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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 / 2022년 12월
평점 :
‘이 삶의 나는 다른이가 진실을 대신 찾아주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p28
두께가 두껍다고 결코 겁내 필요 없는 책이다.
특히 중후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욱 손을 놓을 없는 책이다.
제목부터가 어쩌면 스포일러요, 사건의 발단이 무엇인지 조금만 읽다보면 쉽게 추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내가 흥미를 잃지 않고 마지막까지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책 속에 나오는 다양한 소녀들 때문이었다.
작품의 주인공인 ‘민환이’, ‘민매월’
민자매는 비록 여러 굴레에 갇혀 있지만,
그 안에서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움직이는 능동적인 인물이다.
환이는 사라진 아버지를 찾기 위해, 사라진 아버지가 사라지기 직전까지 무엇을 찾으려 했는지 알기위해 스스로 목포에서 제주까지 배를 타고 건너간다.
그리고 도착한 제주에서 흩어진 시건의 조각들을 찾아 해결하려 고군분투한다.
매월 또한 언니와 아버지에 대한 애증을 가지고 있지만, 언니를 위험에 내버려두지않고, 진실을 찾으려 끝까지 함께 노력한다.
민자매가 아버지를 찾으려 말을 타고 제주를 누비는 모습은 상상만해도 가슴을 뛰게 만든다.
제주의 오름과 넓은 들판들, 해변, 숲등의 묘사는 읽기만해도 ‘아 이건 정말 영상으로 보고싶다’는 생각이 절로든다.
어디 말을 타고 제주를 누리는 모습 뿐이던가,
작품에 그려지는 제주해녀의 모습은 또 어떤지. 척박한 섬에서의 삶을 위해 물 질을 하며 스스로의 생계를 책임져온 여성들의 모습.
이 모습은 제주의 또 하나의 상징이자, 민자매와 같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여성의 모습의 상징이기도하다.
제주에 올 때의 환이는 외출의 자유로움을 누리기 위해 남장을 하고 오지만, 제주에 도착해서는 더는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해 그냥 평소 차림으로 돌아다닌다. 어쩐지 그런 결정이 쾌감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작품의 등장하는 모든 소녀들, 여성이 민자매처럼 능동적인 것은 아니다.
비밀을 숨기고, 더 나아가 민자매를 방해하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그런 인물들이 반전을 꽤 할 때, 앞서 언급했듯 그저 자신의 삶을 수동적으로 받아드릴 줄만 알았던 인물들이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움직이기 시작할 때는 도저히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리뷰들을 읽어보면 쉽게 알 수 있듯이 이 사건의 발달은 ‘공녀제도’ 때문이다.
소녀들을 물건으로 만들어 버리는 나라에서,
‘예법’을 운운하며 외출 한번 쉬이하지 못하며,
혼기가 되었다는 이유로 어린 나이에 얼굴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한 남과 다를 바 없는 원하지도 않는 이와 혼인을 해야하는 그런 삶.
비단 이것이 조선시대 과거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현실에는 또 다른 문제들이 곳곳에서 도출되며 여성을 억압하고 때론 끔찍하게 사라지게 만들기도 한다.
초반에는 호기심으로, 중반에는 사건에 푹 빠져 후반에는 이 이야기들이 갖는 의미들을 곱씹으며 읽어나갔다.
남은 소녀들에겐 앞으로의 삶이 기대되고 응원을 보내고 싶고,
떠나버린 소녀들에겐 위로와 미안함을 건네고 싶은 책이다.
‘우리는 밖에 나오면 늘 손을 잡고 다녔다.
우리가 함께라는 사실이 안도감을 주었다.
딸들이 사라지는 이 나라에서,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p277
그리고
‘언제나 부패가 승리할 것이오. p244’
라는 문장이 작품속에 나오는데
이 문장을 부정하고, 결코 그렇게 되길 내버려두지 않는 인물들을 앞으로도 허주은작가님의 작품들 속에서 많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미디어창비 서평단 이벤트를 통해 가제본을 받은 뒤 읽고 작성한 감상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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