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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움이 세상을 구원하리라
박애진 지음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3년 8월
평점 :


나는 조예은 작가식 sf만 좋아하고,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 우연히 읽었던 김초엽 작가의 우빛속이 내 편견을 깨줬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다양한 sf 장르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서평단 홈페이지를 보던 중에 sf 장르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끌렸다
단편소설들로 구성이 되어있고 개인적으로 내가 느끼기엔 배경은 sf스러운데 주인공들은 정말 인간적이고 몇몇의 단편들은 일상적이기까지 느껴졌다
그중에서 극t인 나의 마음을 동요하게 만들었던 단편이 있다
바로 ‘토요일’인데 단편의 첫 구절이 ‘내 삶은 지옥이다. 나는 하루하루 쳇바퀴 돌듯 일상을 살아간다.’로 시작한다
시간에 갇힌 주인공이 매일 나이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이야기이다
오늘 어떤 행동을 해도 다음날에 눈 뜨면 어제와 같은 장면의 연속을 지내는 중에 그 남자가 자신을 매번 위기 상황에서 구해주고 지켜준다
그 남자를 만나는 시간이 주인공에겐 매번 같은 오늘이지만 그 남자는 과거이거나 미래에서 넘어오는 그런 둘의 시차가 재미있게 읽혔다
다음 장을 넘기면서 ‘이번엔 얼마나 어려졌을까~, 어떻게 등장을 할까~’ 싶었다
결국 마지막에는 그 남자는 주인공의 아빠였고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든 딸이 시간에 갇혔다는 느낌이 들면 바로 주인공에게 달려가는 그 구절이 괜히 울컥했다
올해 들어서 유독 부모님과 떨어져 있던 시간이 많았었다
나이가 들면서 안 좋은 얘기들이나 내 고민들은 내 선에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가끔은 혼자인 게 외로울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부모님은 언제나 내 곁에 있다!’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단편이라 읽으면서 위로가 됐다
이번엔 머릿속으로 영화 한 편이 뚝딱 만들어졌던 단편을 얘기하자면 ‘깊고 푸른’이다
기계 인간, 로봇 인간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고 느꼈고 잘 가공된 눈을 빼고 다시 끼우는 구절이라든지 특고위직과 거래하는 구절이나 마스터키를 찾기 위해 탐사를 하는 구절이라든지 모든 구절들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정말 영상화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책을 읽는 내내 장면들이 상상이 됐던 단편이었다
특고위직과 거래를 하게 된 계기도 주인공의 아빠의 눈을 되찾기 위해서라는 점이 ‘작가가 가족에 대한 키워드 하나만으로 정말 각각 색다른 스토리를 구상하는구나’ 싶었다
한 가지 소재로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전달해 주고 있다고 느꼈다
이 책도 거의 장르만 보고 신청한 책이기도 하고 표지가 주는 느낌이 있어서 가볍게 읽힐 것이라 생각했다
단순히 고양이랑 인간이 하하 호호 우주에서 행복하게 사는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는데 가족 이야기가 나오니까 순간적으로 더 몰입하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책 표지 뒤편에 정보라 소설가의 말이 이 책을 모두 대변해 준다고 생각한다
내가 사랑하는 대상들과 따뜻한 관계를 맺는 것, 그리고 그것을 지키는 것, 그것이 내 존재의 의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