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마르코 폴로 지음, 김호동 옮김 / 사계절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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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은 진위 여부 때문에 말이 많은 책이다. 아직까지 원본이 발견되지 않았고, 현존하는 책들은 전부 필사본들이다. 게다가 동방견문록안에 등장하는 무수한 오류들로 인해서 실제 마르코 폴로가 중국을 여행한 것이 아니고 그 당시 유행하던 이야기들을 모아서 책으로 출판한게 아니냐 하는 의문들도 수없이 제기되었다고 한다. 물론 이런 논쟁의 불씨가 된 것은 일단 원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데 커다란 원인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의문들을 차치하고 동방견문록 자체만으로 놓고 본다면 훌륭한 책임은 부인할 수 없다. 현재 중국 문헌들과도 상당 부분 일치하고 있으며, 그가 전하는 당대의 모습들은 우리가 알기 어려웠던 부분들에 대해서 많은 걸 이야기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마르코 폴로의 견문록 중에서 상당히 흥미를 끄는 부분이 쿠빌라이 칸 시대를 대표하는 원대의 모습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광대한 토지를 차지한 쿠빌라이 칸이 어떻게 그 원대한 대지들을 통치했고, 그의 방식이 어땠는지 잘 이야기해 주고 있다. 그의 화려한 궁중 생활 양식과 궁전들. 그리고 그가 즐기던 사냥이나 사냥터등의 이야기는 쿠빌라이 칸이 초원을 달리던 삶에서 중국에 정착해 가는 방식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마르코 폴로 자신은 중국 원대에 쿠빌라이 칸의 명을 받아서 강남 일부 지역 관리로 파견되었다고 이야기 한다. 이 부분에 대한 진실성 여부 - 중국측 자료에는 마르코 폴로에 대한 이야기를 찾을 수 없다 - 를 떠나서 그가 전하는 강남의 풍요로움은 중국 역사에 있어서 전성기 시절 누렸던 화려하고 풍요로운 삶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물론 장다이의 책에서도 기술하고 있지만 강남은 풍요로운 물자를 기반으로 하여 상류층 인사들이 많이 모여 살았으며, 그 주변에 일반 서민들이 2층, 3층의 목조 건물을 올리고 살았다. 이들은 호수 위에 배를 띄우고 기생들과 풍류를 읊으며 노닐었으며, 다양한 축제 혹은 행사들을 즐겼다. 목조 건물들이 밀집 됨으로써 발생하는 화재의 위험과 실제 발생했던 대형 화재는 일본 근대시대의 교토를 생각나게 한다. 목조 건물에서 발생한 거대한 화재는 재앙이기도 하면서 하나의 커다란 구경거리였다는 이야기는 아마 원대에도 그리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당시 유럽인으로써 동양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종교적인 편향성과 생활 방식에 대한 단순화된 소개 방식은 책을 읽는 독자에게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그들이 어떤 옷을 입는지 종교적 방식은 어떤지와 왕이 누구인지에만 관심있게 생략적으로 묘사되어 실질적인 삶의 부분은 알 수 없는 것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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