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공존 - 일상과 그림에서 찾은 내 삶을 바꾸는 힘
최영배 지음 / 사람과사회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내 생애 봄날은 바로 ‘오늘’

-그의 글에는 온기와 눈물이 함께 있다

 

염규현 민화협 정책홍보팀 부국장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은 이미 사람이 온전히 살아가도록 내버려 두질 않는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 자체가 이미 간고분투의 역사가 되어버렸다. 단지 치열하다는 표현으로는 감당이 안 될 만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은 눈물겹다.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더 간절해지는 것은 공존이다. 이 무정한 세상에서 결코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믿음, 때문에 때론 무모해 보이는 도전도 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는 것. 이는 온전히 공전에서 비롯된다. 공존의 소중함과 힘을 아는 이는 이미 평범하면서도 평범한 이가 아닌 셈이다.

저자는 자세한 약력을 밝히지 않는다. 평범한 직장인이라고만 스스로를 이야기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결코 단순히 평범한 이는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지만, 또 어느 측면에서는 앞서 말한 진정 평범한 사람이라는 평가도 가능할 듯싶다. 그는 영민한 관찰력과 세심함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끊임없이 타자와 공감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매일 매일 공부하고 스스로를 반성하며 자신의 부족함을 확인한다. 애써 자신을 바꾸려 하지는 않지만, 나태함을 용서하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삶에 대한, 타자에 대한 애정이 가능하다. 4년 동안의 기록이라는 이 책은 말 그대로 ‘일상과 그림에서 찾은 내 삶을 바꾸는 힘’을 느낄 수 있다.

능력이 부족하고, 공존의 솜씨 역시 서툰 탓에 관계의 허기를, 미지의 영역에 대한 허기를 책에 의존하며 살아왔다. 단 하나의 진실한 친구라도 있는지, 새삼 비관하게 되는 지금, 나는 무의식적으로 책에 모든 것을 떠넘긴 것은 아니었는지, 다시 돌아보게 된다. 영화 속 ‘자파’는 악역이라 하더라도, 그의 말은 틀림이 아니었다.

그 다음은, 사랑이다. 고독사가 늘어가고 있는 오늘, 어미는 그럼에도 자식을 버릴 수 없다. 이미 몸과 마음이 떠난 자식이지만, 자신의 땀으로 인해 찌들어버린 육신처럼, 자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신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때문이다. 그 누구라도 내 자식을 욕할 순 없다. 내 자식을 비난할 수 없다. 차라리 헛된 거짓이라도 필요하다. 내가 서러울지언정, 무참할지언정, 저 멀리에 있는 내 자식은 온전해야만 한다.

저자가 의도했는지 혹은 아니었는지 몰라도 책 곳곳에는 눈물이 스며들어 있다. 이야기마다 함께 담긴 그림 역시 마찬가지다. 눈물과는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것만 같은 데도 별안간 울컥함이 다가온다. 글과 그림의 호흡이 너무도 탁월했기 때문 아닐까. 늙은 어머니에 대한 애절함,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자식에 대한 애틋함, 그리고 사회와 타자에 대한 따뜻함까지. 그의 글에는 온기와 눈물이 함께 담겨져 있다. 그리곤 깨닫는다. 책의 제목이 말하는 ‘혼자서 공존’이라는 의미를.

책은 순간순간 페이지를 넘겨가며 속도를 내야 하는 것이 있는 반면, 이야기 하나하나 매일매일 아껴가며 읽고 싶은 것들이 있다. 이 책은 단연 후자가 될 것이다. 4년 동안의 기록을 하루 이틀 성의 없이 넘길 순 없다. 때문에 꽤 오랫동안 붙잡고 아껴가며 읽었다. 이야기마다 담긴 명화를 감상하는 재미 역시 결코 적지 않았다. 저자의 안목이 유감없이 발휘된 순간이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독존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 누구도 자신을 끝까지 보듬어 줄 수 없다. 홀로 태어난 것처럼 홀로 죽어야 하는 존재가 우리다. 때문에 우리는 자존감과 이기심이 범벅이 된 채, 하루하루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간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공존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보살핌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없듯, 끊임없이 서로를 보듬고 안아주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다.

저자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그가 더더욱 평범한 이로서 이 세상의 따뜻함을 하나하나 갈무리해주길 바란다. 일독을 권하는 소중한 책이다.

* 이 서평은 필자가 계간 사람과사회에 기고한 글을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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