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 2 (반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난감하다. <개미>를 정말 재밌게 읽었던 독자로서, 그의 신작들이 나올 때마다 한번씩은 들여다보고 있지만, 점점 정이 떨어진다. 상상력이나 주제의식은 <개미>에서 한발짝도 더 나아간게 없는데, 이상한 잡탕신비주의와 오리엔탈리즘만 점점 거창해진다. 아직 1부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 작품인 <신>은 그 절정이 될 듯하다.
이 작가는 자기가 닿지 못한 경지를 묘사하면서 그걸 자기 수준으로 끌어내려버리는 재주가 있는 듯하다. 정신적 성장? 그런 거 없다. 주인공들은 영계탐사에, 천사에, 이제는 예비'신'까지 되었지만, 하는 짓은 지상에서 버벅대며 살 때와 하나도 달라진게 없다. 그저 매번 등장하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신비주의적 체험과 벅찬 감동이 있을 뿐이다. 등장인물들이 뻔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삽질하는 꼴도 보기 힘들다. 도달할 결과는 작가의 수준에서 뻔히 정해져 있는데, 그 과정을 뭔가 있어보이게 하려고 잔뜩 포장하니, 등장인물들은 저능아처럼 보일 수밖에.
중간중간에, 정말 뜬금 없이 튀어나오는 한국에 대한 찬양은 또 뭔가? 순간 무슨 도덕 교과서를 읽는 기분이었다. 자기를 알아봐준 한국 독자들에 대한 팬 서비스인가?
<빠삐용>에서도 그러더니, 아예 신화를 자기 수준에서 조잡하게 재해석하는 데에 재미를 들였나본데, 제발 자기가 감당 못할 이야기는 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