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년 서울을 걷다 - 버튼 홈스의 사진에 담긴 옛 서울, 서울 사람들
엘리어스 버튼 홈스 지음, 이진석 옮김 / 푸른길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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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에 들어가기 직전 외국인이 조선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 기록은 책으로 출판되었고 우리나라에 이제서야 번역본이 나왔다. 사실 사진집에 가까운 이 책은 근대화로 이행을 겪고 있는 아픈 역사속의 삶의 현장을 담고 있다. 고종은 아관파천으로 외세에 흔들리는 춧불과 같은 존재였고 민비는 일본의 낭인무사들-실제 조선의 낭인과 군인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다-에게 살해된 혼돈의 시기였다.


홈스가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오는 항로를 기록하면서 시작되는 첫 관문인 인천은 일본인들의 집단 거류지와 호텔이 운영되고 있었다. 여기서 기술되고 있는 부분을 보면 이미 일본에 쌀 수출을 위한 전초기지화 되고 있는 조선의 모습을 알 수 있다. 저자가 기술하는 내용이 어떻게 들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조선은 인구가 적고 쌀 생산량은 많으니 인구가 많은 일본으로 수출하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저자는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책속에 기술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이는 외국인이 현지 사정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그가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신에 그의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보다는 사진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저자가 본 서울의 모습은 단편적일 수 밖에 없지만 그 속에서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 조선 인민들의 삶이다. 전철이 지나다니는 선로를 따라서 더운 여름 밤이면 나와서 그 선로를 목침 삼아서 잠을 자던 남자들이 전철의 불규칙한 운행으로 인해서 사망하는 사고를 전하고 있다. 이는 당시 서울에 밀집되어 있던 하층민들의 주거 상황을 본다면, 예견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수 시설이 없고 오물들을 그냥 문밖으로 내버리는 습관이 일상화된 집단 주거촌은 그 밀도와 오염도 때문에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더운 여름에는 그 악취와 더운 열기를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시원한 선로는 더 없이 좋은 한여름밤의 피서지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서울 근교의 아름다운 모습은 전쟁으로 폐허가 되지 않았다면, 경제성장이라는 미명아래 난개발이 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도 유럽과 같은 아름다운 유산을 간직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상상을 하게 만든다. 개천위를 달리는 성벽과 오밀조밀하지만 정이 묻혀 있을것만 같은 촌락군과 시골길은 시간을 넘어서 어느덧 가슴속에 길을 만들어낸다. 


책이 사진집으로 좀 더 좋은 ㅍ린트 상태를 보여줬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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