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바라는 기도 밀리언셀러 클럽 48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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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장인물 중 한 명은 이렇게 얘기한다.(정확하지는 않다.)  이 세상에는 사랑 따위는 없다고. 그리고 다른 등장인물은 이렇게 얘기한다.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구원을 바라는 건 사막에서 비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고. 이 소설, <비를 바라는 기도>는 여기서 시작한다.

 데니스루헤인의 작품들은 대부분 조악하게 말하자면 "정의"도 "구원"도 없는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기서 가능한 결말은 네가지가 있겠다. 1)정의는 실현되지만 구원은 없는 결말 2)정의는 실현되지 않지만 어떤 형태의 구원은 얻는 결말 3)정의도 실현되지 않고 구원도 요원한 결말 4)정의도, 구원도 모두 얻는 결말.

 데니스루헤인의 작품중 대부분은 1)~3)까지의 결말을 택한다. 그래서 다 읽고 나면 한숨이 나온다. 나가서 담배라도 한대 물고 기대어 한숨을 쉬고 싶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비를 바라는 기도>는 조금 다르다. 나가서 담배를 태우고 싶은 기분은 들지만, 한숨보다는 심술궃게나마 미소짓는 표정이 어울린다.

 작가는 결코 이 세상에는 그래도 아직 정의와 사랑, 구원이 살아있다는 예쁘고 착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대신, 이놈의 삭막한 세상에 정말로 정의도 없고 구원도 없다면 스스로 정의가 되고 구원이 되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이 작품 <비를 바라는 기도>도, 엄밀히 말하자면 4)의 결말은 아니다. 구원은 완전하지 않고 정의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하지만 가느다란 안개비가 내리는 사막을 보면서 나는 뭔가 구원을 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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