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의 르포타쥬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조지 오웰 지음, 신창용 옮김 / 삼우반 / 2008년 6월

조지 오웰의 르포타주 형식 글에 반해서 <버마시절>에 이어서 읽은 책이다. <버마시절>이 버마에 실제 경험했던 것들을 소설로 옮겼다고 한다면 이책은 수필 형식으로 직접 겪은 밑바닥 생활을 담담하게 구술하고 있다. 

파리에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최하층의 숙소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주머니에 있는 돈이 바닥을 들어낼때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다. 결국 가진것을 팔고 생명 연장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출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나마 전당포에 갈 수 있는 삶은 나은 삶이다. 이마저도 없다면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침대에 누워서 그저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바랄지도 모른다. 이는 사형 선고를 기다리는 사형수처럼 자신의 삶을 갉아먹으면서 버티는 시간들이다. 

파리의 밑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저자가 선택한 접시닦이는 육체노동의 최하위층을 구성하는 노동계급이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주방이라는 공간에서 최고위층을 지배하는건 요리사 스태프다. 그는 마치 작은 황제와 같은 권위를 가지고 주방을 다스린다. 이에 비해서 온갖 잡일을 도맡을 수 밖에 없는 잡부는 적은 월급으로 혹독한 육체 노동을 버텨야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눈을 뜨고 있는 시간은 노동의 시간이다. 그저 짧은 휴식 시간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순간을 기다리며 깊은 수면속에 잠겨 있는 피라미들 같은 존재.

저자는 프랑스에서 그나마 생계 유지를 할 수 있던 공간을 버리고 지인의 소개로 일자를 구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런던으로 간다. 여기서 그가 경험할 수 있는 최악의 밑바닥 인생을 경험하는 것 같다. 영국의 법에는 길거리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서 있을 수 없으며 심지어 벤치에 누워 있을 수 없는 나라다. 부랑자들은 숙소를 찾아서 어슬렁 거리며 길거리를 끊임없이 배회해야하는 운명이다. 한잔의 차와 빵조각을 얻기 위해서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싸구려 숙소 혹은 공짜 잠자리를 위해서 감옥과도 같은 수용소를 마다하지 않는 삶.

조지오웰은 이들 최하층의 삶을 들여다보고 경험하면서 그들에 대한 연민을 그리고 강력한 인권에 대한 의지를 글속에 표출하고 있다. 우리가 바라보는 가난한 자들은 패배자라는 시선과 노동을 포기하고 방랑자를 선택했다는 선입견에 맞서서 그 스스로 왜 그들이 인간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지 우리의 편견이 만들어낸 잘못된 시선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있다. 그가 겪은 삶이 바닥 생활의 최하위층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그가 고민하고 고뇌하는 인간적 삶의 기본은 아마 자신의 내면 깊은곳에서 나온 것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