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여인의 죽음 이산의 책 22
조너선 D. 스펜스 지음, 이재정 옮김 / 이산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중국 근대사를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면 모호한 부분들이 매우 많다. 특히 어떤 지역은 생명 유지를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열량 2000칼로리를 월등하게 넘어서는 부유한 지역이 있고, 어떤 지역은 거기에 극단적으로도 미치지 못하는 빈한한 지역이 있었다. 근대사에 나타나는 중국의 모습은 대체적으로 최저 생계수준에서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중국이라는 넓은 대륙을 볼때 결코 일반적인 하나의 모습으로 파악되지 않고, 역사적 사료도 많이 남아 있지가 않다. 다양한 환경이 존재하고 상대적 빈부차도 많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중국의 명말,청초의 모습은 중국 근대와 얼마나 달랐을까. 근대의 풍경 속에 존재하는 중국과 많이 다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명말에 확실한 사실 하나는 하나의 국가가 무너지면서 등장하는 대혼란은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었다는 것이다. 장다이를 통해서 저자가 보여준 풍요롭던 강남의 삶은 하나의 제국이 무너지면서 그 파국이 어떻게 한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는지를 보여준다. 장다이는 부유한 집안과 풍류를 즐기던 상위 계층으로서 여유로운 생활을 누리던 사람이다. 하지만 이에 비해서 이 책에 등장하는 탄청현은 극적인 대조를 보여준다. 환경 자체가 빈약하고, 이 빈약한 환경에 각종 재해가 들이닥쳐 그나마 힘겨운 현실에 곤궁함을 가중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탄청현의 일지에 등장하는 지진과 가뭄 그리고 메뚜기떼에 의한 농작물의 피해등은 그나마 힘든 자연환경에서 더욱 가중되는 고통을 보여준다. 게다가 명말이라는 시기적 상황은 권력의 횡포와 함께 찾아오는 민중의 반란도 있다. 이 민중들은 결국 도적떼가 되고 그들의 동료이며 가장 연약한 존재인 민중들을 착취한다. 이런 악순환속에서 힘있고 돈있는 자들은 오히려 자신들을 더욱 잘 지켜내고 더 부유해질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도적떼 이외도 만주족의 침입으로 인한 약탈은 마을 자체를 초토화 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약탈로부터 살아남은 사람들은 아마도 청조가 들어서면서 자신들을 약탈했던 만주족에 다시 복종해야하는 굴욕을 당했을 것이다.


명말의 혼돈속에서 무너지는 관리체계는 민중들의 생활고를 더욱 힘들게 했을 것이다. 특히 지대와 세금, 공역등은 힘없고 줄없은 가장 밑바닥 민중들에게 할당되고 이를 벗어날 수 없는 하나의 굴레 같은 멍에였다. 게다가 이를 피해서 도망간다고 해도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되지 않던 시스템에서는 평생 낙인 찍인 도망자가 되거나 살아남기 위해서는 착취를 당할 수 밖에 없는 올가미에 묶이게 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왕여인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하지만 탄청현의 자연환경속에서 빈한하게 살았으며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서 달아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다시 돌아왔고, 그 남편으로부터 죽음을 당하는 비련의 여인이다. 당시 여성은 전족을 하던 풍습으로는 외지로 도망을 가서 떠돌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었을 것이며, 머물수 있는곳도 많지 않았을 것이다. 


불행한 삶을 살다가 간 왕여인은 그 시대의 가장 잔혹한 희생자일지도 모르겠다. 자연환경마저 혹독했던 탄청현에서 빈한한 남편을 만나서 행복하지 않은 결혼 생활을 했고, 아이도 없었다. 왕여인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댓가는 상당히 혹독하고 비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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