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발견 - 문화인류학자 케이트 폭스의 영국.영국문화 읽기
케이트 폭스 지음, 권석하 옮김 / 학고재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흔히 영국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나 인식은 신사적이고 질서를 잘 지키는 민족이라는 것이다. 아니면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경영했던 강대국이지만 이제는 몰락한 제국의 후손들이라는 생각들 일 것이다. 하지만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과 내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를 인정 혹은 발견하고자 <영국인 발견>은 영국의 문화인류학자가 자국민에 대한 영국인 다움이란 어떤 것인가를 연구한 책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영국인들은 낯을 많이 가리기 때문에 예의바름과 질서에 극도로 민감하다고 한다. 어디에서나 줄을 서고 상대방에게 민폐-혹은 낯선 사람 자극하지 않기-를 끼치지 않도록 주의하며 낯선 상대를 보면 불편해 하며 그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자 빗장을 걸어 잠근다. 그렇기 때문에 더 질서를 강조하면서 서로 눈마주치기를 외면한다. 이런 의식의 기저에 깔린 것은 저자가 명명하길 사교불편증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만의 개인생활을 선호하고 너무 살갑게 다가가는 것조차 불편해마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가까운 지인이나 친척들 사이에서는 사교불편증이 사라지고 친밀감을 들어내고 속삭임을 멈추지 않는다. 이런 사교불편증의 경계심이 풀어지는 개인적 공간 이외에 또다른 곳이 동네 펍이다. 이곳은 그들이 자신만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편하고 즐겁게 자신들을 해방시키는 공간이다. 이는 낯선 사람들로부터 해방을 의미하며 좀 더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는 핑계를 제시해 주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는 영국인 특유의 빈정대기, 시비, 말싸움 등을 볼 수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친밀감의 표시이다. 


영국인에게 들어나는 또다른 커다란 특징은 계급에 대한 집착일 것이다. 전통적인 계급이 살아 있는 사회. 자본주의적인 물질기반 계급보다는 타고난 계급속에서 아직도 살아야 하는 사회다. 물론 자본주의하에서는 이런 계급도 부에 의해서 가려지기도 하고 계급간의 경계가 모호해지지만, 이 모호함이나 졸부들에 의한 계급상승을 그대로 방치하지 않고 찾아내는 것이 영국인이다. 상류층과 하층민들은 자신의 계급속에서 자유롭게 살지만(어쩌면 더 이상 계급을 구분해야할 윗부분이나 아랫계급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중간계급들은 날카롭게 자신들의 위치를 지키내려 한다. 그들의 말투, 식습관 그리고 식사를 부르는 명칭에 이르기까지 계급을 들어내는 행위들은 생활 곳곳에서 그 모습을 들어낸다. 어찌보면 노동으로 살아가야하는 인류의 숙명을 거부하고 노동을 천시하면서 유한계급으로 남으려 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일 수도 있을 것이다 - 아마 제인오스틴의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화속에 들어나는 멸시와 천시가 이런 경향을 잘 보여줄 것이다. 중간 계급들은 그 갇힌 계급속에서 바로 상위층으로 상승을 열망하면서 아래 계급들을 내려다보면 산다. 어쩌면 내려다본다는 의미보다는 경계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강박관념 혹은 컴플렉스처럼 그들 자신이 아랫 계급과 섞이고 싶어하지 않으며 자식들조차 그들 문화나 계급코드 속에 젖어드는 것을 싫어한다. 가장 치열한 영국적 기질이면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속성일지 모르는 계급영역이다.


한 나라 국민들의 특징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개개인의 특성은 이런 국민적 속성에 반항하고 저항하며 또 다른 저층 문화를 만들어낼려고 하지만 막상 그들이 던지는 흐름속에는 민족성이라는 단어로 대표될 수도 있다.  결국 그 나라에 산다는 것은 그 국민성을 벗어던질 수 없고 어떻게든 속박 받으면서 살아야 하는 운명인 것이다. 우리의 유전자 어디엔가에 새겨져 있는 국민성이라는 코드를 읽히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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