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뒷골목 풍경 - 유랑악사에서 사형집행인까지 중세 유럽 비주류 인생의 풍속 기행
양태자 지음 / 이랑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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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만으로 본다면 책의 내용은 내가 원하는 미시사적 관점에서 중세의 후미진 구역을 돌아다니는 여로의 일부여야 할 것이다. 책은 전에 읽었던 방앗간 주인의 숨겨진 삶을 들여다 보듯 중세의 소외된 구역을 들여다 보는걸로 책은 시작된다. 거리의 떠돌이들, 부랑자들 그리고 천시받던 직업에 종사하는 자들. 이들은 결코 신의 손길을 받지 못한 음지속에서 어두운 길을 걸어가며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다. 때로는 힘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불결하다는 이유만으로 천대받고 멸시 받으면서 살아남기 위해서 결속을 다지는 하나의 조합으로 발전하기도 한 존재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삶을 깊이 들여다 보기 보다는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주변인들처럼 책은 그저 스쳐지나가고 만다. 그들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서 고민하기 보다는 그들에게 그저 연민을 느끼고 그 연민의 대상으로 그들의 삶이 주는 작은 불행들을 살펴 보는게 다이다.


책이 시작하는 밑바닥 인생에는 목욕탕도 등장하고 거리의 악사, 심지어 사형수로서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 단번에 사형수의 목을 베지 못한 것-만으로 맞아 죽은 이도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의 삶을 밟고 올라서 있는 이들이 등장하니 수도사, 교황, 주교 그리고 중세의 왕들이다. 이들의 그들속 아니 그들의 어두운 발아래 살던 이들의 삶을 지나치면 역사의 야사쯤에 해당하는 흥미거리 이야기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누군가 눈이 맞아서 결혼을 하고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 독살을 일삼고 혹은 권력에 집착하는 주교나 교황의 투쟁 그리고 그 삶속에서 희생되는 제물들. 


이 모든 이야기들이 중세라는 이름속세 하나의 야사처럼 다뤄지고 흥미롭게 진행된다. 하지만 이러한 사건들이 민중의 삶에 어떤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동작했는지는 전혀 개별적인 문제처럼 지나가고 만다. 과연 그들의 삶이 행복했을지 아니면 굶주린 삶을 간신이 연명하며 간혹 그 고달픈 삶속에서 잠시나마 배고픔을 잃을수 있게 해주는 축제라던지, 이런것들이 가지는 의미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삶속에 의미보다는 흥미거리의 야사를 원한다면 이책은 읽을만하다.


꼬랑지. 대체 왜 제목이 <중세의 뒷골목 풍경>인지 모르겠다. 주교, 교황, 귀족들이 뒷골목을 밟아나 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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