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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명화 - 그림 속 은밀하게 감춰진 인간의 또 다른 본성을 읽다
나카노 교코 지음, 최지영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술에 대한 지식과 경험은 부족하나, 작품을 보러 다니는 행위는 좋아하는 편이다. 코로나로 인해 전시회장에 모여 있는 시간이 두려운 요즘, 책을 통해서 정말 가까이서 명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그림 자체의 이야기도 좋지만 잘 알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어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욕망의 명화'는 문학과 문화사를 전공한 저자가 세계적인 명화들 중 5개의 주제로 구분지어 선정된 각 명화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구성되어있다. 미술학도의 저자가 아님에도 서양미술에 대한 관찰력과 설명들을 보며 학문이 아닌 경험으로서 와닿아서 알찬 시간이었다. 우리가 쉽게 사로잡힐 수 있는 사랑, 지식, 생존, 재물, 권력에 대한 주제로 인간의 민낯을 명화의 일부를 먼저 배치해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명화를 풀어주는 기본적 흐름을 가지고 미술도 이해하고 문화도 이해할 수 있는 1석2조의 구성이었다.
내가 접했던 작품들도 있고, 이 책을 통해서 새로이 만나게 된 작품들도 있었으며, 내가 알던 작품이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몰랐던 작품들도 있었는데 그 중 흥미를 끈 작품들은 피터르 브뤼헬의 <아이들의 놀이>와 얀 반 에이크의 <재상 니콜라 롤랭의 성모>이다.
<아이들의 놀이>는 단순히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라고 넘기기는 어려운 것이, 아이들이 하는 놀이의 종류가 80가지가 넘는다고 작가가 설명했다. 그렇게 다양한 모습을 한 곳에 담는다는 건 엄청난 관찰력과 집중력, 관심으로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것이기에 눈길이 갔다. 책에 매끄럽게 담긴 작품은 원근법으로 인해 멀리 있는 아이들이 작게 표현됐지만 그들의 행동은 제대로 볼 수 있게 그렸다는 점에서 놀라운 작품이었다.
<재상 니콜라 롤랭의 성모>는 저자가 가진 지식에 놀라웠던 작품이었는데, 그림을 당장 보았을 때 눈에 다 들어오지않는 세밀한 종류들을 책에 자세히 소개해놨다. 예를 들어 작품에 담긴 식물의 종류는 몇 가지 인지,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 이야기 등 정성들여 보지 못할 부분들을 이끌어준다. 실제로 이 작품은 크기가 작기 때문에 작은 것도 더 작게 보일텐데, 그럼에도 작가가 모든 것을 세세히 그린 것은 작가의 집념을 잘 담아낸 작품이란 생각에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
미술관에 가지 않아도 책에 담긴 실제 명화를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시간, 아쉬운 것은 그 그림의 실제가 주는 압도감과 사실감일까? 조금 더 다른 작품들도 만날 수 있는 작품의 탄생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