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갈라파고스
커트 보네거트 지음, 박웅희 옮김 / 아이필드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정말 묘한 시점을 통해서 과거도 아니고 현재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래'라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을 보여준다.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들과 그들의 후손의 이야기가 거침없이 이어지지만, 그 속에서 나는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었다. 충격적인 이야기를 읽고 있는데도 작가가 충격을 받을 틈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유머란 무엇일까라는 새삼스러운 의문을 품게 되었다. 분명히 우스운 내용인데, 나는 별로 웃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웃기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닌데. 내가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였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기회에 나는 '인간'이라는 '종'에 대한 내 집착을 처음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시니컬함 뒤에, 작가는 정말로 인간을 걱정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