처가 깊어진 누리가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가는 모습도 함께 그려져 애틋했다🌊

처음에는 멸종 동물과 복제 기술이라는 소재로 이루어진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책을 읽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던것🦋 누리와 거북이는 서로 다른 존재이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버려지고 싶지 않은 마음과 더불어 돌아가고 싶은 곳을 가슴 깊이 품고 있었다. 어쩌면 이 책에서 말하는 고향은 단순히 태어난 장소만을 의미하는게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품어 주는 곳, 내가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는 곳, 결국 우리가 언제나 돌아가고 싶은 그러한 마음의 고향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들이 등장하지만, 이야기는 누리의 시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특별한 동물들과 로봇 고양이, 그리고 알을 지키기 위한 여정은 호기심을 자극하고 계속해서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면서도 곳곳에는 그저 가벼이 지나칠 수 없는 마음들이 숨어 있다. 우리는 가끔 무언가를 판단할 때 가능성 그리고 효율을 먼저 따져보고 있는 순간들을 마주하게된다.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성공할 확률은 얼마나 되는지, 과연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계산한다🖌️ 하지만 생명과 마음의 가치를 숫자로 설명이 가능할까..? 이러한 부분들을 동화라는 형식 안에서 풀어낸게 참 좋았다. 인물들의 마음을 편히 따라가며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어주어서, 오랜만에 동화가 주는 그늘에 마음이 잠시 쉬어 갈 수 있어서, 생명 그리고 가족에 대한 의미와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볼 수 있어서🌈

책을 덮은 뒤에도 반짝이던 누리와 로이의 마음들이 오래도록 머물렀다.

p. 57
거북이들은 과학의 힘으로 알을 품은 것이 아니다. 가족의 힘으로 품은 것이다.

p. 63
“누구도 널 버리지 않을거야. 나도 끝까지 네 친구야. 같이 알을 지켜 줄게. 약속해!”

p. 91
“주머니 늑대가 연구실에 있었다면 아마 몇 년은 더 살 수 있었겠지. 하지만 주머니 늑대로서 행복했을까? 자연을 경험하지 못하고 죽는 것보다 하루를 살아도 주머니 늑대답게 사는 게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가이 들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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