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사람 - 부르심을 따라 살았던 사람, 하인리히 아놀드의 생애
피터 맘슨 지음, 칸앤메리 옮김 / 바람이불어오는곳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학 때 서점 신간 코너에서 색다른 책이 눈에 띄었다. 출판사 이름도 생소하고, 제목과 책 표지 색상도 단순했다. 신선한 매력에 끌려 읽게 된 책들은 맘에 뭔가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나는 브루더호프 공동체를 그렇게 처음 알게 되었다.
피터 맘슨 『부서진 사람』 (칸앤메리 옮김, 바람이 불어오는 곳, 2021)
하인리히 아놀드의 생애라고 하니 괜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더군다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란 출판사의 책들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던 터라 망설임 없이 구매했다.
브루더호프 공동체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동체와 크게 다르지 않아 놀랐다. 인정과 명예욕에 빠진 리더가 어떻게 공동체를 통제하는지, 공동체에 대한 지나친 강조가 개인의 존엄을 어떻게 훼손하는지, 통일성이 얼마나 다양성을 짓밟는지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나치라는 독재 정부를 떠나 새로운 공동체를 세운 그들이 독선적인 지도자인 한스를 리더로 세우는 장면은 아이러니했다. 공동체에 대한 다툼과 갈등, 오해와 실망으로 인해 프리마베라 공동체가 폐쇄되는 지경에 이르는 이야기마저도 솔직하게 기술했다. 공동체를 미화하거나 포장하지 않고 정직하게 민낯을 공개해 주다니 저자의 용기가 대단하다.
아무리 사람들의 가치가 고상해도, 사람들이 모이면 고생한다는 슬픈 진리를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하인리히가 공동체에서 겪었던 일들은 황당 그 자체였다. 개인적인 원한과 앙갚음에 의한 징계로 보이는 한스의 결정에도 하인리히가 순복하는 장면에서 갑갑함을 느꼈다. 그런데도 그는 억울한 시간을 몸에 짊어지고 희생하고 인내하는 선택을 내린다.
“단 하루라도 불신하며 사느니 차라리 신뢰하고 천 번 배신당하는 게 낫다”고 공동체 식구들에게 말했다니 정말 말 다했다.
『부서진 사람』이란 책 제목처럼 제자도를 실천하고, 공동체를 세우기 위해 자신을 갈아 넣은 그의 헌신을 보며 나는 감탄과 동시에 부담을 느꼈다.
이런 헌신이 어떻게 가능한가 싶어 놀라우면서도, 이런 헌신이 있어야 공동체가 건강하게 세워진다고 생각하니 솔직히 마음이 무거웠다.
아버지 에버하르트에게서 배우고 봤던 것들이 그의 삶과 사역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그는 위기를 만나거나 중요한 선택의 순간 앞에 섰을 때 아버지를 떠올렸다. 제자도란 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들은 아버지를 통해 본 제자도와 공동체를 평생 지도처럼 마음에 간직했고, 지금의 브루더호프는 하인리히가 보여준 삶을 통해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이 무엇인지 배웠을테니.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많아서 쉽게 읽히고, 이 모든 이야기가 허구가 아니기에 어렵게 읽힌다.
읽어보면 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