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의 SF 중편로 이루어진 이 소설집에서는 4개의 행성에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1. 장강명 작가의 <당신은 뜨거운 별에>는 동료인지 원수인지 모를 특이한 관계의 모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뇌와 분리된 신체라는 소재는 흔하지만, 대중매체와 탈출극이라는 소재가 더해지며 흥미로운 이야기로 탄생했다.2. 배명훈 작가의 <외합절 휴가>는 SF지만 특이하게도 지극히 정치적인 이야기이다. SF적인 요소와 잘 녹여내어 지구 안에서의 정치상황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을 만들어냈다. 이런 종류의 소설은 처음이였지만 재미있게 읽었다.3. 이 책의 소설 중, 김보영 작가의 <얼마나 닮았는가>를 가장 인상 깊게 읽었다. 작가 후기에서 김보영 작가는 이 소설의 소재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했다는 것을 밝혔는데, 그 때문인지 소설이 짜임새가 좋고 매우 재미있다. 이야기 진행에 따라 처음에는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했던 AI 컴퓨터 훈의 사고변화, 점차 밝혀지는 훈의 목적, 그리고 선원과의 미묘한 기류변화가 실제로 있음직해서 소름이 돋았다. 나중에 꼭 다시 한 번 찾아 읽어보려 한다.4. 듀나 작가의 <두 번째 유모>는 정말 멀고도 커다란 이야기를 다룬다. 동료의 아이들(정확히는 실험체)을 구하기 위한 서린의 이야기는 괜찮은 울림을 주었지만, 중편의 한계일까. 이렇게 큰 규모의 SF 세계관을 설명하기엔 지면이 부족하여, 머리 속에 한 장면장면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조금 아쉽다.
"진실로 너희들에게 바라노니, 항상 심기를 화평하게 가져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다름없이 하라. 하늘의 이치는 돌고 도는 것이라서, 한번 쓰러졌다 하여 결코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껏 나는 나와 친하지 않았고 돌보지 않았다.오히려 채찍질하며 원망한 세월이 길었다.하지만 최근 몇 달 사이에 내 인생에 영향력 주는 위기들이 생겼고, 그 위기 안에서 나의 에고(의식적인 자아)와 셀프(내면적인 자기)는 나 자신도 모르게 친해지기 시작했다.이 시점에 이 책을 만나게 되어 정말 행운이고 기쁘다.작가의 통찰이 듬뿍 묻어나오는 이 책을 읽을수록 마음이 편해지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내가 자신을 돌보기 위해 실천했던 것들이 책 본문에 나오면 너무나도 반가웠고, 그에 덧붙여진 적절한 설명은 내가 어설프게 느끼던 감정의 정체를 잘 구체화 해주어 속 시원했다.내가 모르던 심리학 개념들(예를 들어, 자크 라캉의 상상계, 상징계, 그리고 실제계)에 대한 설명이 나올 때면 기쁜 마음으로 공부했고, 언젠가 심리학계의 학자들의 책을 공부해보자는 의지가 생겼다.이번에는 책을 학교 도서관에서 대출하여 읽었지만, 조만간 이 책을 구매하여 밑줄을 그으며 다시 읽고 싶다.
당신의 쓰라린 그림자마저도 다정한 친구로 만드는 슬기로움, 그 마음속에 진정한 치유의 에너지가 있다
이미 일어나버린 나쁜 사건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 나쁜 사건에서 성숙과 깨달음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