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두 도시 이야기 (한글판) 더클래식 세계문학 46
찰스 디킨스 지음, 신윤진 외 옮김 / 더클래식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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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전후, 영국은 위험하고 불안했으며 프랑스는 절망하고 분노했다. 소설이 시작되는 부분에서 이야기하고 있듯이 희망이 있었고, 동시에 절망이 있었다. 그 어느것도 이야기할 수 없는 혼돈의 시기였다. 안개속을 달리는 우편마차 안은 서로를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뿌연 안개속에서 아무것도 판단할 수 없는 상황처럼, 도처에 출몰하는 산적들과 승객으로 가장한 산적들이 숨어들 수도 있는 시대였다. 서로를 의심하고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시대. 


프랑스 혁명은 피와 고름으로 얽룩지고 딱지가 내려앉은 상처를 들어내고 그 상처를 치료하는건 고통스러운 일과 같다. 혁명이란 어느 것이 순수한 혁명의 피인지 어떤 것이 혁명을 더럽히는 고름인지 알기 어렵다. 그 혼돈속에서 길을 찾아가는 것이 혁명의 과정이고 그 순순한 피가 완전히 소비 되었을 때 완성되는 자유,평등,박애의 정신일 것이다. 

혁명이 대중의 염원이고 숭고한 정신적 승리라면 그 속에는 분명 혁명을 더럽히는 개인적 피의 복수가 따르기 마련이다. 길로틴으로 대변되는 성스러운 처형대는 처형의 고통을 줄이고자 발명되었지만, 피의 향연을 위한 도구로서 유명해졌다. 이 같은 모순속에서 민중은 자신이 당하던 분노를 복수하기 위해서 나섰고, 혁명이 끝난 후 귀족과 왕족들은 다시 반혁명을 일으켜 복수했다. "빵 대신 케익"을 외치던 마리앙뜨와네트는 목이 잘린 후 창끝에 메달려 길거리를 떠돌았지만, 프랑스 왕정이 누리던 호사속에서는 민중의 머리가 땅바닥을 구르고 있었던 시기다. 그들은 개보다 못한 삶을 살았고, 살아남는 것이 고통스러워 여자가 아이를 낳아 대를 잇지 않기를 바랬다.

이 소설의 커다란 줄기속에 등장하는 인민들은 너무나 천박하고 야비하며 저열하다. 피의 복수속에서 즐거워 하며 미래에는 어두운 사람들 같이 보인다. 귀족들 또한 인민들의 삶은 눈에 보이지 않았으며, 그들에게 주어진 삶은 당연한 것이었고 그들을 인민의 희생은 신이 내린 권리였다. 어느 누구도 바닥에 깔린 인간적 절망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이 속에서 카던이 선택한 사랑은 절망을 뚫고 시대를 넘어서려는 하나의 절규적 몸부림이다. 그 사랑이 위대한 것은 주어진 숙명을 거부하고 미래를 투영하며 자신의 희생을 통해서 새로운 시대를 가고자 하는 사랑인 것이다. 어느 것도 깨끗하지 않고 어느 것도 善이라 부를 수 없는 혼돈의 순간에 지고의 사랑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와 희생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 소설이 고전으로 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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