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목사의 청년편지
김기석 지음 / 성서유니온선교회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기석 목사님의 글을 좋아합니다.
이번에 신간이 나왔다길래 바로 구입해 읽었습니다.
청년 편지라는 제목도 구미를 당겼습니다.
청년을 향한 편지라니요.
오랫동안 청년 사역을 해 왔습니다. 그래서 목사님이 청년들에게 어떤 내용을 쓰셨을지 더 궁금했습니다.

역시 명불허전
편지라는 형식에 걸맞게 편안하게 읽혔습니다.
저자의 글을 읽다 보면 생소한 단어들이 많아 옆에 사전을 두고 뜻을 확인해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책들에 비해 그런 수고가 덜 했습니다.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춘 저자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십 대에는 꿈을 꾸었습니다. 삼십 대 초반까지만 해도 그랬습니다.
꿈 때문에 가슴 뛰었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내가 꿈을 꾸고 있다고 말할 자신이 없습니다.
주어진 현실에 급급하고, 현재의 평화를 유지하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단 생각이 들 때마다 씁쓸했습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꿈의 상실이 현실에 대한 타협 때문인지, 현실에 대한 감각이 생겨서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저 이제 나도 꿈을 꾸는 나이는 지났나 보구나 생각했습니다.

책을 읽다 가장 놀랐던 것은 목사님이 가진 다른 세계에 대한 꿈과 열정이었습니다.
차별, 혐오, 억압이 일상이 된 세상에서 다른 방식의 화합과 연대, 일치를 향한 꿈.
경쟁의 세상에서 타자에 대한 존중과 연민에 근거한 환대의 공동체를 실현하려는 열정.
생존의 문제에만 매달린 채 자아 몰두에 빠진 우리가 하나님 나라의 기준 음에 조율하며 살아가는 상상.
나이 탓, 현실 탓을 하던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목사님의 바람대로 편지들은 이런 새로운 세상과 다른 세계를 가리키는 손가락이었습니다.
적어도 제겐 그랬습니다.

책은 얇습니다.
하지만 두께에 비해 속독이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주옥같은 문장이 많아 여러 번 읽게 되고 따로 메모를 하게 됩니다. 어떤 글귀는 울림을 주어 한참을 글 앞에서 배회하게 됩니다. 때로 글자에 색을 입힌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림 하나 없는 그림책처럼 말입니다.

수신인을 특정하지 않은 편지라 하셨지만 수신인보다 발신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사숙할 수 있는 신앙의 선배가 우리 곁에 있어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